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샴푸논쟁’속 외국 비누 활개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1.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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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오염 논란 틈타 20여종 ‘날개돋힌 듯’…일부제품, 공해 유발 성분으로 제조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샴푸를 쓰지 말아야 하는가. 얼마전 샴푸가 수질오염의 주범이며 더욱이 거기서 중금속마저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이후 소비자단체에서는 '샴푸 안쓰기운동'을 벌여 샴푸를 쓰지 않는 가정이 늘고 있고, 이 · 미용업소에서도 일회용 샴푸가 사라졌다. 그러나 샴푸가 수질오염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반응'이라는 지적이 환경학자를 중심으로 서서히 퍼지고 있다. 게다가 샴푸의 대체품으로 권장하고 있는 일반 비누가 알칼리도가 높은 점을 역이용 ,약산성 수입 비누가 날개돋힌 듯 팔리는 부작용마저 낳고 있다. 그러나 수입 비누 중에는 오히려 수질오염도가 높은 것들이 섞여 있어 새로운 문제를 빚고 있다. '지나친 반응'이라는 반론은 크게 두가지 관점에서 제기된다. 첫째는 과연 샴푸가 수질오염의 주범 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강물을 살립시다'라는 연중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최근 마련한 '합성세제 제조업체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동산유지 무궁화유지 럭키 태평양 등 6개 합성세제 제조업체들은 "샴푸 · 린스는 천연牛脂로 만든 보사부 허가제조품으로 그 원료 및 제조, 품질관리 등이 약사법으로 규제되는 '화장품'이어서 공산품으로 분류되는 비누보다 오히려 오염이 적다"고 주장했다 .

"샴푸 유해논쟁은 우리나라에만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 샴푸에 쓰이는 계면활성제는 천연 야자유에서 추출되기 때문에 석유에서 뽑아내는 합성세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 최종 세정성분인 야자유 알킬황산염(AS)은 1일만에 거의 1백% 생분해(유기물질들이 미생물에 의해 환경에 해가없을 정도로 잘게 분해되는 성질. 수치가 높을수록 환경에 해가 적다)되므로 가정에서 버려진 뒤 하천에 도달할 때쯤이면 분해가 거의 완료된다는 것이다. 럭키 홍보실 韓春鎬과장은 "야자유 알킬황산염은 전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성분으로 더 이상 발전된 단계의 샴푸는 나올 수 없다"면서 세계적으로도 샴푸의 유해논쟁은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환경처 기술개발과 申鉉國 과장은 "전세계적으로 야자유 알킬황산염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개발은 무한한게 아니냐"고 반박한다. 또 업계에서 주장하는 1백% 생분해도는 실험실 안에서 이뤄진 결과인 만큼 자연상태에서는 7~8일 걸린다면서 하수처리시설이 31%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할 때, 설사 생분해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졌다 해도 오염문제는 계속 심각하게 남는다고 주장한다. 수질오염은 공장폐수 44%, 축산폐수16%, 생활하수 40%로 분류된다. 생활하수 40% 중 약 6%는 합성세제가 차지하는 비율이며 샴푸는 합성세제에 포함된다. 이 수치대로라면 가정에서 사용하는 샴푸가 수질오염에 끼치는 영향은 극히 적다. 합성세제업체의 한 관계자는 "환경처는 필요한 부분만을 침소봉대한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에 합성세제업체들이 수질오염을 줄이기 위해 샴푸처럼 생분해가 잘되는 고급 천연원료를 사용하여 만든 저공해세제는 원가상승으로 인해 기존 합성세제보다 30~40%더 비싸다며 환경처는 목소리만 높인 채 "수질오염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겼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는 보도된대로 중금속검출이 과연 유의할 만한 사항인가 하는 것이다. 일간지 사회면 머릿기사로 '샴푸서 중금속 검출'이라는 제목과 함께 보도된 바에 따르면, 환경처가 국내시장 점유율이 높은 샴푸와 린스 각 3종의 성분을 국립환경원에 의뢰해분석한 결과 인산염뿐 아니라 납·비소가 검출되었다. 全인산염 성분은 샴푸에서 6백~l천7백PPM, 린스에서 1백~2백PPM이 나왔고, 납성분은 샴푸 10.31~18.16PPM, 린스7.67~16.68PPM, 그리고 비소성분은 샴푸 0.14~0.39PPM, 린스 0.35~l.56PPM으로 나타났다. 이 보도는 환경오염에 앞장선 소비자단체의 샴푸불매운동으로 이어질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고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국민학교 3학년생 아들을 둔 주부 金榮美(33 ·서울 여의도 대교아파트3동)씨는 당혹스러웠던 경험을 털어놓는다. "우리애가 말하기를 선생님이 샴푸를 쓰지 말라고 했대요. 제가 샴푸를 계속 쓰니까 막 울더군요." 아들로부터 마치 죄인취급 당한 것 같아 어찌할 바를 몰랐다는 것이다.

