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수입의 70%을 교육비로”
  • 편집국 ()
  • 승인 1990.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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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친구들 만나기가 짜증스럽고 두렵기까지 하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우리의 화제는 자연히 아이들 교육제로 모아졌고, 요즘은 그것이 과외로만 집중돼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지금 법으로야 어떻게 돼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이른바 양성화가 되고 난 뒤 우리 학부모가 겪는 괴로움은 훨씬 더하다. 그 전에야 꼭 필요한 아이만 ‘숨어서’ 하는 남의 일로만 여겼지 내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과외를 하지 않고서는 아이도 나도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반에서 10등 정도 하던 큰애(고2)의 성적이 갑자기 떨어졌던 때가 작년 1학기말이었다. 야단을 치며 다그쳤더니 아이는 그 이유가 자신의 노력부족보다는 전적으로 과외 때문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같은 반 60여명의 아이 중 50명 정도가 과외를 한다는 것이었다. 말로만 듣던 과외 비용을 알아보니 작은 회사의 부장으로 있는 애 아빠의 한달 봉급, 이것저것 세금·부금 떼고 집에 가져오는 80여만원으로는 어림도 없는 액수였다. ㅅ대 공대생 1명을 소개받아 1주일에 세 번오게 하니 큰애한테 드는 돈만 해도 한달에 30만원이다. 과목당 5만원씩 받으며 대학생들이 영어·수학을 가르치는 ‘속셈학원’에도 보내보았지만 아이는 “성의가 없다”며 곧 그만두었다. 작은 아이들도 안되겠다 싶었던지 과외를 시켜달라고 해, 하는 수 없이 그 애들은 그 속셈학원 보내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이리저리 아이들 교육비로만 드는 돈이 한달에 평균 60만원 꼴이다.

다섯식구가 한달 20만원으로는 도저히 생활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결혼후 지금까지 적금·계 같은 것으로 차근차근 모아두었던 목돈을 꺼내쓰기 시작했다. 어차피 돈을 모아서 아이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것이라면 지금 필요할 때 그것을 쓴다 해서 크게 아까울 것도 없고, 또 나중에라도 아이들에게 미안해 할 일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빚을 내서 과외공부시킨다고 하는 친구도 있으니 내 경우는 그래도 다행이다 싶을 정도이다.

한때나마 교직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학교교육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시류에 그냥 휩쓸려가는 것이 스스로도 못내 안타깝기만 하다. 또 아이가 학교공부를 우습게 알지나 않을까 크게 염려된다. 실제로 학교 수업시간에도 학과공부보다는 과외준비하느라 딴 과목 참고서를 펴놓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학정원을 대폭 늘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나이에 혼자 공부해서 졸업을 하게 하든가 아니면 대졸자와 고졸자간의 임금·지위, 무엇보다도 ‘사람 대접’의 격차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든가, 그야말로 학교교육에 투자를 많이 해서 전적으로 신뢰를 할 수 있게 하든가, 아무튼 이 이상하고 뒤틀린 교육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픈 마음 간절하다.

성순단 ( 서울서초구 반포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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