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산 주의는 왜 패했는가
  • 박권상 주필 ()
  • 승인 1990.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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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도착했을 때 서베를린서 당국에서 짜놓은 일정표에 동베를린 방문계획이 있었고, 동독공산당 부당수를 만나는 순서가 있었다. ‘不?請이나 固?願’이라 쾌히 만나 그들 입장을 들었다. 지금은 망했지만, 45년간 동독 1천6백만을 힘으로 다스린 공산당이 아닌가, 이름조차 독일통일사회당(SED)에서 민주사회당(PDS)으로 바뀌었다.

 PSD 부당수 앙드레 브리 교수는 혈색 좋고 재기발랄한 지성인 정치가, 이제 사십을 갓넘은 새세대 공산당원이다. 곡 대담에 들어갔다.

 PDS는 구공산당과 어떻게 다른가.

 “통일사회당(SED)을 계승한 것이다. SED는 유럽에서 가장 정통적인 공산당이었다. 46년 독일 공산당과 사회당이 합친 것이다. 불행히도 48년부터 51년까지 사회민주세력은 소탕되었다. 그러나 SED 안에 사회민주주의세력이 잠재하였고, 85년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노선 후에는 훔볼트대학 중심의 새로운 사회주의세력이 대두하여 독일민주공화국(GDR) 정권에 비판적 입장이었다. 89년부터 SED가 급속도로 변했고 PDS로 발전한 것이다. 전통적인 공산당의 그것과는 판이하고, 사회민주주의 색채를 짙게 하였다. 스탈린주의를 완전히 청산 하였다.”

 

민주주의적 방법에 의한 사회주의의 소생

 공산당은 왜 실패했고, 동독은 왜 붕괴했는가.

 “가장 큰 잘못은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다. 전통적인 사회주의 개념은 민주주의와 밀접하게 견결되어 있다. 사회주의운동의 아버지 오가스트 헤이블은 20세기초 민주주의가 전부는 아니지만, 민주주의없는 사회주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갈파했다. 레닌이 러시아와 저개발국에서 공산운동을 일으켰는데, 그 주요 토대는 비민주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사회주의혁명이였다. 이 러시아의 개념은 초기에는 이해할 만했다. 그것이 스탈린식 독재로 발전했고 제2차대전 후의 공산주의체제의 모델이 되었다 민주주의 성격을 말살하여 인민의 버림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만이 유일한 잘못은 아니었다 경제적인 개념에 큰 실수가 있었다. 사회 경제 문화에 있어 당은 단일 노선만을 강요했다.”

 공산당 치하의 독일민주공화국이 이룩한 것은 무엇인가.

 “동독이 이룬 중요한 업적은 사회적인 평등에 입각한 단결이라는 성격이다. 누구나 한달에 30마르크(1만5천원)정도의 월세로 살 수 있고 생활에 필요한 품목은 국가 보조로 거의 거져 누릴 수 있었다. 이런 정책이 경제의 파탄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지만.”

 PDS는 지난 3월 동독선거에서 16%의지지 밖에 받지 못해 정권을 내놓았다. 12월에 있을 통일된 독일총선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는가.

 “전망이 매우 밝다. 녹색당, 사민당 좌파,기타 저명한 무소속 좌파 인사들과 연합한다. 의회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5% 이상의 지지표를 얻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귀하는 개인적으로 공산주의사상을 신봉하고 있는 가.공산주의는 죽었는가.

 “아니다. 나는 사회주의를 신봉한다. 공산주의는 전망이 없다. 그러나 파리 콤뮨 같은 공산주의 전통 또는 호사 룩센버그나 이탈리아의 감세 같은 이의 생각은 근대적인 진보적 사상을 형성하는 데 역할을 맡는다. 지난 45년간 경험한 공산주의는 죽었다.”

 지난 10개월간 독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만족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느 동독이 다수 사람들, 가령 ‘뉴 포럼’이나 ‘데모크라시 나우’등 인사들과 더불어 민주주의적 방법에 의한 사회주의의 소생을 믿는다. 이런 기초 위에 동서독간의 연방을 생각했다. 통일로 가는 속도가 너무 성급하다. 부작용이 클 것이다. 동서독의 합병으로 강대한 독일민족주의를 촉발할 것이 걱정된다. 독일민족주의의 대두는 유럽 장래에 위험하다.”

 

민주화와 시장경제의 동반없는 사회주의는 실패한다.”

 한국의 문제에 관한 견해를 듣고 싶다.

 “독일과 비슷한 진전이 있을 수 있다. 민주주의를 반대하는 북측 정책은 정치적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실패를 가져온다. 남측이 민주적 발전을 추구할 용의와 능력을 갖춘다면, 그것이야말로 한반도통일의 첩경이다. 민주화와 시장경제의 동반없는 사회주의는 반드시 실패한다. 한국의 경우, 남북한이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북한이 민주화와 시장경제체게를 채택해야만 한다. 첫째 북한의 제도가 완전히 실패하고 둘째로 북한이 민주적으로 재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두 한국의 연방체가 구현될 수 있다.”

 귀하는 북한에서도 살았다. 북한의 장래를 어떻게 보는가.

 “아버지가 대사로 있던 60년대 후반에 2년간 평양에서 살았고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극도의 전체주의적 성격이다. 동독보다 훨씬 철저하게 조직된 관리사회이다. 북한에 비한다면 동독은 자유사회였다. 이 제도는 모든 사람을 참여시키고 개인의 자유는 전혀 허용되지 않는 사회이다. 이렇듯 개인의 창의력과 자유가 없다는 것은 경제발전에도 저해요인이 된다. 제도가 기능을 발휘하고 있으나 전혀 미래가 없다. 김일성이 죽거나 지도자의 변화가 있으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가 밀어닥친다. 새 지도자가 민주화개혁을 거부한다면 제도의 전면 붕괴가 뒤따른다.”

 세상이 크게 변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PDS본부를 나섰다. 그리고 무엇인가 우리나라 통일에의 비전에 시사하는 것이 있었다. 우리 스스로 민주사회로 굳게 다진다면 그것이 곧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결론이었다.

베를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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