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져야 할 민중주의 미술
  • 광주·성우제 기자 ()
  • 승인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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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두려워 아직 한번도 시내에 나가보지 못했다.” 지난 8월7일 만기 출소한 화가 洪性淡씨(37·민족민중운동전국연합 공동의장)는 3년 만에 햇빛 속으로 나온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공동제작한 걸개그림〈민족해방운동사〉연작의 슬라이드를 평양축전에 보냈다가 89년 8월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제작과 동조찬양 혐의로 구속됐었다. 그는 광주항쟁 때부터 5월판화 제작·시민미술학교 개설 등을 통해 민중미술운동을 주도해온 80년대 대표적 ‘민중화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감옥에서 ‘지금 한반도에서 그림을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동양문화를 정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의 감옥생활은 동양사 중국철학사 한국무속 등을 공부하는 것으로 채워졌다”고 그는 말했다.

 홍씨는 “80년대의 민중 미술은 노동·집회 현장에서 정서를 통일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하면서 90년대 초반의 민중미술은 그 성과를 일정하게 발전시키지 못한 “비빔밥”이라고 말했다. 많은 작가들이 ‘80년대는 잘못이다’라고 생각하는 청산주의에 빠져 있는 것도 문제지만, ‘건강한 미술’이 상업주의 문화로 낙찰될 우려도 적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런 만큼 그는 현 시점이 민중미술의 대중성 문제를 깊이있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보고 있다.

 “현장에서 나부끼는 그림이 실제 삶의 공간에 걸릴 때 대중성을 획득한다는 말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단순히 테크닉을 발휘해 얻어지는 대중성은 제2의 관제미술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 맞는 미학적 준거틀을 세우고 그림의 형식과 내용을 통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80년대 민중미술의 한계를 “투쟁과 비판 일변도”라고 파악하는 그는 90년대 민중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다.

 우선 다양성을 폭넓게 수용해 포스트모더니즘까지도 포용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그림 내용을 생활공간에서 대중이 감당할 수 있도록 변화시켜야 한다. 대중에게 건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어야 할 때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몸을 굴리면서 그 대가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홍씨는 90년대의 민중 미술은 또 대중과의 접촉 면적을 무한정 넓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관 전시뿐만 아니라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대중 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80년대에는 판화가 그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미술이 음악 연극 문학 등 다른 장르와 연대해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홍씨는 “지금은 80년대의 성과들을 빨리 육화해 개인 창작의 불을 지펴야 할 때”라면서 해체되다시피한 광주민족문화운동협의회를 수습한 다음 그림을 그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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