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무의식은 우리 밖에 있다”
  • 편집국 ()
  • 승인 1990.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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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 간호원인 아내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간 박상륭씨는 이민 초기 병원 시체실에서 청소부로 일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썼다. 그 시절에 쓴 소설이 《죽음의 한 연구》이다. 현재 밴쿠버에서 ‘리더스 리트리트’라는 조그만 서점을 열어놓고 있는 그는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민생활 20년이 넘었지만 손님들이 찾아오면 영어와 한국어가 뒤섞여 튀어나와 당황한다고 전한다.

《칠조어론》이 읽어내기 어렵다고 말하자 그는 “밖과 안의 이분법적 혼돈을 극복하려는 내 명제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면서 “이만큼 살아온 작가의 사유를 독자들이 따라와야 한다”고 덧붙인 뒤 커다란 코끼리와 상아의 비유를 들었다. 자신의 소설이 큰 코끼리라면 그 상아는 독자들이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찍은 사진 3장을 보내면서 동봉한, ‘朴常隆’이라고 새겨진 붉은 2백자 원고지에 쓴 편지에서 그는 이번 소설이 구상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썼다. “희랍인들에게 의해 제창된, 이원론의 우주는, 어쩌면 저물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자, (湖東에서는, 그것이 한번도 문제가 되어본 적이 없는)그러면 어떻게 ‘이원론’은 극복될 수 있으며, 그리고 어떻게, ‘과학’과 ‘종교’는 같은 일점에서 만날수 있을 것인가… 그런 것인 듯합니다.” 그는 “우리들의 무의식은 우리들의 밖에 있다”는 명제에 대한 고려가 이번 작품의 테마라고 했다.

앞으로 쓸 제2부 ‘진화론’(《칠조어론》의 초판이 1,2,3부로 구성된 것은 출판사측의 실수라고 그는 지적했다)은 토굴 속에 유형당한 촛불승의 방황과 고뇌의 이야기가 될 것이며 제3부 ‘역진화론’에서는 촛불승의 해탈이 기술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아내와 세 딸이 있는 집과, 장사가 잘 안되는 서점을 오가며 글쓰는 일 이외에는 별다른 소일거리가 없다는 그는, 서점이 정리되면 모국에 나와 아는 사람들과 함께 “그 맛을 못잊어 해쌓고 있는 막걸리를 먹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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