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시와 하노이
  • 편집국 ()
  • 승인 1991.01.1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갈등 모르는 옛남북 수도

호치민시의 탄손누트공항 청사를 빠져나오니 대학생처럼 보이는 아가씨 세명이 미소띤 얼굴로 다가와 명함을 내밀었다. 영어로 ‘파리’(Paris)라고 씌어 있고 에펠탑이 그려져 있다. 巴黎라는 한자와 餐廳 舞廳이라는 글자도 보인다. 술집아가씨들이 손님을 끌려고 공항까지 나온 것이다. 탄손누트공항의 면세점에는 제법 다양한 물건이 갖춰져 있으나 하노이공항엔 면세점이 없다. 음료수 과일 담배 등 몇몇 상품이 문방구 같은 곳에 진열돼 있을 뿐이다.

 사이공이 ‘아오자이’의 하늘거리는 여인이라면 하노이는 ‘무캇’의 국방색 남성이다. 첫 느낌이 그렇고 실제 속생활도 그렇다. 자전거 오토바이 시클로가 일반 교통수단으로 거리를 메우는 것은 양쪽이 마찬가지이다. 호텔 앞에 거지와 시클로가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에게 접근하는 것도 양쪽이 마찬가지. 가난한 사람들이 이른 아침 노변에서 쌀국수로 아침을 때우는 광경도 남북이 같다.

 12월의 사이공은 대성당 앞 노천시장에 크리스마스 카드와 트리가 쌓이지만 하노이에선 그런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하노이에선 가난한 사람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만 사이공사람들은 자기일에만 바쁘다. 사이공사람들은 방법만 있으면 외국으로 나가려고 하나 하노이사람들은 사이공에 가보는게 꿈이다. 그러나 “남쪽사람과 북쪽사람이 서로 미워하거나 갈등하는 것을 본 일이 없다”고 하노이의 한 한국 상사원은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