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지만만' 서울방송 시청률 1위 노린다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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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자 프로· 뉴스 다양화 등 차별화로 승부 드라마· 쇼· 퀴즈 물량 공세…문제는‘質'

 서울방송의 스튜디오는 서울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드라마 스튜디오는 양평동과 운현궁 중앙문화센터에, 공개홀은 이태원 비바백화점 5층 비바홀에, 뉴스 스튜디오는 여의도 태영빌딩 본사 1·5·6층에 자리잡고 있다. 올해로 창사30주년을 맞이한 KBS와 MBC에 비해 sbs는 그 연륜만큼 자금 인원 방송기자재 모든 면에서 청년과 갓난아기에 비유될 정도로 초라하다. 하지만 오는 12월9일 개국을 앞둔 서울방송은 그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방송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서울방송은 채널‘6'과 비슷한 'b'를 시청자에게 부각시키기 위해 기존 방송사와 달리 방송사 로고를 알파벳 소문자 'sbs'로 결정했고 국내 최초로 '뉴스쇼'를 시도하는 등 철저한 차별화전략을 펴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공민영방송으로 뚜렷한 자기 색깔 없이도 시청자를 끌어들였던 KBS와 MBC는 더이상 땅짚고 헤엄치듯 대응편성만으로 시청자를 붙잡아둘 수 없게 됐다.

 무거운 뉴스와 가벼운 뉴스 구분 편성
 방송가에서는 과연 상업방송 sbs가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KBS와 MBC에 맞서 얼마나 지혜롭게‘차별화작전을 펼치면서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하고 자뭇 궁금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서울·경기 지역과 충청·강원도 일부를 가시청권으로 하는 서울방송은 전국 시청자의 45%인 1천9백만명을 잠정 시청자로 집계한다. sbs는 기본 편성비율에서는 타사와 별다른 차이점이 드러나지 않는다(71쪽 표 참조). 그러나 sbs의 각부문별 차별화는 타사와 다른 포맷을 취하되 내부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우선 보도부문의 경우 뉴스는‘하드뉴스' 와 '소프트뉴스'로 이원화된다. 기존 방송사의 9시대 뉴스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 한시간 앞당긴 'sbs뉴스8'은 孟亨奎 앵커(전 연합통신 논설위원)가 단독으로 진행을 맡아 하드뉴스 중심이되 기존 방송사의 관변 위주 뉴스에서 탈피해 생활에 필요한 뉴스의 제공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타사의 경우 약 1분30초로 되어 있는 리포트를 1분 이내로 속도감있게 구성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보조에 맞출 예정이다.

 반면 밤 10시에 진행되는‘sbs뉴스쇼'는 기자출신 , 전문MC , 영화배우 李慧英 씨 등 전공분야가 다른 3명이 공동진행하게 되는데 "쇼처럼 뉴스를 재미있게 포장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혜영씨는 배우 출신 여성앵커라고 해서 눈요기감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받았지만 방송가에 상당한 화제를 뿌림으로써 역설적인 선전효과를 거두었다. 뉴스를 이끌어갈 권오승 편집제작부장의 말대로 "뉴스를 회화화하자는 게 아니라 쉽게 보도하자"는 애초의 취지가 성공한다면 활자매체의 뉴스와 대동소이한 현 방송뉴스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황금시간대인 오후 7~11시에 몰려 있는 드라마 쇼 코미디는 상업방송으로서의 사활이 걸려 있는 부문이다. sbs는 한국방송 사상 시청자들에게 큰‘재미'를 제공한 프로그램은 이유를 분물하고 모두 모으되 드라마는 큰제목을 "○○○극장"으로 통일하고, 쇼와 코미디는 타사의 간판스타들을 대거 스카우트하여 모양새를 갖췄다. 70년대 상업방송인 TBC의 간판드라마였던 사극이 일일연속극 '유심초;로 부활된다. 80년대말 KBS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으나 노골적인 섹스방담이라는 여론재판에 밀려 막을 내린 '자니윤 쇼'의 자니윤도 연봉 2억5천만원에 스카우트 되어 다시 얼굴을 내민다.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퀴즈도 많다.‘알들살림장만퀴즈' '함께 퀴즈를'이 주4회이상 중복 편성되어 있고, 목요일에는'빙글빙글퀴즈'까지 합해 하루에 3개의 퀴즈프로가 몰려 있다. 오락부문 편성에 대해 崔昌燮교수(서강대.신문방송학)는 "타 방송사와의 차별화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고 평가하면서 70년대의 '드.쇼 편성'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그 당시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었던 저질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드.쇼 편성'이란 KBS MBC TBC 공존한 70년대 당시 드라마와 쇼가 번갈아 편성되었다 해서 생겨난 말로 이 시절에는 하룻밤 동안 볼 수 있는 연속극만 해도 무려 13개였다.

