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제, 정치구조 개편의 시금석
  • 손학규 (서강대 교수· 정치학) ()
  • 승인 1991.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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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와 한국사회민주변혁>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지음

광역의회 선거가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정치권에 가득 찬 열기와 일반시민의 강 건너 불 보듯한 무표정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지자제에 대한 대다수 유권자의 몰이해와 '무관심'을 바탕으로, 참여 민주주의 실현이라고 하는 지자제의 대의명분이 소수지배체제의 공고화에 의해 퇴색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다음 세가지 경우로 상정할 수 있다. 첫째 지방자치가 일부 지방유지나 유한계급의 기득권 확보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 둘째 대기업이나 특권층에 의해 독점적 권력 장악의 합법적 도구가 될 가능성, 셋째 지방의회 및 행정부가 정당의 수직적 위계질서 안에 편입됨으로 인해 실제적으로 정당의 과두적 지배가 지방자치에까지 관철되는 경우이다.

 국가권력의 민주적 분산을 통한 지방행정의 효율적 집행을 기하고 지역주민을 일상적 정치과정에 포섭함으로 해서 정치안정을 위한 안전판을 구축한다고 하는 지자제의 순기능적 측면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방자치제와 그 선거는 이와 같이 정치체제와 권력구도의 차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며 따라서 한국사회 민주변혁의 장기적 전망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지방자치‥‥》 (민중사 최냄)는 바로 이 같은 맥락에서 지방자치제를 권력구조 및 민주변혁의 시각에서 조망한 연구서다.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지자제 연구위원회'에 의해 공동집필된 이 책은 '한국사회의 민주변혁을 위한 지방자치의 올바른 모습'에 대한연구의 결과인 것이다.

  지방자치에 대하여 그동안 출간된 책들이 법률적, 행정학적 차원의 소개서나 시민운동 차원에서의 계몽서가 주종을 이루었다면 이 책은 다분히 민족민주운동의 입장에서 지방자치의 구조적 본질을 한국사회의 지배구조와 연관하여 지방행정 도시지역 농촌지역 경찰 교육자치등의 다각적인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지자제 선거를 둘러싼 정치정세와 기초의회 선거평가 둥을 통해 현실정치와의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분석하고 있으며 노동 및 민족민주운동 진영의 대응과 전망에 대해서도 사회변혁운동의 실천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진보적인 젊은 연구가 또는 활동가들이 흔히 보이기 쉬운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의 구조적 본질 및 정치구도 개편과 관련하여 지자제 실시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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