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적 인간성의 이중 印畵
  • 이세룡(영화평론가) ()
  • 승인 2006.04.2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유로파 감독:라스 폰 트리에 주연:장 마르크 바 바바라 수코바

 
최면을 거는 듯, 음울하고 육중한 막스 폰 시도우의 나래이션 ,우리는 1945년 전후의 독일로 돌아간다. 숫자를 거꾸로 헤아리는 소리가 관객을 일상의 세계로부터 밀어낸다.

 라스 폰 트리에의 콘티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특수촬영)에 힘입어 흑백의 시네마스코프 영상으로 시작되는 첫 장면부터 자못 위압적이다.

 선량하기 짝이 없는 독일계 미국인 레오폴드 케슬러(장 마르크 바)가 독일로 건너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독일 재건을 도우려는 케슬러는 삼촌의 주선으로 열차 검표원으로 취직해 근무하던 중 철도회사 사장의 딸 카타리나(바바라 수코바)와 친해지고 그의 초대로 만찬에 참석한다. 여기서 케슬러는 카타리나의 오빠 래리를 비롯해 미군 대력 해리스, 카톨릭 신부를 만나는데 이들은 각기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이 삶과 세상을 보는 눈은 그만큼 다를 수밖에 없다. <유로파>의 주인공은 케슬러가 아니라 카타리나인것처럼 보인다. 영화 속에서 그의 등장 횟수는 많지 않지만 카타리나는 ‘베어올프’라는 반연합군 전선에 가담하고 있으며 이 사건이 영화 전체의 배경이 되고 있다.

 카타리나는 케슬러와 사랑하고 결혼하지만, 그는 낮에는 연인이면서 밤에는 아버지에게 협박장은 쓰는 야누스적 인물로 종국에는 남편 케슬러마저 죽게 만든다. 물체와 물체의 겹침, 흑백인물과 컬러인물의 이중 인화는 카타리나는 인간의 이중성에 이르러 인간과 사물, 세계의 이중성까지를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가족을 사랑하는 카타리나가 목숨까지 걸면서 나치의 전쟁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이중성이 선뜻 잡혀지지 않는다.

 
<유로파>는 나치의 도덕성에 관한 우리들의 진지한 성찰을 조롱한다.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영상과 구도를 재현한 듯한 이 작품은 광기의 표현에는 성공하고 있으나 이 광기의 원천을 인간의 이중성에서 찾는 무책임을 드러낸다. 따라서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덕인 면에서 모아진다. 한 장면과 다른 장면의 연결, 한 장면 속에서 시공을 자유로이 넘어드는 기법은 신인감독답게 신선하다.

 군데군데 흑백장면에서 적절한 컬러로 화면전환을 시도하면서 극대화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점, 하나의 영상충격으로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