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점 4m 앞두고 12분 사투
  • 강용석 기자 ()
  • 승인 1994.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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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인 3종경기는 78년 하와이에 주둔한 미 해군 중령 존 콜린스가 장병들의 체력과 인내심을 키워주기 위해 고안했다. 하와이에서는 해마다 와이키키 원영대회?오아후 도로 사이클 대회?호놀룰루 마라톤 대회가 따로따로 열렸는데, 이를 한데 묶어 그 해 2월 첫 경기를 가졌다.

 첫 대회에는 남자 15명이 참가해 12명이 완주했다. 여성 선수가 등장한 2회 대회부터 철인 3종경기는 매스컴을 타기 시작한다. 스포츠 전문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명함’을 내밀었으며 텔레비전 방송국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회 대회 여자 우승자는 12시간55분38초를 기록한 린 리메이어로, 그는 킹 코스를 완주한 최초의 여자가 되었다.

 이 경기가 미국인들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기 시작한 것은 82년 2월에 열린 5회 대회 때. 당시 22세의 대학 졸업반 여학생 줄리 모스는 선두로 들어오다가 골인점을 코앞에 두고 주저앉았다. 탈진해 이미 방향 감각을 잃은 그는 그후에도 졸도하고 깨어나기를 되풀이하다 결국 골인했다. 마지막 4m를 12분에 걸쳐 기어가는 모스의 사투 장면이 ABC 텔레비전에 방영되자 시청자들은 짜릿한 감동을 받았다.

 이 장면을 지켜본 시청자 가운데 한 사람이 마크 알렌(36). 알렌은 그후 이 ‘슈퍼맨 운동’에 매력을 느끼고 운동에 정진해 철인 3종경기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그는 84년부터 지난해까지 프랑스 니스 대회를 10연패하고, 하와이 세계선수권대회를 5연패하는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84년부터 나이키를 후원 업체로 업고 광고료?우승 상금을 챙겨 오래 전에 백만장자가 된 그는, 89년 오늘의 알렌을 있게 만든 줄리 모스를 아내로 맞았다.

 대회 참가 연령이 다양한 외국,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92년 당시 75세인 제임스워드가 15시간51분46초로 완주해 박수갈채를 받았으며, 89년 11월 미시간 주 알페네에서 열린 경기에서 짐 맥마렌은 한쪽 다리를 의족에 의지한 채 12시간13분50초를 기록해 3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운동인 철인 3종경기를 무색케 하는 신종 철인 경기도 있다. 멕시코에서 해마다 열리는 데카트라이애슬론(decatriathlon)은 철인 3종경기의 10배 거리를 12일 동안 하는 경기이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카메룬에서 프랑스 마르세유를 잇는 ‘아프리칸 챌리저’는 총거리 8천km를 18일 동안에 윈드서핑 모터사이클 카누 경보 수영 마라톤 등 9개 스포츠로 주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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