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뇌물 그리고 거짓말 ‘잡배’ 무색한 美의원들
  • 워싱턴·이석열 특파원 ()
  • 승인 1990.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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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상·하원 의원 8명 윤리위 심판대에

 미국의 유명한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일찍이 미 국회의원들을 가리켜 “미국에 둘도 없는 범죄집단”이라고 혹평한 일이 있다. 약 1백년 전에 한 말이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그 말이 크게 빗나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는지 모른다. 현직 상·하원의원 8명이 금전문제와 섹스 스캔들로 의회 윤리위원회의 조사대상에 올라 있고 그 가운데 2명은 이미 유죄판결이 났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 아들도 금융부정 관련 의혹

 최근 상원 윤리위원회는 공화당의 미네소타주 출신 4선 의원 데이브 듀렌버거(50)에 대해 “비윤리적인 행위로 상원의 명예와 권위를 실추시킨 데 대해 견책을 받아 마땅하다”는 결의를 했고 이에 대해 듀렌버거 자신도 “본인의 잘못을 시인한다”고 용서를 빌었다.

 그가 저지른 잘못이란 연설을 하고 받는 사례금의 제한액수(1회 2천달러)를 속이려고 자기가 쓴 책 선전비조로 돈거래를 한 것인양 허위문서를 만든 것과 고향에 있는 자기 건물을 마치 남의 것을 빌어쓴 것처럼 꾸며 집세를 의회로부터 받아냈다는 것, 그리고 본처 몰래 정부를 여비서로 채용하여 의회 사무처로부터 월급을 타 쓰게 했다는 것이다.

 이튿날 하원에서는 민주당 소속 뉴욕주 출신 5선인 바니 프랭크 의원(50)이 “동성연예중인 매춘 남성을 비서로 채용하고 동거생활을 했을 뿐 아니라 자기 숙소를 매춘장소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의회의 명예를 더럽힌 잘못”으로 하원 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에 회부한다”는 통고를 받았다. 이 매춘 남성은 마약거래와 성관계 범법자로 교통위반으로 경찰의 소환장을 받자 프랭크 의원이 나서서 무마시켰는데 국회의원 전용 편지지로 “잘봐 달라”는 사연을 적어 보낸 것이 밝혀져 프랭크 의원은 더욱 난처하게 되었다.

 또한 최근 크게 화제를 뿌리고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아들 닐 부시가 관련된 금융부정사건에 대해 권력개입 여부를 가리려는 노력이 집중되고 있는 판매 금융사상 최대 부정사건의 하나로 알려진 링컨금융회사 사건에 5명의 상원의원이 연루되었다는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20여년 의원직을 갖고 있는 베테랑의원들의 얼굴이 사색이다.

 세칭 ‘키팅 5’로 통하는 이 사건에는 4명의 민주당 중진 상원의원과 1명의 공화당 초선 상원의원이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캘리포니아주 출신 알랜 크랜스튼 전 민주당 원내총무를 비롯해서 오하이오주 출신 존 글렌 의원, 아리조나주 출신 대니스 디콘치니 의원, 미시건주 출신 도널드 리글 의원 등은 모두 20~26년간 의원직에 있는 4선 의원들이며 유일하게 공화당 소속 아리조나주 출신 존 매케인 의원만이 초선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보면 이들은 아리조나주에 있는 부동산개발업자인 찰스 키팅이라는 사람에게서 수만달러에서 1백만달러에 이르는 선거자금을 받아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키팅이 소유한 링컨금융회사가 경영부실로 문을 닫을 고비에 이르게 되어 은행감독원이 이를 차압하려 들자 압력을 넣어 차압을 보류시켜놓고 이를 매각해서 다소나마 돈을 건질 수 있게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금융회사는 얼마 후에 파산했지만 차압을 했더라면 1억5천마달러의 국고손실로 끝났을 일이 시일을 끄는 바람에 약 10배에 가까운 손해가 생겨 국민세금이 그만큼 더 축나게 됐으니 이 잘못은 ‘키팅 5“에게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론의 화살이다.

 현재 은행감독원은 찰스 키팅을 부정축재혐의로 고발해놓고 있고 법무부는 ‘키팅 5’에게 어떻게 해서 1백30만달러가 나가게 되었는지를 캐내기 시작했으니 결국 이 사건은 자칫하면 의회내 처리도 처리려니와 형사문제로 번지게 될지도 모른다. 상원 윤리위원회는 작년 12월22일부터 이 사건에 대한 예비조사에 나서 2명의 전문 변호사를 고용하여 방증수사를 하고 있다.

 

제명하지 않고 유권자 판단에 맡겨

 ‘키팅 5’와는 별도로 뉴욕주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 알폰세 다마토에 대한 비리조사가 상원윤리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다마토 의원은 주택건설업을 하는 친척에게서 선거자금을 받아쓴 뒤 그 친척이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연방 주택 및 도시개발부에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작년 6월말에 하원의장직 사임을 부른 짐 라이트 사건은 1년을 끈 떠들썩했던 큰 사건이다. 미국의회 2백년 사상 임기중 의장직사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는 처음이다. 1987년 하원의장으로 선출 된 라이트(66)는 ‘의회사상 가장 뼈대있는 국회의장’으로 내외의 큰 기대를 모았었으나 하원법규를 69차례나 어겼다는 윤리위원회의 판결로 32년간 유지해온 의원직을 명예롭지 못하게 물러났다.

 라이트에 대해서는 정치싸움의 희생양이라고 동정하는 여론이 많았다. “레이건이 보내는 법안에 눈감고 고무도장을 찍는 그런 국회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미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대통령에 ‘속했던 레이건을 걸고 넘어지겠다는 그의 ’당돌함‘에 공화당 충성파들이 벌떼같이 달라붙어 목에 비수를 들이댄 것이다.

 미 상원에서는 2백년 동안 8월의 의원이 징계에 회부되었다. 또 지난 30년간 3명의 의원이 윤리위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제명된 사람은 없지만 재출마했다가 모두 낙선하고 말았다. 의원에 결의한 일은 없다. 징계, 견책 정도로 끝내고 나머지는 유권자가 알아서 하도록 맡겨둔다.

 의원들의 부정사건이 늘어남에 따라 선거 자금제한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회내에서 나오고 있다. 선거를 한번 치르는데 상원의원 한사람이 4백만달러를 쓰고 하원의원은 적어도 40만달러가 든다는 것이다. 이 돈을 모으자면 상원의원 한사람이 매일 1만5천달러씩 1년을 모금해야 한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앞장서서 선거자금 제한법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공화당쪽에서 별로 달가워하지 않아 언제 일이 매듭지어질지 분명치 않다.

 마크 트웨인이 무덤에서 나와 그런 꼴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흰 개 꼬리 1백년 묻어 두어도 소용이 없군… 둘도 없는 범죄집단…쯔쯔….” 이런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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