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살 청년’에게 보내는 갈채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8.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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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강승원씨 첫 장편 <남한강>으로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강승원씨는 벌써 환갑 선물을 받아놓았다. 예순 나이에 평생 미루던 숙제를 장편 <남한강>(전 3권·소담풀판사)으로 완성해놓고 한숨돌리고 있는데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전갈을 받았다. 일찍이 59년, 스물한 살에 작가로 데뷔했지만 신문 기자 생활을 하느라 접어두었다가 정년 퇴직을 한 다음 쓰기 시작한 첫 장편이 그에게 문학상이라는 영예를 안긴 것이다. 그 큰 상의 수상식이 98년 1월22일 문예진흥원 강당에서 열린다.

 장편 소설 <남한강>은 온몸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다가 스러져간 구한말 의병과 동학당의 후예와, 그 의병과 동학당을 무찌른 외세에 빌붙어 온갖 영화를 누린 집안을 두 축으로 하여 지난 한 세기를 소설의 공간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 소설의 한가운데로 남한강이 흐르고 백두대간의 척추가 우뚝하다. 남한강이 한 방향으로 흐르듯이, 이 소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사가 지난 한 세기 동안 일방으로만 통행해 왔음을, 충복 지역의 ‘느린’ 토속어와 군더더기가 없는 남성적인 문체에 담아냈다.

 이 소설의 바닥에는 강승원씨의 가족사가 흐르고 있다. 그는 구한말 충북 제천 지역에서 궐기했던 의병의 후손이다. 학자였던 조부 강학수씨 형제가 의병장 유인석 부대에서 활약했던 것이다. “그러나 의병이나 동학을 정면에서 다루지 않았다. 대신 그 역사에 짓밟힌 힘없는 삶들을 복원했다”라고 작가는 말했다. 그래서 의병과 동학의 구체적 실상은 드러나지 않는다.

사전에도 없는 순우리말 7백여 개
 대신에 평안도에서 내려와 지주가된 이면장 일가와, 의병의 후예임을 감추고 잇는 조서방 일가의 갈등을 통해 현재진행형인 민족 수난사의 바탕을 그렸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피해자가 화해와 평등을 요구하는 소설이다”라고 작가는 말했다.

 시인 신경림씨가 언급했거니와, <남한강>은 ‘어떤 한국 문학 작품에도 등장한 바 없는 충북·강원·경북 접도지역 산골 사람들의 질박한 겨레말’을 복원하고 있어서 또 다른 조명을 받고 있다. 이 소설에는 ‘까막뒤짐’(도둑질)처럼 사전에 나오지 않는 순 우리말이 7백 개 가까이 나온다. <남한강>의 또 다른 미덕은 이 소설을 통해 남한강 유역 일대의 인문지리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단양 군수가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이 소설을 들고 답사를 해도 되겠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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