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없는 黑ㆍ白협상이 平和 여는 지름길
  • 편집국 ()
  • 승인 199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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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阿共 보타 前대통령에게 보낸 만델라의 성명서 요지

 다음은 지난해 6월 남아공의 민권운동가 넬슨 만델라가 옥중에서 당시 보타 대통령과의 면담에 앞서 그에게 전달한 성명서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평화적 해결이야말로 최선으 길임을 강조한 이 성명서는 일부 강경 흑인운동세력으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남아공 최고의 역사적 자료의 하나가 될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편집자)

  심화되어가고 있는 이 나라의 정치적 위기는 오랫동안 나의 중대한 관심사였다. 이제 국가적 이해의 차원에서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 정부가 실질적인 정치적 타결을 위해 긴급히 협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ANC와 사전협의 없이 이같은 시도를 하게 됐음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정상적인 절차라면 우선 나의 견해를 ANC에 보고해야 되는 것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그러한 절차를 밟을 수가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ANC가 불원간 나의 입장을 추인해줄것이란 희망 아래 나의 주장을 재진한다.

  대화의 장애요소들 : 정부는 우리와 협상하지 않는 몇가지 이유들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협상을 위해 나는 정부가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 즉 우선 ANC가 폭력을 버릴 것, 또한 남아프니카공산당(SACP)과의 관계를 끊고 다수지배원칙 요구를 포기할 것 등의 세가지 요구에 국한시키고자 한다.

  폭력문제에 대한 ANC의입장은 매우 간단하다. 이 단체는 폭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게아니다. 인명의 손실, 재산의 파괴, 국민들에게 불행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혐오한다. ANC는 이 나라가 보편적 가치를 갖는 나라, 분열이 없고 평화로운 비인종차별국가가 되도록 오랫동안 끈질기게 노력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평화로운 시위마저도 용납하지 않는 정부의 비도덕적 구조에 대해 자기방어로서의 합법적 형태의 무장투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우리에게 폭력을 포기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게 정부라는 사실은 그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무장투쟁: 출발 초기부터 ANC는 부단히 평화적 해결책을 추구해왔다. 정부는 우리의 대좌 요구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비폭력 약속을 이용하여 최악의 폭력적 형태로 인종억압 정책을 펴왔다. 기본적 인권을 박탈했으며, 우리의 조직을 불법화하고 모든 평화적 저항을 금지시켰다. 이러한 도전에 대해서는 ‘폭력적 형태의 투쟁’이라는 단 한가지 해답이 있을 뿐이다. ANC의 폭력포기 거부는 정부가 처한 진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여러 사실로 미루어 너무나 자명하다. 분명한 사실은 정부가 아직 협상준비는 물론 흑인들과 정치권력을 분담할 태세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백인정부는 정부가 신뢰를 갖고 직접 흑인지도자들과 협상하겠다고 동의 하지 않는 한 ANC는 무장투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명백한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공산당의 역할: 우리는 ANC가 SACP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비난을 거부하며, 그같은 주장을 정부의 중상모략이라고 간주한다. 그것이 모함이라는 사실은 객관적 자료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87년 1월 미국무부가 발표한 SACP 활동에 관한 한 보고서는 정부가 수년 동안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려 했던 내용과 판이하게 다르다. 이 보고서에서는 ANC에 대한 SACP의 영향력은 강력하지만, 공산당이 ANC를 지배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어떤 헌신적인 ANC 회원도 SACP와의 관계를 끊으라는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정부의 그같은 요구를 순전히 이간질을 노린 책략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그것은 우리더러 자살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지조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가, 반대자가 요청한다고 해서 오랜 친구를 버릴 수 있겠는가.

  만델라의 입장:  나의정치적 신념은 몇차례의 정치적 재판과정에서 밝혀졌다. 이들 재판에서 나는 ANC 이외의 어떤 단체에도 내가 속해 있지 않음을 진술했다. 지난64년 6월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당시 법정진술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앞서 진술했다시피 본인은 마르크스사상에 영향을 받았다. 신생독립국가들의 많은 지도자들도 그러했다. 간디나 네루, 나세르 등 서로 현격히 다른 여러 나라의 지도자들도 모두 그런 사실을 인정했다. 우리는 우리 국민이 세계 선진국가를 쫓아가고 빈곤의 유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사회주의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본인의 견해는 그때와 다름없다.

  ‘공산주의’란 용어는 정부가 그말을 사용할 때는 전통적 의미와는 그 뜻이 전혀 달라진다. 사회주의국가에서 군사훈련이나 교육을 받은 모든 자유투사는 정부에겐 공산주의자인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정부 선전의 결과일 뿐 아니라 백인우월의 논리적 귀결이다. 정부는 다수결원칙에 대한 비난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 원칙은 세계 많은 국가에서 민주통치의 기둥이 되 있음에도 이 나라에서는 거부되고 있는 것이다. 이 원칙은 이 나라의 백인정치사회에서는 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수결원칙: 아파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는 실패했으며 흑인들이 언젠가는 정부에서 실질적인 목소리를 갖게 될 것이란 엄연한 현실이 분명해지고 있음에도 이나라 백인들과 그들의서방 친구들은 우리들에게 다수결원칙은 반드시 피해야 할 재앙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수결원CLR과 이나라의 평화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이 원칙이 완전히 적용될  때까지 평화와 안정은 결코 없을 것임을 백인정부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전반적인 상황의 열쇠는 협상을 통한 타결이다. 정부와 ANC간의 만남은 이 나라의 항구적 평화를 향한 첫 번째 주요단계가 될 것이다.

  변화의 단계:  정부와 ANC가 직면케 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양측의 입장을 조정하는 일이다. 이것은 두 단계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양측이 협상의 적절한 분위기를 위한 전제조건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실질적인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나의 이러한 시도는 귀하에게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고 이나라의 정치적 상황을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될 것이다. 지체없는 귀하의 용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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