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성사 파문 ‘무죄’로 일단락
  • 박재권 기자 ()
  • 승인 199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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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청은 8월30일 사무처장 廉洙政 신부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박 홍 총장의 주사파 관련 발언은 고해 비밀 누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염신부는 이 날 성명에서 “박총장은 자기의 발언이 고해 비밀이 아니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 무슨 내용을 고백했는지 전혀 모르는 제 3자가 이를 추정하여 사제에게 비밀 누설 혐의를 씌울 수는 없다”라고 못박았다.

 염신부는 또 천주교 평신도들이 박총장을 고발하면서 함께 제출한 증거 자료도 증거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 증거 자료에는 박총장이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원들과 민주당 이원형의원에게 자기의 발언 근거가 고백성사라고 말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성명으로 오랫동안 논란을 빚어온 박총장의 고백성사 누설 파문은 일단락되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성명은 8월27일 오후 예수회 지도부 회의 결과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서강대 사제관 3층에서 예수회 한국지구 지구장 안병태 신부(서강대 재단이사장)와 박총장, 예수회 자문위원 신부 들이 참석한 이 날 회의는 극비리에 진행되어 외부에 그 결과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회의가 끝난 뒤 박총장의 입장을 지지하는 한 신부는 “모든 것이 좋게 끝났다”라고 말함으로써, 예수회가 이쯤에서 문제를 매듭짓기로 결정했음을 강력히 시사했었다.

 서울대교구의 박총장 결백 결정은 예수회의 이같은 결정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회법상 서울대교구는 이 문제의 재판 관할권을 가지고 있지만 박총장이 천주교 교구가 아닌 예수회 신부이기 때문에, 천주교 서울교구측은 신중하게 이 문제에 대처해 왔다. 예수회 쪽 관계자는 “소속이 다르므로 예수회의 결정을 존중하는 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낙관적인 기대를 표명했었다. 염신부는 이날 성명에서 사제에게 고해 비밀 누설 혐의를 씌우는 것은 고백성사가 지닌 신성불가침의 권위를 훼손시킬 위험이 있다고 누차 강조했다.

 그동안 박총장의 발언 형태는 예수회 신부들 사이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신부는 “박총장이 평소에 신중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朴在權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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