小야당된 평민 “고립돼도 자신감 있다”
  • 이홍환 기자 ()
  • 승인 1990.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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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통합 ‘合法 가장한 쿠데타’로 규정 … 집안 단속 · 색깔찾기 새로운 부담

 아침에 눈을 떠보니 평민당은 난장이로 변해 있었다. 민정·민주·공화 3당의 합당원칙이 밝혀지던 날 평민당의 합당원칙이 밝혀지던 날 평민당 金大中총재의 한 측근은 평민당의 처지를 “즐거운 고립”이라고 표현했다. “오히려 잘됐다. 야3당체제에서는 평민당이 도매금으로 넘어가 민주·공화당과 똑같이 취급당했는데, 이제부터 비로소 평민당의 진가가 발휘되지 않겠느냐”고 큰소리쳤으나 표정은 말처럼 즐거워보이지 않았다.

 평민당은 민정·민주·공화의 3당합당을 ‘合法을 가장한 쿠데타’로 규정하고 있다. 평민당이 3당합당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경악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각제를 전제로 한 보수대연합의 재편기류를 감지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설마 그렇게까지야’ 하는 여유를 보이다가 허를 찔린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김총재는 “내각제가 그토록 중요하다면 盧대통령은 즉각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내각제 찬반을 묻는 충선거를 실시하라”고 직접 노대통령을 겨냥해 화살을 날렸다. ‘쿠데타’를 당하기 불과 사흘전인 1월18일의 연두기자 회견 때만 해도 김총재는 “노대통령이 우리나라에는 혁신세력이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원하지 않는다고 청와대 단독회담에서 분명히 밝혔다”고 노대통령에게 기대섞인 압력을 넣었는데 이러한 기대가 무산돼 버리자 노대통령을 성토하고 나선 것이다.

 아무튼 김총재는 노대통령과 단둘이 무릎을 맞댄 지 불과 열흘만에 노대통령이 등을 돌림으로써 곤혹스럽고 난감한 처지가 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총재 입장에서 볼 때 사태가 이 지경으로까지 된 배경에는 김총재가 제1야당이라는 평민당의 위상을 과신한 나머지 여권의 제휴 ‘유혹’을 너무 매몰차게 뿌리친 탓도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총재 측근의 한 당직자는 “3당통합의 기본적인 구도는 예상했었으나 이렇게 급작스럽게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金泳三 · 金種必총재가 빠른 시일안에 ‘한집살림’을 하리라는 것은 감을 잡고 있었으나, 노대통령은 시간을 두고 뜸을 들이다가 합류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신당불참’ 이탈자 속출할 것”
 평민당은 이제 더이상 과거에 매달려 있을 형편이 아니다. 巨大여당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수립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평민당은 우선 3당합당 세력 중 민주당내 야권통합파 등 이탈자를 기대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한 핵심당직자는 “3당합당 선언이 야반도주격으로 나온 것은 재빨리 일을 처리해버림으로써 이탈자를 막으려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한달안에 이탈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개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감안할 때 거대해진 여권 신당의 대세를 거부하고 빠져 나올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미지수이며, 더 나아가 이탈자들이 있더라도 그들이 반드시 평민당에 합류하리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평민당에 결속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현 상황에서 만만치 않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중에 하나가 야권통합파들의 움직임이다. 趙尹衡부총재를 비롯한 중진 및 소장통합파는 1월21일 오후 趙부총재 집에서 회동한 후 “평민당, 민주당 잔류파, 재야 등 범민주 3者통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되 결코 평민당 중심의 통합이 아니라 新黨 창당의 형식을 갖출것”이라고 해 신생야당의 가능성을 비쳤다. 통합파는 신생야당의 전단계로 최소한 별도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겨냥하고 있으나, 김총재가 보다 집요하게 집안단속에 나설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 같다.

 김총재는 또 평민당의 색깔도 결정지어야한다. 3당합당의 여권이 보수대연합의 깃발아래 결집함으로써 평민당은 울며겨자먹기로 保 · 革구도의 한쪽자리에 앉은 셈이 되었다. 게다가 보수대연합에 맞서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경우 상대적으로 혁신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평민당은 재야와 손을 잡을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지만 중도민주세력임을 표방해온 김총재가 어떤 명분으로 재야세력을 포용할 것인지도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이래저래 김총재는 작위적인 保 · 革이념의 두 극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더구나 진보정당 준비모임측에서는 “김대중총재도 與大野小를 만든 정치쿠데타에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13대국회의 제1야당으로서 원내 구도가 변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평민당이 이제는 그 국회의 해산을 주장하게 된 역설적인 정국 판도에서 과연 김대중총재가 얼마만큼 정치력을 발휘할지, 지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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