 환경공해연구소 鄭勇소장(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은 "샴푸의 중금속 검출은 별 의미가 없다"고 일축한다. 정교수에 따르면 화장품에는 흔히 '도랑'이라고 부르는, 얼굴을 하얗게 보이도록 하는 특수 광물이 쓰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는 데 이번에 검출된 것은 기준치보다 20PPM 낮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환경학자가 그럴 수 있느냐고 항의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문제에 대해 크게 떠들게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접근할 때가 됐습니다. 공해물질은 기준치 이하보다도 전혀 없는 게 물론 최상입니다. 그러나 공업화시대에 균형감각을 가져야 합니다." 정교수는 또 일부에서는 샴푸 대신 비누를 권장하고 있으나 아직 비누를 권장할 만큼 과학적 분석인 나온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가령 유지비누가 비누성분 그대로 노출되면 오물과 엉겨 붙어 침전물로 남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다. 일본의 합동출판사가 발행한 《세제의 독성과 환경방향》에 따르면 , 비누는 샴푸보다 더욱 나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하천에 유입되어 세정성분이 완전히 분해되는 데 필요한 산소량 (총 산소요구량)과 분해되어 생산된 이산화탄소량(총 유기탄소량)을 비교하면 비누쪽이 샴푸보다 오히려 많다(표 참조). 이것은 산소가 충분하지 않으면 비누쪽이 분해가 덜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반면 거품이 적은 것은 비누의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연세대학교 환경과학과 鄭在春 교수는 "거품은 물 위에 막을 만들어 물 속의 산소공급을 막으므로 물의 자체정화능력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그러나 비누는 녹지 않았을 경우 물 표면에 '비누때'를 만든다. 비누세수를 하고 나면 종종 세면대나 세숫대야에 붙거나 물 위에 뜨기도 하는 하얀 찌꺼기가 그것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시험검사부 金萬永 책임기술원은 "비누때로 불리는 이 금속 비누성분은 물속의 산소공급을 차단할 뿐 아니라 생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서 똑같은 세척을 위해서도 비누가 샴푸보다 사용량이 많아야 하는 것도 비누의 단점 이라고 덧붙인다.

 "더 큰 문제는 샴푸 · 비누논쟁을 틈타 수입 비누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샴푸는 해로운데 수입 비누는 문의전화를 많이 받는다는 김만영 책임기술원은 소비자들 중에는 약산성을 강조라는 수입 비누를 무공해 비누로 판단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한다.

"국산 비누가 더 좋다는 발표 나을 것"
 현재 수입 비누는 3년 전부터 국제약품에서 수입해오던 '저겐스'를 비롯하여 '아이보리' '세바메드' '제스트' '뉴트로지나' 등 20여종에 이른다. 국내 비누가 알칼리성이 강한 점을 역이용한 이 수입 비누들은 약산성이 큰 특징으로 부드럽고 향이 뛰어나다 . 그 중 '도브비누'의 경우 "사용하면 머리가 빠지지 않는다"는 소문과 함께 세제에 민감해진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도브비누는 세탁용 합성세제의 주성분을 사용하고 있어 인체 자극성뿐만 아니라 수질오염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환경공해연구소 정교수는 "도브비누에는 합성세제의 주성분인 석유계 계면활성제 LAS가 3~5% 포함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미도파 백화점 朴基賢 대리는 "품질표시에 이상이 있어 매장에 진열하지않았다"면서 수입품 취급점에서는 별다른 표시없이 판매되고 있는 실정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량을 지키는 것입니다. 세제의 양을 늘려도 세척력은 좋아지지 않습니다. 환경보호운동은 적정량을 지키는 방향으로 모아져야 합니다. 대체품 없이 공연히 불안감만 가중시켜 필요한 것을 쓰지 못하게 된다면 또 다른 의미에서 소비자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아닙니까." 한 환경학자는 최근 수질오염에 대한 높은 관심이 각종세제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나타나 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론재판을 두려워해 소신껏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그는 "수입 비누가 판을 치니 곧 국산 비누가 더 좋다는 발표가 나을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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