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 요리’ 내민 코코스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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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도파, 외식업 양도 파문…“법 몰라 공시 안했다” 강변



‘코코스 건’으로 (주)미도파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8월11일 코코스를 회사 내에서 떼어내기로 한 이사회 결정을 고의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인 코코스의 93년 매출액은 1백93억원. 이 ‘잘 나가던’ 알짜 사업부를 떼어낸다는 사실은 미도파 주식을 산 투자자를 경악하게 만들 수 있다.

 증권거래법에는 영업 양ㆍ수도, 기업 합병 같이 투자 행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경 사항은 결정하는 즉시 공시하도록 돼 있다. 미도파의 코코스 양도 건은 결정된지 12일 만인 23일 증권거래소의 조회 결과 확인됐다. 이 회사는 공시 불이행을 범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미도파가 공시 불이행에 따른 법적 제재를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투자자 보호 차원으로 불거졌다. 현행 법은 투자자가 양도 결정이 못마땅하면 그 회사에 자기가 가진 주식을 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이 ‘주식 매수 청구권’ 제도는, 그러나 이 기업에 적용하기가 고약했다. 이 회사는 8월29일에 주주총회를 열려고 7월1일자로 주주명부를 폐쇄해 버렸다. 7월1일 전까지의 투자자만 주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주식 매수 청구권은 기준일 이틀 전인 6월29일 전에 주식을 가진 주주만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코코스 양도 건을 모른 채 6월29일 이후 주식을 산 사람은 피해를 호소할 길이 없다.

 투자자의 항의가 거세지자 증권감독원은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심판을 내렸다. ‘미도파는 코코스 양도 건을 이번 주주총회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못한다’. 꼭 통과시키고 싶다면 새로 주총 날짜를 잡으라는 것이다. 張 泳 재무관리국장은 “이번 주총에 상정하는 것을 불허함으로써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따른 허점은 해소됐다. 그러나 양도 사실을 눈치채고 주식을 사고 판 사람이 피해를 봤다는 증빙을 할 수 있다면, 청구권과 별개로 미도파에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코코스 양도 건은 절충안으로 결론이 났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공시를 하지 않은 데 대해 미도파측의 대답은 ‘몰랐다’이다. 코코스 사업부를 떼어내 코코스 코리아(가칭)라는 별도 법인을 만드는 시점이 12월 말이고, 이 양도 건이 주주총회에 올려질 안건이기 때문에 결정 즉시 공시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주장이다. 한 증권사의 미도파 담당자는 “성장성과 수익성이 뛰어난 코코스를 비상장 회사로 만들면 상장 회사가 갖는 부담이 없어 대주주가 운신할 폭이 넓어진다”며, 공시를 안한 것은 주가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75년에 상장한 이 회사가 어떤 경우에 공시를 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대답은 궁색하게 들린다. 불성실 공시 법인들의 문제가 될 때마다 하는 변명이 ‘몰랐다’는 것이고 보면, 미도파의 고의성에 무죄 평결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증권가의 지적이다.
張榮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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