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제 각론 놓고 곡예하는 민자· 평민
  • 이흥환 기자 ()
  • 승인 199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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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제 · 선거운동방법이 가장 큰 쟁점

민자는 ‘조용한 선거’, 평민은 ‘뜨거운 선거’ 원해

지자제 선거법안을 둘러싸고 민자당과 평민당이 고난도의 정치곡예를 벌이고 있다. 양당간의 정치산술은 지자제 실시의 원칙을 문서로 확인한 지난 11월17일의 총무접촉 때보다도 훨씬 까다롭고 복잡하다.

우선 黨대 黨 방식으로 협상이 진행되는 탓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수밖에 없다. 당초 민자당은 이 협상을 국회 내무위에서 다루자고 했으나 평민당이 반대해 당 차원 협상 형식으로 바뀌었고, 평민당은 또 지자제협상을 예산안 심의와 연계해 진행시키겠다고 일찌감치 엄포를 놓았다. 국정감사 이후 정기국회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질지, 경색될지는 결국 이 지자제 협상에 달려 있는 셈이다.

평민당은 이번 정기국회를 ‘지자제 관철을 위한 국회’로 보고 있다. 여야 실무협상진의 첫 대좌가 이루어진 지난 11월21일 이후 여야의 관심은 국정감사쪽보다는 지자제협상에 치우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협상의 쟁점은 △선거구제와 △선거운동방법 두가지로 압축된다.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광역자치단체 의회의원 선거의 경우, 1인1구의 소선거구제를 주장하고 있는 민자당은 전체 판도를 호남대 비호남권의 대결로 파악, 평민당의 호남권 독식을 허용하는 대신 비호남권에서는 ‘군더더기’없이 민자당 일색으로 만들어 숫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계산을 했을 법하다.

반면 4당체제하에서 유일하게 소선거구제를 주장했던 평민당은 방향을 틀어 1구2~7인의 중선거구제를 주장하고 있다. 호남권에서의 독식이 당의 위상을 높이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비호남권에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중선거구제가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비호남권에서 평민당은 심각한 인물난에 봉착해 있다. 평민당이 소선거구제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상 평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우리가 죽기살기로 중선거구제에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소선거구제는 여야 모두에게 일장일단이 있다. 당내에서도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문제는 선거운동방법이다. 공영제로 하자는 데에는 여야간에 이견이 없다. 민자당은 개인연설회 정도만을 허용해 최소한으로 선거열풍을 줄이겠다는 의도인 반면 평민당은 정당의 지원 연설을 도입하는 등 최대한 ‘바람’을 일으켜보겠다는 속셈이다.

의회의원과 단체장 선거법의 단일입법 여부, 광역의 경우 부단체장 임명방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 등도 쟁점사안이긴 하지만 협상 진전을 좌우할 만한 핵심 사항으로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최대의 관심은 과연 여야 합의대로 내년 상반기에 지자제 선거가 치러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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