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혁명이 일어났다
  • 김상현 기자 ()
  • 승인 1994.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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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기안ㆍ결재하는 시스템 개발…종이 사라져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 자기에게 온 편지가 있는지, 결재해야 할 서류가 있는지 확인한다. 편지를 일거나 답장 쓰는 일, 서류를 결재하거나 기안하는 일도 컴퓨터로 한다. 공지사항은 전자게시판에 있다. 모든 문서 양식이 컴퓨터에 입력돼 있어서 필요한 서식을 불러 빈칸을 태우기만 하면 된다.

 종이가 필요 없는 사무실.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핸디소프트(대표 安英景)가 5월10일 선보인 ‘핸디오피스’는 그 모든 일이 지금 가능함을 보여준다. 핸디오피슨 세계적으로 새롭게 각광받는 이른바 ‘그룹웨어’로서, 워드프로세서ㆍ전자우편ㆍ전자게시판ㆍ전자 결재도구 등 다양한 업무 처리 도구를 하나로 묶어 규격화한 통합 소프트웨어이다.

 조작 방법도 더없이 간편하다. 사용자는 컴퓨터에 나타난 초기 화면(위 오른쪽 사진)을 보고 기안을 할지, 문서를 작성할지, 또는 공용문서를 슬지 결정해 그리로 들어가면 된다. 업무 선택이나 처리도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전자펜으로 하므로 컴퓨터에 대한 거리감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전자펜은 종이에 연필로 쓰듯이 보도 위에 글을 쓰면 이를 인식하도록 돼 있는데, 웬만한 필기체도 읽어낼 만큼 인식력이 뛰어나다.

 안영경 대표는 핸디오피스가 “폭넓은 정보를 옹유하고 의사 결정 및 문서 처리를 신속하게 하도록 도와주어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핸디오피스는 도한 사무실이나 기업을 근거리 통신망(LAN)으로 연결해 정보ㆍ업무 처리를 규격화ㆍ일원화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다른 국내외 정보시스템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정보의 유통ㆍ활용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해준다.

모든 유닉스 기종 서버로 쓸 수 있어
 핸디오피스가 내세우는 또 다른 강점은 시스템 환경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국산 중형 전산기인 타이컴을 비롯해 휴렛패커드ㆍ선ㆍDEC등 모든 유닉스 기종을 서버로 쓸 수 있으며, 윈도즈를 탑재한 모든 하드웨어를 클라이언트로 쓸 수 있다. 따라서 사용 기업들은 전산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도 바로 효율적인 클라이언트-서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여기서 서버는 대용량 정보를 담은 모체 컴퓨터로, 클라이언트는 일반 개인용 컴퓨터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핸드오피스는 클라이언트의 용량에 따라 서버의 수도 조절할 수 잇도록 분산 클라이언트-서버 시스템을 선택했다. 기존의 단일 서버 시스템은 클라이언트의 용량 증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윈도즈용 한글 워드프로세서인 ‘아리랑’과 필기체 문자 인식 소프트웨어를 전문으로 개발해온 핸디소프트는 국내 소프트웨어업계에서 가장 고급 인력을 거느린 기업으로 유명하다. 석사급 이상 연구원 41명 가운데 20명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이며, 안영경 대표 자신이 시스템공학연구소 연구실장, 86아시안게임ㆍ서울올림픽 전산부장 등을 지낸 컴퓨터 전문가이다.

 핸디소프트가 통합 사무환경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워드프로세서 단품 경쟁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3년 전부터였다. “워드프로세서는 문서를 만드는 도구일 뿐 국가나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안사장의 말이다. 그렇다고 워드프로세서 시장의 경쟁에 마냥 무관심할 수만은 없다. 정부가 행정전산망에이용할 윈도즈용 워드포소세서로 어떤 제품을 선택할 것인가가 국내 윈도우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국내 그룹웨어 시장은 아직 좁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업무 처리 자동화와 기업 전산화 등을 가능케 하는 답안이기 때문에, 국내 그룹웨어 시장의 확장은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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