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총장 맑은물에 고기가 없다”
  • 광주·오민수 기자 ()
  • 승인 1991.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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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명 조선대 총장/개혁조치로 대학 정상화시켜…발전기금 마련엔 어려움

 “저희는 총장님을 존경합니다!" 6월19일 낮 12시 조선대학교 본관 앞에는 1백여명의 의 · 치대 학생들이 李敦明 총장에게 “의 · 치대 건물신축"을 ‘간청'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9월6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총장은 그동안 누차에 걸쳐 “단임으로 그치겠다"는 의사를 비쳐왔다. 그런 때문인지 학교행정 곳곳에서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이총장의 인기는 아직도 절대적이다. 그런데 ‘장기적인 계획과 투자'가 필요한 문제를 놓고 왜 학생들은 임기만료를 앞둔 이총장을 ‘알현'하려 할까,

이돈명씨가 조선대 총장으로 취임한 88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朴哲雄 전총장의 전횡에 가까운 학교운영에 대해 조선대는 학생 교수 동문 둥이 거교적으로 반발했었다. 이씨는 평소 인품과 인권변호사로 얻은 명성 때문에 거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총장으로 추대됐다. 따라서 이총장에게 부여된 과제는 ‘40년 박철웅 왕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새로운 대학의 발판을 구축해야 한다는 학교 안팎의 여망을 현실화시키는 것이었다.

사립대 최초로 예 · 결산 전면공개
이총장은 파행적으로 운영되어왔던 학교행정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취임하자마자 잇따른 개혁조치를 취했다. 우선 박철웅 체제하에서 해직됐던 40여명의 교수를 복직시켰고 29명의 무능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또한 국내 사립대에서는 최초로 학교의 예·결산을 전면공개해 부정입학등 재단비리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

특히 교과과목 개편은 80년대 이후 학생들의 비판적 안목을 기를 수 있는 학문에 대한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 박현채씨 등 진보적 학자들을 대폭 채용하는 효과를 불러와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과목으로는 ‘북한사회론' ‘민족경제론' ‘정치경제학 입문' ‘환경과 공해' 등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총장의 개혁조치가 교수협의회(회장 김기삼 교수)를 중심으로 한 일부 조선대 출신 교수들 사이에서는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대학은 전문경영인이 관리해야 합니다. 이총장은 ‘정치적 의미'에서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경영측면에서는 실패했다고 봅니다." 교수협의회 徐甲成 부회장(무역학)의 평가이다.

이총장은 총장 직속기구인 기획실을 중심으로 학교 운영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총장이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일반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해 인사권에 대한불만이 쌓였다는 게 서교수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 대학의 한 보직교수는 “인사에대한 불만은 어느 대학에나 있는 문제"라며 “질서를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불편함정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오히려 인사문제보다는 과거 박철웅 총장 시절 개인 소유의 성격이 두드러졌던 기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던 점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조선대는 학교를 헐고 새로 지어야할 정도로 시설이 낙후되어 있다.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이에 따른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정도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부 · 기업체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총장은 정부로부터 ‘미운 털'이 박혀 학교발전을 위한 기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교수들의 주장이다.

학교 발전기금 마련에 대해서는 학생회측도 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 “물이 너무 깨끗하면 고기가 살지 못하는데 총장님은 지나치리 만즘 청렴하십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행정당국과의 거리를 유지해, 교수연구비 등 학교에 돌아올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학원자주화추진위원회 위원장 崔允柱군(정외과 4년)의 말이다.

아무튼 “연임하지 않겠다"는 이총장의 거듭된 의사표명에 따라 조선대 관계자들은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이총장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교수학생 학부모 동문 직원을 포함한 대학자치운영협의회는 그 산하에 ‘제2대 민주총장 추대를 위한 특별위원회'(가칭 · 위원장 문병란교수)를 구성하고 논란끝에 차기총장의 자격을 제한하는 5원칙을 마련했다.

이 5가지 원칙 중에서 현재 조선대가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두가지 원칙이 있다. ‘박철웅 체제의 복귀를 완전 배제할 수 있는 분'이라는 항목과 ‘대학경영능력을 갖춘 분'이라는 항목이다. 즉 박철웅 체제와의 단절에 역점을 둔 이총장은 민주대학의 터전을 닦는 데는 일단 성공했지만, 차기총장에게 현실적인 대학발전의 과제를 남긴 것이다. 이제 조선대의 제2대 민주총장 ‘추대'는 대학행정에 정통하면서도 교육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인물로 폭이 좁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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