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은 현대춤 일으킬 터”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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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개인 무용단 ‘서희 앤 댄서즈’ 대표 최데레사씨

 좀 어리석은 질문 하나. “당신에게 춤은 무엇입니까?” “그냥 나예요.” 재차 어리석은 질문. “당신이 생각하는 춤은 무엇입니까?” “그것도 그냥 나죠.”
 최데레사(35세)에게 춤은 ‘나’의 발현이다. 많은 무용인이 그렇듯, 춤은 그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춤 속에 그가 있고 그 안에 춤이 있는 그런 관계이다. 자아의 정체성, 혹은 존재의 근거는 오로지 춤이라는 예술 형식에서 가능하다. 춤은 존재의 거푸집이다. 여기까지는 그와 다른 무용인과의 차별성이 성립되지 않는다.
 문제는 어떤 춤을 추느냐는 것이다. 이 점에서 최데레사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또는 구별되고자 노력한다. 그는 당대를 지배하고 있는 한국식 현대 무용의 전통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최데레사는 어찌 보면 당돌할 정도로 당당하게 말한다. “국내의 현대 무용은 세계의 흐름에서 30년 뒤떨어져 있어요. 60년대 마사 그레이엄 스타일을 아직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죠 왜 마사 그레이엄을 고집하느냐. 아는 게 그거밖에 없어서 그래요. 영화에 비교한다면, 스필버그류의 첨단 기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데 아직도 히치콕 수법만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죠. 얼마 전에 현대 무용 30주년 기념 공연이 있었는데, 그것이야말로 외국에서는 이제 쳐다보지도 않는 마사 그레이엄의 총결산이었어요”

“우리 무용계 아직 ‘마사 그레이엄’ 못 벗어”
 최데레사는 그래서 ‘새로운 춤’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의 ‘서희 앤 댄서즈’ 무용단은 최근 ‘제1회 새로운 춤 페스티벌’을 신촌 포스트 극장에서 열렸다. 참가자는 그를 포함해 5명. 모두 새로운 춤을 지향하는 안무가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춤 페스티벌의 선언문‘을 통해 이렇게 선언했다. ’이 페스티벌에 참가한 안무가는 독립적인 자기 영역을 지키고, 춤에 대한 새로운 의식과 형식을 창작해야 한다.‘
 최데레사는 “국내 현대무용계가 무용가의 개성과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 획일화시킨다. 30년 전의 마사 그레이엄 외에는 현대 무용이 아니라고 가르친다”라고 혹독하게 비판한다.

 최데레사는 좀 극성맞다. 그가 87년 6월 국내 최초의 개인 무용단 ‘서희 앤 댄서즈’를 창단한 것도 그렇다. 당시의 무용계 풍토에서는 개인이 무용단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86년 컬럼비아 대학원을 다닐 때부터 무용단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어요. 학비도 모자라는 판인데 돈이 어디 있어요. 그래서 학교측에 3천달러를 지원해 달라고 했죠. 학교는 기가 막힌다는 태도였어요. 그 때 제가 그랬어요. 돈을 준다면 틀림없이 학교 이름을 빛내주겠다구요.”

그렇게 해서 ‘서희 앤 댄서즈’는 생겨났다. 무용단 이름의 ‘서희’는 ‘서양 무용을 추는 동양 여자’라는 뜻의 ‘西姬’이다. ‘서희 앤 댄서즈’는 〈At the Hudson River(허드슨 강에서)〉를 첫 작품으로 뉴욕 무대에 데뷔했고,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희 앤 댄서즈’가 탄생한 후 국내에도 개인 무용단이 하나 둘 생겨났다. 이들 개인 무용단은 89년과 90년께 한참 많이 생겨나더니 지금은 도로 없어지는 추세이다. 아무래도 기존 무용계의 두터운 벽을 허물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들은 우리더러 외인 부대라고 해요. 하지만 그 말은 자기들이 더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기 위해 지어낸 말이죠. 저는 우리 같은 사람이 많아야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오히려 외인 부대이죠. 처음에는 우리를 건드리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무런 반응이 없어요. 인정했든가, 포기했든가, 졌다고 생각했든가 셋 중의 하나겠죠.”
 ‘서희 앤 댄서즈’는 4월26~27일 포스트 극장에서 94년 정기 공연을 갖는다.
 “멋모르고 시작할 때가 좋았어요. 지금은 오직 힘든 연습과 시간 투자, 공부가 있을 따름이죠. 더 많이 알면서 더 괴로워졌어요. 그러니까 예술은 결코 좋은 게 아니예요.”
 최데레사의 역설적 예술관이다.
趙瑢俊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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