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CNN회장 테드 터너와의 대화
  • 정리·이문재 기자 ()
  • 승인 1990.10.1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확한 뉴스로 인류에 이바지"

미국의 세계적은 뉴스전문체널 CNN(Cable News Network)이 한국에'상륙'한다. 91년 국내 종합유선방송 시대 개막을 앞두고 최근《시사저널》계열사인 방송프로그램 제작사 <서울텔레비콤>이 CNN뉴스의 국내 유선방송권을 가계약한 것이다. CNN은 텔레비전 뉴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면서 동시에 기존 상업방송의 역기능들을 개선하는 하나느이 대안으로 정착하고 있다. CNN 설립자 테드 터너는 현재 CNN을 비롯하여 '헤드라인 뉴스' 'TNT(Target Network Television) 등의 유선네트워크를 소유하고 있다. '미디어산업의 황제'로 떠오른 테드 터너는 독특한 경영방식과 세계관, '공격적'이라는 표현이 걸맞는 일에 대한 성취욕, 그리고 파격적인 성격 등으로 인해 줄곧 미국 사회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의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세계 제일의 공상가‘ 이며 ’항상 10년 앞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대화는 지난 9월, 본지 崔元榮 발행인이 미국 조지아주 아틀랜타시에 자리 잡고 있는 CNN 본사에서 가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차적으로 이루어졌고 이어 지난 10월3일 두 번째 대화가 있었다.)

 

●지난 7월, 시애틀에서 열린 굿윌 게임(Goodwill Games) 개막식에 참석한 당신의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았습니다. '미국 미디어산업의 왕'으로 알려진 당신에 대한 첫인상은 매우 모험적이고 공격적인 사업가처럼 비쳤습니다.

 '모험적'이라는 표현은 적절한 것 같습니다. 나는 모험과 도전으로 업무에 뛰어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터너가 창시한 굿윌 게임은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로 불린다. 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냉전이데올로기 때문에 '반족 경기'가 되는 것을 보고 스포츠를 통한 세계평화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올림픽 개최 2년 후에 한번씩 모여 경기를 치른다. 86년 7월5일부터 16일간 모스크바에서 처음 개최된 이 경기는, 페레스트로이카 이전에 미국과 소련의 화해에 이바지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 굿윌 게임 행사로 손해를 많이 본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도 계속 할 계획인가.

 올해 2천5백만달러의 손실을 예상했으나 그 액수가 4천만달러로 늘어낫습니다. 그러나 계속할 작정입니다. 굿윌 게임 행사는 우리 회사에 앞으로 경제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행사는 애초에 사람들을 끌어모으려고 기획된 것입니다. 사람을 모으는 데에서는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 페르시아만 사태 보도에 있어 CNN은 다시한번 그 신속한 취재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러나 후세인의 입장을 CNN이 선전해주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같은 비판을 크게 염려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난 10간 중요한 뉴스들을 많이 다뤄왔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천안문사태, 페르시아만 사태 등이 최근에 다룬 중요 뉴스들이지요. 우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합니다. 기자들이 보내온 기사를 수정하지 않습니다. CNN이 후세인의 입장을 선전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시간이 지나면서 후세인의 이율배반을 시청자들 스스로가 판단할 것입니다. 나는 신속하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세계를 더욱 나은 상태로 이끈다고 생각합니다.

 (CNN뉴스의 신속하고 객관적인 보도는 이미 미국의 3대 방송사를 앞지르고 있다. 페르시아만 사태 초기에는 미 행정부까지도 CNN뉴스를 통해 이라크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이라크 정부가 국익에 치우친 보도를 하는 미국의 3대 네트워크와는 달리 사실 전달에 충실한 CNN에만 뉴스원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과 보좌관들이 CNN뉴스로 방송되는 이라크 정부대변인의 성명발표를 주시하는 사진이 《뉴스위크》에 실리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샌프란시스코 대지진과 천안문사태 당시에도 CNN이 가장 먼저 보도한 바 있다. CNN은 현재 미국내에 9개 지국, 해외에 16개 지국을 두고 있으며 다른 방송사의 2배에 달하는 1천7백여 종사자를 거느리고 있다. 터너가 소유하고 있는 유선방송 네트워크는 지난해 CBS나 ABC를 수익 면에서도 앞질렀다. 현재 CNN뉴스는 미국내에 5천3백만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외국에서도 7백만 가정과 25만개의 호텔에서 시청되고 있다. CNN뉴스는 위성망과 연결되어 있어 95개국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지난 9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KBS가 매일 아침 6대에 CNN뉴스를 동시 통역으로 방송하고 있다.)

