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과 봉사로 ‘세계적’택시기사
  • 편집국 ()
  • 승인 199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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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상경. 택시조수, 버스조수, 동사무소 급사생활 3년, 미군부대 하우스보이 생활 7년. 이것은 택시기사 金暎二씨(49)가 택시와 인연을 맺기 전 지내온 행로이다. 67년 핸들을 잡은 뒤 개인면허를 취득하기까지는 21년의 긴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88년 개인면허를 취들한 뒤 서울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그의 택시인생은 의미있는 전환점을 맞았다. 바로 그가 고안해낸 명함 때문이었다.

  김씨의 명함은 곧 ‘정직과 신용’의 상징이다. 명함 앞면에는 차량번호와 이름, 카폰번호를 써넣고 뒷면은 운행요금과 거리를 표시한 영수증을 만들어 손님이 타고 내릴 때마다 발급해주었다. 김씨의 명함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 크게 도움이 됐다. 그의 택시에 탔던 외국인들은 어김없이 그를 다시 찾게 되었다. 그는 하우스보이 시절 주경야독으로 터득한 영어실력으로 외국인 손님에게 최상의 봉사를 했다.

  굵직굵직한 국제행사가 열릴 때마다 그는 맹활약을 한다. 그가 태웠던 외국인만 해도 주한 헝가리대사, 핀란드기자단 등 헤아릴 수 없다. 이렇게 해서 전세계에 뿌려진 그의 명함은 3천5백장이 넘는다.

  김씨는 때때로 외국인이 차에 놓고 내린 물건을 찾아주기도 한다. 얼마전 잼버리가 열렸을 때도 스웨덴 보이스카우트 대원이 지갑을 두고 내려 수소문 끝에 찾아준 일이 있다. “나같은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외국인들이 한국인에 대해 호감을 갖고 더욱 많이 찾아오지 않겠습니까.” 김씨의 반문은 마치 동료기사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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