기존 희극인 영입, 식상한 웃음 전달 우려
 여기에다 기존 방송사의 알려진 얼굴들을 모셔갔으니 신선미도 떨어질 것이라는 게 방송가의 평가이다. 사실상 MBC‘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의 명MC 이덕화는 1억여원에 전속 계약하여??쇼 서울 서울??의 진행자로 나오고, 심형래 김미화 최양락 김학래 임미숙 등 KBS의 간판급 코미디언들이 전속을 옮겨 sbs코미디에 출연할 예정이다. 따라서 코미디언들이 거듭나려는 자세 없이 유명세에 편승한 메너리즘에 빠진다면 시청자는 식상한 웃음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다양한 가치관이 혼재해 있는 현대사회에서 경쟁에 시달리는 사람들. 그들에겐 오락은 이미 선택이 아니라 생활의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는 필수적인 저장고로 자리바꿈한 지 오래이다. 상업방송으로 오락성은 어떠해야 하는가. 金永錫 교수(연세대·신문방송학)는“부담없이 깨끗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덕성 윤리성 사회규범 생명존중 등의 가치관이 등한시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또 최창섭 교수는 오락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상업방송의 오락성은??시청률 맹신주의??풍토와 맞물려 광고주에게 유리한 가치판단의 잣대로 활용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광고주 획득을 위해서는 다수지향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시청료를 받는 KBS가 70%를 광고료에 의존하고 있고, MBC와 sbs가 1백% 의존하는 운영에서 다수지향의 시청자를 무시할 수는 없다.??현재의 시청률조사는 조사기관마다 서로 기준이 다르지만 대안이 없다 보니 광고주들은 시청률에만 의존하게 된다??는 최교수는 sbs 출범으로 더욱 경합이 치열해질 시청률경쟁을 공신력있게 저울질할 수 있도록??표준시청률조사협의회??의 설립을 제안한다.

제2의 차별화전략‘ 경영합리화??
 서울방송의 출현데 대해 기존 방송사들은 한껏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MBC 이득렬 보도이사는“12월9일 뉴스시간에 서울방송이 탄생했다는 소식을 차분히??뉴스??로 전할 예정??이라면서 아우를 맞이하는 형의 의젓함을 내보이고 있다. KBS 姜炳宇 편집실장은 ??방송환경이 바뀌면 KBS의 색깔을 분명히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KBS 1TV는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이 나아갈 길잡이에 주력하고, KBS 2TV에서는 대중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는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감안한다 해도 상업방송에서는 경영의 차원에서 감히 접근하지 못할 프로그램이 KBS에 있다??고 여유있는 반응을 보인다. 강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10개 지방총국을 중심으로 지방문화를 전국화하는??농어촌 지금은??(아침 6시5분~6시20분)과 같은 프로그램은 전국 네트워크를 지닌 KBS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울방송은 투지가 만만하다. 프로그램의 차별화 못지않게‘경영합리화??를 sbs의 차별화전략으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sbs 홍보실 李相根씨는??외주제작 비율이 6.5%로 다른 방송사보다 높다. 인원이나 방송기자재 등 타 방송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서울방송으로서는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면서 경영합리화를 꾀하는 이중의 효과를 노린다??고 설명한다,

 서울방송의 직원 수는 11월20일 현재 8백10명으로 이 숫자는 MBC 서울본사(1천8백2명)의 잘반 수준, KBS 서울본사(3천4백 31명)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서울방송은 소수정예로 움직이되 외주제작을 활용해 상업방송의 경영합리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외주제작이란 독립프로덕션과 계약을 맺고 프로그램 제작을 맡기는 것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다양한 시청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방법으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한 예로 영국의 경우 82년 개국한‘ch-4??는 전파만 운영하고 편집할 권한만 가질 뿐 자체제작 없이 외주 프로그램만으로 방송을 하고 있다. BBC도 93년까지 외주비율을 25%로 높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CA-TV시대를 앞두고 공보처는 매년 외주제작 비율을 높여간다는 기본방침 아래 올해에는 외주제작 편성비율을 3%로 정한 바 있다.

“정직? 공직? 재미난 sbs 되겠다?? 
 그러나 sbs의 외부 프로덕션 활성화 방안은 아직 시험단계에 불과하다. 외주로 제작되는‘남편은 요리사????다함께 퀴즈를????sbs문화광장??등의 프로는 대체로 손이 많이 가고 만들기 귀찮은??구색갖추기??프로그램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토요일 낮 12시부터 50분 동안 방영되는??sbs문화광장??을 제작하게 될 서울텔레콤 徐圭錫 대표이사는??독립프로덕션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대작을 맡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그러나 독립프로덕션들은 새로운 운동장이 생겼다는 점에서 수익성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사기충천해 있다??면서??외주제작의 성공 여부에 따라 방만한 구조로 치달아온 양 방송사는 감량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sbs의 방송지표는‘건강한 방송 건강한 사회??이다. sbs 表在淳전무이사는??이윤 추구가 첫 번째 목표인 기업경영에서 상업방송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11년만에 새롭게 출발하는 민영방송으로서, 그동안 지속되어온??공영방송 독점체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방송인으로서 정직한 방송, 재미있는 방송을 만드는 데 sbs 명예를 건다??고 다짐한다.

 방송사는 개인이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송사의 전파는 국민의 것이다. 서울방송은‘시작은 늦었어도 앞서가면 선두주자??라는 일념에 불타고 있다. 그러나 채널이 몇 개이든 각각의 채널은 모두 공공을 위한 것, 궁극적으로는 공공의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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