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방식으로 가려지는 진실
  • 김해직 (서울시립대 강사·사회학) ()
  • 승인 1990.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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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집단의 입장 부각·사건의 본말전도 여전

 인쇄매체는 문어적 양식을 사용하는 데 반해 텔레비전은 구어적 양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별다른 훈련없이도 누구나 접근가능하다. 또한 텔레비전은 정보를 영상과 함께 입체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시청자는 그것을 더욱 객관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기 쉽다. 게다가 텔레비전이 제공하는 온갖 오락거리에 유인돼 시청자는 반강제적으로 텔레비전을 주된 정보획득매체로 삼게 된다. 현실에 대한 정보는 무수하고 다양하다. 그러므로 뉴스의 색깔과 모습은 전혀 달라진다. 왜냐하면 뉴스는 현실 자체의 재현이 아니라 현실을 재료로 하여 재구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방송구조 하에서 뉴스가 지배집단의 이해에 걸맞게 현실을 재구성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그 방식들을 간략히 해부해보자.

 먼저 지배집단의 주장과 입장을 부각시키는 방식이 있다. 지배집단의 주의주장을 앵무새처럼 읊조림으로써 그것이 마치 국가와 국민이 이해를 온전히 대변하는 것처럼 만든다. 예컨대 저항세력에 대한 지배집단의 대응과 지배집단의 현실규정(민주화운동의 열기를 좌우 이념대결로 규정하는 따위)를 여과없이 보도함으로써 그것들이 마치 정당하고 적합한 것처럼 만든다.

 다음에 사건의 본질은 전도시키는 방식이 있다. 첫째 지배집단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해서는 지배집단과 저항세력의 주장을 나열함으로써 '기계적인'공정보고를 행한다. 즉 시비를 분명히 가려야 할 윤리적인 문제조차도 정치적인 공방의 문제로 변형시킨다(예컨대 광주항쟁청문회에 대한 보도) 이것은 사실을 의견화하고 사실을 정치적 문제로 변형시키는 방식이다.

 둘째 정치적인 문제를 법률적·윤리적 문제로 변형시키기도 한다. 저항세력의 주장이나 사건의 정치적 본질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현상적인 모습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매도하는 것이 그것이다. 화면을 온통 시위대와 전경의 대결장면으로 채워서 시위의 '폭력성' 및 '불법성'을 강조함으로써 사건의 발생원인에 대한 침묵을 은폐하고 '공권력'의 개입을 역으로 정당화한다. 셋째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변형시킨다. 사건의 발생원인이 사회구조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개인의 가정형편이나 성격상의 문제로 돌린다. 그리하여 사건을 일시적 온정이나 동정의 대상 또는 일시적 분노나 지탄의 대상으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한편 사건이나 요소를 접합함으로써 부정적 이미지를 조작하는 방식이 있다. 뉴스의 항목들을 비일관적·단편적으로 편집하고서는 보도의 순서에 으해 사건들의 이미지를 접합한다(시위보도 후에 북한의 동향 보도, 노사분규보도 후에 수출부진보도 등). 다음에 사건 및 사실을 의견과 접합시키는 방식이 있다. 수출부진 등 한국경제의 난관을 노사분규와 연결시키는 견해를 중점보도한다든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 또 보도내용과 화면을 접하하기도 한다. 최근 세종대학에서 학생들이 총장이 출근을 저지한 일을 보도하면서 늙수그레한 교직원이 학생들에게 떠밀려 나동그라지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마치 학생들이 총장을 그렇게 한 것처럼 생각하게끔 만든 것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시청자가 행할 수 있는 소극적 대응으로는 뉴스에 대한 대항적 독해, 즉 '거꾸로 읽기'를 언급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방송구조 개편시도 등에서 노정되는 한국 텔레비전방송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려는 시청자의 관심과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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