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
  • (《르 쁘엥》지 에서) ()
  • 승인 1990.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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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에 일어난 새학교 운동

교육 페레스트로이카 ― 솔제니친 등의 반체제 작품도 공부
 소련의 학교는 소련에서 성공을 거두는 유일한 체제가 될 것인가? 11세 이상의 모든 소련 어린이들은 글을 읽고 쓰고 셈을 할 줄 안다. 그러나 페레스트로이카정책으로 인해 천편일률적이던 소련교육에 약간의 자유와 경쟁이 일고 있고 교사들은 조금 숨통이 트이고 있다.

 모스크바의 ‘320번’국민학교의 3학년 교실. 러시아어 수업은 어휘연습으로 시작하여 어미변화, 음성학 등으로 이어진다. 동상같이 얌전한 8세의 어린이들은 거침없이 읽고 써내려가고, 여격 · 속격 등을 써서 재주를 부린다. “얘들은 천재가 아닙니다. 소련 어린이들은 유치원시절부터 글자놀이와 그림, 입방체의 조립 등을 통해 단어와 문장의 구성을 배웁니다. 학교에 들어갈 때는 이미 러시아어는 물론 종종 외국어까지도 어느정도의 수준에 오르게 되지요”라고 담당교사 블라디미로브나씨가 말한다. 이렇듯 역사나 생물같은 과목은 5 · 6학년이 되어서야 배우는 반면 러시아어와 러시아문학은 1학년 때 주당 7시간, 2학년 9시간, 3~6학년 11시간을 배우는 등, 모든 교육과정 중 언어는 최고 위치를 차지한다.

 반면 학교는 모든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졸업수준의 학업을 요구하지 않는다. 14세(9학년)로 되어 있는 의무교육이 끝나면 학업에 취미가 없거나 방향을 바꾸어 취업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학교가 더 이상 붙잡지 않는다. 기업이 능률향상을 위해 조기퇴직 · 감원 등을 통해 조직을 재정비하듯, 학교도 소수정예화되어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각자는 각자의 능력대로 나아간다는 규칙을 따르는 것이다.

 이 규칙은 능력과 수단있는 사람에게 더욱 잘 적용된다. 중등교육의 경우 6개의 국립중학교의 학비는 매월 1백루블이다(소련인의 평균봉급은 1백80루블). 그러나 이 일류학교들은 자리가 모자라 원하는 학생이 모두 들어가지는 못한다. 대부분의 학생은 일반 중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학비는 거의 무료지만(과목당 50코페이카 내지 1루블) 선택과목을 듣거나 외국어를 배우려면 추가금을 내야 한다. 이 학교들은 궁핍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학부모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실제로 13세의 바리엔카라는 학생의 부모는 40루블을 매달 지급하고 있다. 복지국가의 시대는 끝난 것이다. 문교부(지금은 ‘공공교육궁가평의회’)에서는 단지 약간의 학교운영자금 차관과 교사들의 기본봉급(1백70루블)을 지급할 뿐 나머지는 학교당국에 떠맡기고 있다. 그래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보충교사들의 봉급이나 학교 건물관리, 시설보수 등 끊임없이 학교일을 떠맡아야 하는 입장이다.

교과과정에서 일고 있는 ‘새바람’
 물론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적 해결은 학교의 재정적 자립에 있다. “이는 1991년에 가야 실현될 거예요.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협동 조합들이 생겨났죠”라고 ‘320번’학교의 교장 코텔니코프씨는 말한다. 협동조합이란 학생들이 방과후(오후 2시) 일하러 갈 수 있는 작업장을 말한다. 각 학교는 생산을 자체 결정하고, 학생들에게 매달 30내지 80루블을 지급하고 그들에게 기업체, 연구소, 공공기관등 영구적인 직장을 구해주려하고 있다.

 실제로, 일간신문보다 기술잡지를 많이 읽는 이들 학생들의 관심사는 좋은 직업을 갖는 것, 돈 많이 버는 것, 그리고 여행하는 것이라고 ‘42번’기술학교의 한 학생이 밝힌다. 그러면 그들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그건 교육 과정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에서 배우죠. 그러나 20년후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의 반대를 가르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하겠어요?”라고 학생 콘스탄틴은 반문한다.

