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학생체벌은 ‘사랑의 매’인가 ‘폭력행사’인가.
  • 오민수 기자 ()
  • 승인 199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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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은 제자에게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힌 교사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교육계에 체벌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체벌

찬성  박선영

● 학생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교육에 있어 현실적으로 체벌이 불가피하다거나 필수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체벌을 예찬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어떤 체벌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본질적으로 교육에는 그 어떤 고정된 길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교사의 심사숙고에 따른 판단이 전제되는 것이지만 체벌문제는 교사의 인격을 건 교육애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 체벌의 목적은 교육적 효과에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 결과를 놓고 볼 때 체벌자가 생각하는 만큼의 효과보다는 후유증이 커 오히려 비교육적이라는 소리가 높은데.

물론 많은 경우 체벌자가 의도한 바와는 달리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래서 체벌자는 언제나 심사숙고한 후 매를 들어야 한다. 만약 흥분하여 분별을 잃은 상태에서 매를 든다면, 그것은 '사랑의 매'가 아니라 폭행이 되는 것이다. 또 교육은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개성과 자유의지를 지니고 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사가 의도하는 바와는 다른 반응이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는 본질적으로 '모험성'을 지니며 이에 따라 심각한 윤리적 책임성을 수반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교사가 이 모험성을 기피한다면 스스로 교사이기를 회피하는 것이다.

● 체벌은 자율성과 자기통제력을 무시한 '힘에 의한 통제'이므로 학생들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또한 신체적 고통을 가한다는 면에서 일종의 아동학대일 수 있다.

그런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체벌을 모두 '힘에 의한 통제'라고 일반화시키는 것은 지나친 단순논리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체벌이 곧 아동학대라고 주장하는 것도 지나친 비약이다. 물론 교육현장에서 체벌이 일상화될 경우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따라서 가능한 한 애정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학습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벌도 경우와 방식 및 정도에 따라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 '정신적 눈뜸'은 인간적 만남에 의한 것이며, 이 만남은 때로 현대교육에서 없어져야 할 것으로 흔히 생각되는 체벌 등이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옛날 서당에서 학동들을 체벌할 때, 절대 손이나 발로 때리지 않았다. 인격적 모욕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회초리를 사용하였다.

● 교권의 정당한 행사 차원을 넘어 체벌은 때로 신체적 손상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도 교육에서 체벌을 징계의 일환으로 정당화하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어린 학생도 하나의 인격체인 이상 징계방식이 반드시 체벌일 필요는 없다. 체벌이 가장 손쉬운 징계방법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지식이나 기술의 전달 차원을 넘어서 학생이 체벌을 받고 정신적으로 눈을 뜨는 것과 같은 인간의 본질적 차원의 교육도 가능하다. 이처럼 교육과정에서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의 체벌은 교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 맞고 자란 아이는 문제해결의 방법이 폭력뿐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체벌이 자라나는 아이의 인성발달에 해가 되지 않겠는가?

심리학적으로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체벌이 일상화되어서는 안된다는얘기다. 하지만 학생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분명히 알고 교사와 학생 사이에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는 경우 체벌은 오히려 교육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 우리나라는 교육상 필요에 의한 징계나 처벌을 인정하고 있을 뿐 체벌의 구체적 지침이나 기준은 없다. 예를 들면 외국에서는 '교장의 입회하에'라는 단서를 달고 체벌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도 어떤 지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체벌은 본래 생명권과 직결된다. 종교나 군주가 지배하던 시대가 아닌 오늘날에 있어서는 그 누구에게, 심지어 부모에게도 생명에 유해를 가할 권리가 인정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체벌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내리는 것은 말도 안된다. 체벌이 어떤 식으로든 제도화되면 될수록 그 체벌이 가질 수 있는 교육 본래의 긍정적 의의는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교장의 입회하에'라는 식의 발상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교장은 학교 교육행정의 책임자로서 교육방침을 정할 권리와 책임을 지닌다. 그러나 의미있는 체벌이라면 그것은 학생과 교사 사이의 특수한 인격적 교섭행위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 최근 교사의 체벌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려 일부 교육관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교사나 학생 그리고 학부모 모두에게 불행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교사는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힌 이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체벌은 사랑을 담은 엄격성의 표현이기도 하다. 따라서 법의 심판에 의한 책임추궁 이전에 교직의 윤리적 기준에 비추어 교육의 논리에 의해 처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

 전풍자

● 학생체벌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체벌은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즉각 정지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학생이 잘못된 행동을 중단했다고 해서 금방 좋은 행동으로 교정되는 것은 아니다. 즉 체벌은 교육에서 장기적인 효과를 내는 데는 아주 적절하지 못한 지도방법이다. 시험을 봐서 10개 틀린 학생을 10대 때렸다고 해서 그 다음에 아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체벌에는 감정이 개입되므로 본래 의도를 살리기가 매우 어렵다. 화가 나서 때리고 공포에 질려서 맞는 행위는 아무런 '깨달음'을 주지 못한다. 특히 체벌은 수동적이고 복종적이고 적대감이 강한 사람을 길러낸다.

