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땅에도 솟을 구멍 있다
  • 문정우 대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2006.07.2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평정심 유지가 최우선

기상 이변,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테러까지. 세상이 험하다 보니 돌발 상황에서 목숨을 건지는 법을 다룬 책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과거에는 일부 모험가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던 영국 공수특전단(SAS)의 생명 보전 지침서인 <SAS 서바이벌 백과사전>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전세계에서 수백만 부나 팔렸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두명이 스턴트맨, 폭발물 해체반원, 열쇠수리공, 해양생물학자 등 온갖 전문가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쓴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아마존 논픽션 부문 장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다룬 어린이 과학 만화 <…에서 살아남기>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강원도 집중 호우 사태에서도 전문가의 진가는 빛났다. 비 피해가 가장 심했던 인제 지역 주민 50여 명은 때마침 가까운 곳에서 훈련을 하던 전문 산악인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더라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전문 산악인들은 로프를 이용해 물살에 쓸려갈 뻔한 주민들을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주민들의 눈에 이들 전문가들은 슈퍼맨처럼 비쳤다고 한다. 위험에 대처하는 법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 무엇보다도 극한 상황 대처법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으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가 쉽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수집해놓은 생존 기술 중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을 간추려본 것이다.

■ 차가 물속에 가라앉을 때

 
빗길 교통사고를 당해 강으로 추락하거나, 폭우로 갑자기 물이 불어나 자동차가 물속에 잠기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물속에 떨어지는 순간 창문부터 열어야 한다는 걸 기억하자. 일단 차가 물에 잠기게 되면 바깥의 압력 때문에 문을 열 수 없으므로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깊은 물 근처를 달려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면 미리 사람 하나 정도는 빠져나갈 수 있을 만큼 창문을 열어두는 것이 좋다.
창문이 열리지 않을 경우에는 발이나 어깨, 혹은 차 안에 있는 무겁고 딱딱한 물체로 창문을 깨야 한다. 승용차는 대개 엔진이 앞쪽에 있어 앞부터 가라앉으므로 재빨리 뒷자석 쪽으로 이동하면 시간을 좀더 벌 수 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차 앞 좌석 서랍에 묵직한 돌멩이라도 넣어두면 비상시 요긴하다.           창문도 깨뜨리지 못했다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차에 물이 차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차 천장까지 거의 물이 찼을 때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열고 탈출하면 된다. 차에 물이 다 차면 안쪽과 바깥쪽의 압력이 같아져 문 열기가 수월해진다. 여러 사람이 탔을 때는 모두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고, 천장 주위에 모여 있다가 행동을 같이한다. 문 열고 빠져나갈 때는 앞 사람을 붙들고 차례로 나간다.

■차가 벼랑에 걸렸을 때
대부분의 승용차는 앞 부분이 무겁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자. 앞문이 벼랑을 넘어갔다면 뒷문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차가 흔들리지 않도록 움직인다. 뒷문을 열고 나갈 때 차가 미끄러질 것 같으면 차 뒷유리를 조심스럽게 깨라. 그런 뒤 깨진 창문으로 순식간에 뛰쳐나와야 한다.

■ 고압선 전선이 떨어져 있거나 전봇대가 넘어져 있을 때
불꽃을 튀기지 않는 전선일지라도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더라도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 근처 다른 전선에서 전기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전선과 마찬가지이며, 고압선 근처의 충전된 공기 입자와 접촉해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차에서 전선이 쓰러진 것을 발견했다면 차 안에 그대로 있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차는 접지 장치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람이 감전되었더라도 놀라서 직접 감전자의 피부를 만지면 안 된다. 전도가 되지 않는 물체로 감전자를 우선 전원으로부터 떼어낸 뒤 보살펴줘야 한다.

 
■ 물이 불어난 강이나 계곡을 건널 때
로프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만 보통은 로프를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얕아 보여도 다 건너갈 때까지 항상 얕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러므로 반드시 긴 막대를 준비해 일일이 짚어보며 건너는 것이 좋다. 물살에 휩쓸렸을 때는 금세 배낭을 벗어버릴 수 있도록 배낭 조임 장치를 전부 풀어놓는다. 보폭을 크게 떼지 않고 끌 듯이 이동하는 것이 좋다.
단체로 건너갈 경우에는 힘이 가장 센 사람이 앞에 서고 나머지 일행이 그 뒤에 일렬로 선다. 맨 앞사람은 막대기로 짚으며 건너고, 뒷사람들은 앞사람의 허리를 잡고 발을 맞춰 움직인다. 강 반대쪽을 바라보고 일렬로 서서 긴 막대기를 함께 잡고 일제히 건너는 방법도 있는데, 이때는 상류 쪽에 가장 힘센 사람이 선다.
 

■ 마실 물이 없을 때
홍수가 나거나 혹은 바다에서 표류할 때는 온 천지가 물인데 갈증에 시달리게 되는 아이러니를 경험한다. 산성비다, 어쩐다 하지만 빗물이 가장 안전한 식수라는 것을 우선 기억하자. 그리고 그 다음으로 안전한 물이 계곡 밑바닥을 흐르는 물이다. 고여 있는 물은 무조건 끓이거나 소독해 마셔야 한다. 바닷물이나 오줌물은 절대 마셔서는 안 된다. 소금기는 신부전증을 일으킨다. 바닷물 0.9ℓ를 마셨을 때 그 속에 든 염류를 제거하려면 체액 1.9ℓ가 필요하다. 빗물 외의 모든 물은 여과한 뒤 끓이는 게 좋다. 여과 장치는 양말 속에 숯 부스러기, 모래, 자갈 등을 층층이 넣는 것만으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물에 가정용 표백제나 요오드 제를 넣으면 미생물들을 죽일 수 있다. 표백제나 요오드 제를 넣어 정화한 물은 하룻밤 정도 재운 뒤 마셔야 한다.

■ 피가 멈추지 않을 때
출혈이 심하면 출혈 부위를 심장보다 높이 들어 올려 압박해 지혈한다. 소독하지 않은 손, 손수건, 옷 등을 사용해 눌러주면 감염의 우려가 있지만 출혈이 심할 경우에는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5~10분 정도 계속 눌러주면 피가 멈춘다. 출혈 부위에 붕대를 감고, 고무줄 같은 것으로 한번 더 감아주면 계속 지혈할 수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