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 연구 시급하다"
  • 이문재기자 ()
  • 승인 1991.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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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 속담 사전》펴낸 고려대 정종화 교수

  속담은 그 속담을 만들어내고 유지해온 전통사회의 정신적 원형질이다. 속담은‘지은이??가 불분명하지만 그 사회와 구성원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효용성을 인정하며 가꾸어온 지혜의 모듬이다. 속담으로 설명되어지는 인간과 사회는 속담을 앞서가기 이쑤인 현대사회보다 인간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담은, 고정이 그러하듯이 지금도 충분히 유효하다. 문명의 진화 속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정신문화는??귀소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한영속담사전》(탐구당 펴냄)을 발간한 鄭種和교수(고려대·영문학)는“우리 민속학과 국문학 분야에서 했어야 할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 사정은 한국의 속담과 영국의 속담중에서 그 내용이 같거나 비슷한 것들을 묶어 주제에 따라 80여 항목으로 분류한 것으로, 한글(한문) 문화권과 영어(서양)문화권을 비교할 좋은 기초자료를 제공한다. 뜻밖에 양국 속담에는 비슷한 것들이 많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와 'Blood is thicker than water',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와 'No news'는 표현까지 완전히 같으며,  '시장이 반찬' 과 'Hunger is the best sauce' 따위는 내용면에서 같다.

인간관계 인생 생활상 명예와 신의 등 14개 제목으로 분류한 이 사정은 일차적으로 서로의 차이점을 확인한 것이지만,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새삼들여다보게 하면서‘타산지석??의 계기도 마련해 준다. 정교수가 학자로서 영국속담으로부터 제일 먼저 타산지석이라고 짚는 것은 영국의 기록문화이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 누가 그 속담을 사용 혹은 인용했는지 정확히 고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속담 연구는 수집과 분류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는 정 교수는 우리 속담이 하루빨리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떠오르기를 바란다. 기록자료가 태부족한 전통사뢰를 재해석하는 통로로써 속담만한 것이 드물기 때문이다.

 한국과 영국에서 쓰이는 속담에 대한 개념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우리 속담이 민중문화의 결정체라면 영국 속담은“현자들은 속담을 만들고 바보들은 속담을 반복한다??는 예처럼 격언과 가까운 뜻으로 규정되는 상류층 문화이다. 우리 속담은 굶주림과 피지배에 대한 풍자?해학, 약삭빠름과 조급함, 개인보다는 가문을 강조하는 등의 특징으로 나타나는 반면, 영국은 여유와 인내심, 개인주의, 전문직업의 존중 등을 강조한 속담들이 많다. 나아가 영국, 즉 서양속담은 평등과 정의 공명 명성 등에 관한 표현들이 많지만 우이에게는 거의 없다.

 그간 우리의 소설 시조 전래동화 등을 영어권에 번역, 소개해온 종교수는 특히 전래동화의 경우 많은 항의를 받았다.《삼국유사》에 나와 있는〈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영역했더니 유럽에서“그 동화는 회랍신화에 나오는 우리 것이다??라는 편지를 보내왔고〈별주부전〉을 보고는 인도에서??우리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구비문학의 유입경로나 시기에 대해 고증이 전혀 안되어 있음을 몸으로 느꼈다. 속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유입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인간 정서는 동일하므로 동시에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그는 풀이한다.

 영문학은 곧 영국학이며, 모든 문학은 인간에 대한 연구라는 정교수는“영국과 영문학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탐색해 나가다 민속학적 방법론을 끌어들였다.

 이번 속담사전은 그가 교육부로부터 학술진흥기금을 후원받아 5년째 계속하고 있는 연구사업의 하나인데 앞으로 나올《속담을 통한 한국전통사회의 문화 연구》와《연역한국속담집》등 세 저술로 완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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