● 우리 사회의 전통적 통념으로 체벌은 교육상 필요한 '사랑의 매'로 인식돼 왔다. 교사가 사랑의 매조차 들지 못한다면 이는 교육의 포기가 아닌가?

전통적으로 체벌을 '사랑의 매'라고 불렀는데, 요즘에 사랑의 매를 들먹거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때리고나서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 내지 미화시키는 경우에 이 말을 사용하는 것 같다. 즉각적인 판단에 의해 드는 매는 사랑의 매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그저 학생을 통솔하고 통제하는 매일 뿐이다. 사랑의 매는 교사가 학생의 입장에 서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아주 드물게 들 수밖에 없는 매이다. 점수 나쁘다고 때리고, 지각했다고 때리는 매가 어디 사랑의 매인가. 체벌을 금지시킨다고 학생을 못본 체하고 지식만 전달하면 그만이라는 교사가 생긴다면 그런 교사야말로 스스로 교육자이기를 포기하는 교사이다.

● 요즘 아이들 대부분은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자라고 있다. 더구나 한 반에 50명 이상이 몰려 있는 상태에서는 교사의 통솔력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체벌에 제재를 가한다면 일선 학교교육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반발도 상당한데.

50명 이상의 과밀학급에서, 더구나 부모의 과보호로 아이들이 이전보다 더 충동적이고 무책임하기 때문에 교사 한사람만으로는 지도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교사의 체벌에 제재를 가한다고 해서 절대로 교육이 혼란을 빚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체벌을 하지 않으면서도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학생들이 따르는 인격적인 교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맞아야 사람이 된다'는 생각으로 학생을 때리는 교사는 교육적인 확신에서보다는 교사 자신의 몸에 밴 습관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 현실적으로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매를 들고 있다. 굳이 교사의 체벌에만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불공평하지 많은가?

물론 교사만이 체벌을 가하는 것은 아니다. 또 부모들이 교사에게만 책임을 돌려서도 안된다. 교사가 매를 들지 않고도 수업을 잘 진행하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부모가 가정에서부터 자녀를 체벌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는 마음대로 때리면서 교사에게 때리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 교육은 본질적으로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인격에 개입하는 것으로 법 이전에 인간존재 자체의 문제이다. 따라서 체벌은 교사의 인격 전체를 건 윤리적 판단의 문제가 아닌가?

물론 교사에 따라 자신의 전 인격을 걸고 매를 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매는 학생이 인격을 형성하는 데 일대 전환의 계기를 가져다주는 '약매'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교사가 주는 체벌은 상습적인 것이 너무 많다. 교사의 체벌이 지나쳐서 신체적  정신적 상해를 주었을 때는 법적인 차원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 체벌을 반대한다면 교육상 학생에게 제재를 가할 다른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학생은 교사의 제재 대상이기 이전에 교사에 의해 이해되고 존중되어야 하는 인격체이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지도해줄 수 있는 행동이해의 방법과 지도기술을 교사연수 등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물리적인 힘에 의한 판단보다는 스스로 느끼고 판단하도록 해주는 대화의 방법이 체벌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 교육자의 체벌을 가능한 한 포용해오던 법원판례가 최근 들어 체벌의 한계를 엄격히 제한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얼마전 대구 어느 국민학교의 교사가 체벌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한국교원총연합회측은 재심을 검토중에 있다고 한다.

교총이 교권을 그런 식으로 옹호하는 데 문제가 있다. 교사의 체벌이 유죄판결이면 교권이 실추되는 것이고 무죄판결이면 교권이 보장되는 것이라고 보는 흑백논리식의 교권옹호가지양되어야 밝은 교육풍토가 조성될 것이다. 실상 이번에 유죄판결을 받은 김교사뿐만 아니라 많은 교사들이 김교사가 했던 방법처럼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김교사만이 유죄가 아니다. 많은 교사와 학부모가 유죄판결의 대상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사가 시험에서 틀린 개수대로 체벌을 가하는 풍토는 사라졌으면 좋겠다. 밝게 자라야 할 국민학생이 점수따기에 찌들리고 불안해 하면서 자라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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