 

● 방송사업에 뛰어든지 올해로 꼭 20년이 되었고 CNN도 창립 10주년을 맞습니다. 70년 당시 제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틀랜타의 UHF방송국에 당신은 모험적인 투자를 했습니다. 모험적으로 사업결정을 내리는 것은 당신의 천성입니까.

 그렇습니다. 모험은 곧 도전을 뜻합니다. 나는 슈퍼스테이션이나 CNN에 대한 투자가 위험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잘 풀려나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성공에 이르면 되는 것이지 그 과정이 쉬워야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미국의 한 저널리스트는 그를 영화 <자이언트>에서 제임스딘이 역할을 맡았던 제트에 비유한 바 있다. 터너는 CNN 초창기뿐 아니라 5년 전 CBS를 인수하려고 했을 때 뉴욕의 지식인 사회로부터 '멸시'를 받았다. 제트가 텍사스의 ㅈ귀족이 될 수 없었듯이. 그러나 80년대 후반, CNN의 영향력이 '공인'을 받게 되자 미국의 지식인들은 터너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 CNN이 설립되었을 때만 해도 미국 방송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고 CNN의 장래도 불확실하게 보였습니다. 오늘날의 거대한 발전을 볼 때 무엇이 이 성공을 가능케 했는지 궁금합니다.

  CNN이 처음부터 줄곧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24시간 뉴스에 대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뉴스 예산이, 특히 초창기에는 CBS NBC ABC 등 3대 방송네트워크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3대 방송사가 매년 1억달러를 지출한 데 비해 CNN은 2천5백만 달러만을 지출, 경쟁사들을 놀라게 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훨씬 더 경쟁적일 수 있었지요. 우리는 기사를 새롭게 다루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24시간 뉴스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깨뜨려야 할 어떤 관행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또한 기존 방송사들과는 달리 뉴슬 제작에 무한대의 시간을 쏟아부을 수 있었습니다.

 (터너는 CNN이 광고료보다는 시청료 수익으로 운영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CBS를 사들이려던 무렵, 그는 미국의 3대 상업방송이 "섹스와 폭력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오염시키고 있다"며 맹렬히 비난했었다. 국회에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마침내 CNN은 미국 3대 방송사의 뉴스 시청률을 끌어내렸다. 이때도 그는 전통적인 뉴스 방송회사들이 광고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고 비판하면서 "CNN수입의 절반 이상은 시청료에서 나온다. 우리는 시청료만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CNN이 사실 보도에 충실할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CNN은 광고주와 같은 외부압력들로부터 자유롭다. CNN뉴스의 특징은 “뉴스 가치가 있는 사건은 모두 방송한다”는 터너의 말로 요약된다. CNN의 첫 번째 해외 생중계는 81년 쿠바의 5월 축제였다. 이어 CNN은 이란 인질 석방 당시 4일 이상 생방송으로 보도했고 국민이 알아야 할 사안이라면 그대로 중계하거나 상세하게 취재해 방송했다.  그러나 CNN도 초기에는 재정 압박으로 뉴스·제작에 어려움을 겪다가 시청료 수입 증가로 기반을 닦았다.)

 

● CBS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는데 아쉽지 않습니까.

 CBS를 인수하는 데는 비록 실패했지만 우리는 그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얻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 당신이 미국 언론계를 남부와 북부로 갈라 새로운 언론경쟁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 경쟁에서 당신은 남부지역의 재력을 성공적으로 끌어들여 고비를 넘겨왔다는데 사실입니까.

 미국의 주요 언론사들은 뉴욕 또는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아틀랜타는 우리에게 좋은 도움을 주어왔습니다. 우리는 특히 CNN의 국제적 지위가 아틀랜타시를 세계속의 도시로 부각시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CNN은 전국적이고, 그 활동범위로 보면 국제적입니다. 그리고 우리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남부지역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 대학시절 고전문학을 공부했고 그 분야에서 일하기를 원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지금 프로야구팀과 농구팀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77년 아메리카컵 요트대회에 참가하여 우승하기도 했는데 당신의 취미는 스포츠입니까.

 나는 많은 취미를 즐겨왔습니다. 운이 좋았던 거지요. 특히 고전문학과 스포츠를 좋아했습니다. 지난날에는 항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지금은 낚시에 빠져 있습니다.

