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력 음반??韓黑 갈등 2회전 돌입
  • 로스앤젤레스·백승환 미주한국일보 기자 ()
  • 승인 199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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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큐브의 노래 공세 한인단체들 집단 반발

 로스앤젤레스 한·흑인 갈등이 심화돼가는 가운데 인기 흑인 랩가수 아이스 큐브가 한인을 직접적으로 비방하고 보이콧을 선동하는 노래를 발표해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아이스 큐브의 랩송‘불랙코리아??(Black Korea)는 그가 최근 들어 발표한 두번째 앨범??사망진단서??(Death Certificste)에 수록된 17곡 중 하나다.

 로스앤젤레스 한국총영사관(총영사 박종상) 한인연합회(회장 게리 김) 등 한인단체는 이 노래가 발표된 데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상태이다. 총영사관측은 지난 5일(LA 현지시간) 10여개 한인단체의 단체장들을 소집, 대책회의를 갖고 일단 앨범 제작사인 프라이어리티 레코드사에 공식서한을 보내 문제의 앨범을 더이상 제작하지 말고 현재 시중에 나온 레코드도 판매를 중지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레코드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 상인들은 다소 매상에 지장이 있더라도 이 앨범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음란· 저속하고 폭력적인‘ 블랙 코리아??
 한·흑인 갈등은 지난해 뉴욕 한인 청과상 장봉재씨의‘레드애플??사건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당시 이 사건은 미 전역에서 큰 관심을 끌며 처음으로 한인 상인들과 흑인 고객간의 갈등을 표면화시켰다. 뉴욕사태는 일년 이상 흑인 과격단체가 보이콧을 주도하는 가운데 결국은 장씨가 상점을 처분하고 이 지역을 떠나는 형식으로 마무리됐다. 이 사건은 1년 전 흑인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에 의해??Do the right thing??이란 제목으로 영화화됐다.

 흑인 보이콧의 불씨는 지난 4월 흑인 밀접지역인 사우스 로스앤젤레스애서 상점을 운영하던 박태삼씨가 흑인 강도에게 총격을 가해 현장에서 사망케 한 사건 이후 로스앤젤레스로 옮겨붙었다. 당시 흑인 인권단체들은 흑인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인 박씨가 과잉방어를 했다는 이유로 보이콧을 시작, 지난 10월 결국 박씨가 다른 사람에게 상점을 넘겨준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중단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한·흑인 갈등이 표면화된 이후 사우스 로스앤젤레스 근교에서는 금년 들어서만 10여명의 한인 상인들이 흑인 강도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이로 인해 로스앤젤레스 한인사회의 단체장들은 물론 토머스 브래들리 시장이 한·흑인 관계 개선에 발벗고 나선 상황에서 아이스 큐브의 노래가 발표돼 여파가 더욱 크다.

 문제의 랩뮤직 가수 아이스 큐브는 지난해‘AmeriKKKa′s Most Wanted??라는 앨범을 발표해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랩뮤직은 흑인들이 이제까지 가져보지 못했던 가장 효과적인 정보전달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랩뮤직의 영향력을 스스로 인정한 상황에서??블랙 코리아??같은 곡을 발표해 더욱 분노를 사고 있다. 그러나 내용이 폭력적이고 음란?저속하다는 이유로 대중방송매체에서는 그의 음악을 틀지 않고 있으나 레코드상점 등을 통해 흑인 10대 사이에서는 이 곡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로스앤젤레스 지역 한인 상점주인들은 아이스 큐브가 출연한 세인트 아이데스(St.Ides) 맥주광고가 역시 인종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광고 내용을 변경할 때까지 이 맥주 구입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한미연합회 게리 김 회장은“대중가요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좋은 내용의 노래는 인간들의 감정을 유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지만 반대로 나쁜 내용의 노래는 인간의 감정을 더욱 악화시키며 폭력과 살인을 조장하게 된다??고 지적하며 아이스 큐브의 음반이 더이상 판매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랙코리아
(한인 상인과 흑인 손님과의 거친 대화로 시작)
흑인 : B 배터리 20개 달라.
주인 : D라고?
흑인 : B라고 말했다.
주인 : D라고?
흑인 : D. you mother fucker. 장사하려면 영어부터 배워라.
주인 : I don′t fuck you.
(이어 음악이 깔리며 가사가 시작된다.)
내가 식품을 사러가야 할 때는 1전까지 셈하는 동양인 가게에 가야만 한다. 그들은 이 세상 모든 우리 형제들을 물건 훔치는 도둑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우리들을 크게 노하게 하고 있지. 그들은 우리가 가게에 들어서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행동을 주시하고 있어. 어떨 때는 권총을 꺼내 차라리 강도로 돌변하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 그러나 이 망할 놈들아. 나도 직업이 있단 말이다. 가게 안에서 나를 졸졸 따라 다니지 마. 그렇지 않으면 너의 그 조그만 엉덩이가 전국적인 보이콧의 대상이 될 거야. 흑인들의 주먹에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우리는 너희들의 가게를 불태우고 가루로 만들어 버릴 거야. 그리고 우리는 너희들을 지켜볼 거다. 왜냐하면 너희들은 우리들의‘게토??를 블랙 코리아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지. (이어 한인 주인이 계속 I don′t fuck you를 외치는 동안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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