 학교의 ‘새로 탄생하기’가 완전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재정적 독립 외에 교육적 자유가 뒤따라야 한다. 실제로 국가는 교수일정, 방법 그리고 교과일정의 일부를 각 학교가 수립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이는 자율경영이라기보다는, 학생 · 교사 · 학부모 · 학교행정당국 등 소위 교육주체들의 학교교육에의 참여인 것이다. “교장은 더이상 독재자가 아닙니다. 위원회가 그 학교의 주요 정책을 논의합니다. 특히 예산에 관한 한, 우수교사들로 구성된 교육위원회가 사용의 30%를 결정합니다. 여기엔 국가평의회도 간섭 못하지요. 전에는 문교부 · 당 등에서 나온 4, 5명의 감독관이 언제든지 교실에 들어가 교사를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감시하는 건 교장의 역할입니다”라고 코텔니코프 교장은 말한다.

 새로운 바람은 특히 교과과정에 불고 있다. ‘48번’학교의 문학교사 그리고리에브나씨가 제시하는 문학수업의 교육과정은 매우 놀랍다. 셰익스피어(3학년), 몰리에르, 바이런, 마크트웨인(4학년), 호메르스(5학년), 잭 런던, 실러, 발자크(6학년) 등이며 문학전공의 경우 여기에 훨씬 더 추가된다.
 금지되었던 소련작품도 이와 같이 자유롭게 다뤄지는가? “문제는 없습니다. 정식 교육과정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금하지도 않고 있으니까요. 이미 우리 학생들은 아크마토바, 구밀레프, 플라토노프 등을 배웠고 곧 솔제니친도 배울 것입니다. 단지 문제는 교재를 구입하는 것인데 그들의 작품은 출판되자마자 매진되어 제가 일일이 적거나 복사기를 가진 친구에게 의뢰해야 합니다”라고 그는 덧붙인다. 역사교사 막심씨도 같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10학년 새 역사교과서가 나왔는데 이상하게도 1941년에서 끝났어요. 스탈린 비난과 민중탄압에 관해 20페이지가 나오고 20차 전당대회에 대해선 아무 언급없이 고르바초프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그 장이 느닷없이 끝나버리더군요. 그래서 제가 신문을 이용해 빠진 부분을 보충했습니다.”

교사는 ‘보수’, 학생들은 ‘진보주의자’
 입끝으로만 페레스트로이카를 지지하는 책임자들과 싸우기 위해 교사들은 더욱더 많은 결단과 강력한 정치적 확신을 필요로 한다. 많은 이를 위해 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아직 그들 능력 밖의 일이다. 그래서 새로운 학교질서의 기초를 마련하기보다는 과거 체제를 답습하는 무력한 교사로 남는 것이다.

 보수가 적고 존경받지 못하는 그 직업이 외교관이나 무역 · 기업경영에 비해 젊은이들에게 선호되지 못한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모스크바에서조차 지리 · 물리 · 수학 · 자연과학 등의 교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새로운 학교의 실패는 빈곤의 악순환인가? 너무 성급한 결론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학교시설이 노후하고(7천여개의 학교가 국가 안전기준 미달이다) 교사들이 소심한 것이 사실이나, 학생들은 매우 적극적이고 ‘요구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질문하고, 비판하고, 이의를 제기한다. 학교에서의 페레스트로이카가 성공한다면 그건 바로 그들, 학생들 덕분이다. 역사교사 츠베틀라나씨는 말한다. “교실에서는 이제 아무 말이나 할 수 없어요. 오늘 아침 한 학생이, 1917년의 혁명이 실수가 아니었냐고 물어보더군요. 또 스탈린 격하운동이 현지도층으로 하여금 민주주의 냄새를 풍기게 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이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어요.” 그는 결론 짓는다. “우리는 전진합니다. 어렵사리 안개 속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아무튼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덧붙인다. “안개가 언젠가는 걷힐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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