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밥상은 최상의 대안인가
  • 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 www.enh21.org ()
  • 승인 2006.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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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보노이드 성분 풍부해 면역력 증강” 미생물 오염·GMO 위험성 등 ‘복병’도
 
광우병 파동의 진원지 영국에서는 열 명 중 네 명이 유기농 식품을 먹는다. 미국의 유기농 식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한 해에만 30%나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유기농 식품을 먹고 증상이 개선되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유기농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사람들이 유기농 식품을 사는 주된 동기는 유기농이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학술 연구도 늘고 있다. 2003년 미국 워싱턴 대학 연구진은, 유기농 과일 및 야채, 주스 등을 섭취한 어린이들은 소변 중 유기인계 농약 잔류량이 일반 농산물을 먹은 어린이보다 현저히 낮았다고 보고했다. 어린이가 농약 성분에 오래 노출되면 성장과 지능 발달이 떨어지고 각종 알레르기성 질환과 ‘과잉 행동장애’를 겪을 위험이 있다.

철저히 유기농 음식만 고집한 유방암 환자들이 통상의 항암 치료만 받은 환자보다 빨리 회복되었다는 보고도 있고, 유기농 식품을 애용한 남성들이 정자 수가 두 배나 많고 수정 능력도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은 유기 농법과 전통 재배법, 화학 비료는 사용하되 농약은 적게 뿌리는 일명 ‘지속 가능형 농법’을 비교했다. 그 결과 유기 농법과 지속 가능형 농법으로 생산한 과일과 야채에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더 풍부했다. 플라보노이드는 인간의 면역력을 높이고 암과 심장병을 예방하는 물질인데, 해충에게는 맛이 쓰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퇴치제’로 작용한다. 농약을 적게 친 식물들은 자기 방어 차원에서 더 많은 플라보노이드 성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연구진의 해석이다.

“과일·야채·잡곡 깨끗이 씻어 골고루 먹으면 일단 안전”

 하지만 유기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기농이 농약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문제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약을 뿌리지 않은 작물들은 아무래도 병충해 피해를 입기 쉽다. 이때 작물들은 방어 수단을 만드는데, 플라보노이드같이 인간에게 유익한 성분을 만들기도 하지만, 감자의 솔라닌처럼 인체에 피해를 주는 천연 독소를 생성하기도 한다. 화학 비료 대신 인분이나 퇴비를 사용할 경우 유해 미생물에 오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때 유기농 작물의 안전성을 과신해 세척 등 기본적인 조리 원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유기농 식품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유기농 식품이 영양 면에서 우수하다는 설도 있지만, 아직 많은 지지를 받지는 못한다. 식물의 영양가는 재배법보다 토양의 특성, 일조량, 강수량 같은 환경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이다. 어느 방식으로 생산했건 싱싱한 상태로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유기 농산물은 병충해 피해를 막기 위해 병충해 내성 유전자를 삽입한 유전자 재조합 성분(GMO)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지적은 유기농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실제로 미국은 유기농 식품 대부분이 유전자 재조합 식품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안전성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일부 연구진은 유전자 재조합 식품을 먹은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증세가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과연 ‘유기농이 모든 면에서 우월한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하다. 

 그렇다면 일반 소비자 처지에서 어떤 것이 최선의 선택일까? 미국의 식품 독성학자 칼 윈터 교수(캘리포니아 대학)의 말이 좋은 해답이 될지 모른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유기농 식품을 선택하라. 그렇지 못하면 과일과 야채, 잡곡을 깨끗이 씻어서 골고루 섭취하라. 유기농 식품에 뒤지지 않는 혜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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