 

● CNN본사 앞에는 세계 각국의 국기가 게양돼 있는데 한국 국기는 발견할 수 없습니다. 당신을 비롯한 CNN 제작진의 편의적인 한국관에 실망을 느낀 적이 몇번 있습니다. 한국에서 추진중인 CNN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CNN센터 앞에서 당신 나라의 국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니 죄송스럽습니다. 확인해보고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CNN이 서울텔레콤과 의견 일치를 보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한국 시청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합니다. 언젠가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습니다.

 (CNN센터 앞의 만국기는 그의 넥타이에도 그려져 있다. 그는 만국기가 그려져 있는 넥타이를 즐겨 맨다. 자신이 세계주의자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는 고르바초프, 대처 그리고 카스트로와 친분이 있으며 미테랑과는 사이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굿윌 게임도 당신의 세계주의자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세계주의자입니까.

 나는 상업방송의 피해를 극복하고 건전한 방송을 발전시키기 위해 CNN등을 설립했습니다. 현재 유럽에서는 CNN에 대한 저항이 있지만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사업이 세계가 하나로 나아가는 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국수주의자들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세계는 하나가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올해 52세인 그는 경영 일선에서 차츰 물러나는 대신, 굿윌 게임 지원과 더불어 반핵운동 및 환경보호운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인권연맹은 세계 평화와 환경을 위한 그의 노력을 인정, '올해의 인권주의자'라는 칭호를 주었다. 터너는 CNN을 통해 강대국들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믿고 있다. 그는 "인구·환경문제와 더불어 전세계와 관련된 좋은 뉴스는 인류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긍정적 생각을 갖게 한다. 인간은 필요한 정보를 만날 때 지식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올바른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밑는다"나는 말로 뉴스의 순기능을 강조한 적이 있다.)

 

● CNN센터에서 재떨이를 찾아볼 수 없더군요.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우리회사는 전사적으로 금연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들은 금연을 서약해야 합니다. 사원들의 건강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금연 정책이 우리 사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원들의 복지는 어떤 수준입니까.

 우리 회사의 모든 종사자들은 휴가제에서 의료보험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복지후생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미국 기업의 복지후생 수준에 맞추고 있습니다.

 

● 직접위성방송(Direct Broadcasting Satellite·DBS)이 등장하고 뉴미디어 사이에 경쟁이 시작되면 유선방송이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유선방송은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하나로 정착되어왔습니다. 영상신호를 송신하는 훌륭한 체계인 것입니다. 심각한 기술적 장애도 없고 복수채널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DBS와 다른 기술들이 발전하고 잇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로서는 유선방송을 크게 위협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 유선방송사업, 특히 CNN을 확대시킬 계획은 없습니까.

 우리의 최우선적인 과제 가운데 하나가 CNN을 국제적인 매체로 확대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CNN이 몇 개의 다른 언어로 방송되고, 해외자본으로 설립된 자국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또한 세계 여러 지역의 뉴스를 망라할 수 있게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는 건전한 오락 채널인 TNT를 남미지역에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 성공적인 기업가로서 당신의 기본적인 철학은 무엇입니까.

 자신의 직관을 신뢰하라,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부분을 주목하라, 하고 싶고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추구하라… 이런 것들입니다.

 (CNN의 성공은 터너의 독특한 경영방식에 있다고 측근들은 밝힌다. 미국의 한 월간지 최근호에서 그의 측근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창립자일 뿐 아니라 유능한 최고경영책임자임을 보여주기로 결심했다고 본다." "그는 무엇을 세우는 고전적 의미의 기업가가 아니라 세운 뒤에 도약하는 기업가이다" 젊은이들에게 환경문제를 일깨워주기 위해 터너의 제안으로 애니메이션 영화 시리즈를 만들었던 한 제작자는 “그는 항상 10년 앞을 생각한다. 그의 성공의 비결은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해서 일을 추진해나가는 데 있다"고 말한다. 터너는 위와 같은 '신조'이외에도 "문제를 인식하면 그 문제의 반은 해결된 것이다" "단순하고 바보처럼 행동하라"등의 격언을 실천하고 있다.)

 

 ● 영화배우 제인 폰다와 재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노코멘트하겠습니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터너가 외로운 사람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아라고 말하곤 한다. 외신을 통해 국내에도 알려졌듯이 그는 영화배우 제인 폰다와 절친한 사이이다. 두 사람에게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사람 모두 최근에 이혼했다는 것, 세계와 사회문제들에 대한 견해가 거의 일치하며 취미까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 당신이 노벨평화상 후보가 될지도 모른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내가 바라는 유일한 보상은 세계가 더 화합하고 지구상에서 전쟁의 위협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