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칸서 한국인 어린이 청소년 고열 복통에 신음”
  • 문정우 대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2006.08.0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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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카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한국 기독교 NGO인 아시아협력기구가 주최할 예정이었던 평화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아프카니스탄에 입국한 1천4백여 명의 한국인 중 6백여명에 달하는 어린이 청소년  중 상당수가 고온과 기름진 음식 때문에 복통과 고열에 시달려 탈진 상태이다. 게다가 아프카니스탄 정부가 3일 오후 5시께 공식으로 이들에게 아프가니스탄에서 나가줄 것을 통보하는 바람에 이들은 기진한 어린이, 청소년들을 데리고 우즈베키스탄까지 20시간, 또 이란까지 20시간을 버스를 타고 출국해야 할 처지이다. 이들이 인접 국가로 나가더라도 휴가철이 겹쳐 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가진 여비마저 넉넉지 않아 이들은 패닉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음은 아프가니스탄 내무부가 아시아협력기구에 출국을 공식 요구한 30분 뒤인 3일 오후 5시40분께 아시아협력기구 최한우 사무총장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또한 최사무국장과 인터뷰한 뒤에 외교통상부 이준규 재외동포영사국장과 인터뷰한 내용도 곁들인다.

최한우 아시아협력기구 사무총장 인터뷰

지금 상황이 어떤가?
아까 30분 전에 아프간 내무부로부터 이 나라를 떠나라는 공식 통보를 받았다. 지난 28일 입국해 5개 도시에서 도지사와 지방 관료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아무 문제 없이 봉사 활동을 했는데 갑자기 메인 행사를 앞두고 이런 통보를 받아 왜 그러느냐고 물어봤더니 그쪽 관료가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었다’고 얘기했다. 다 녹음해놨다.

몇 년 전부터 계속 아프간에서 봉사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전에는 정부가 제지한 일이 없었는가?
지난 5년 동안 거의 매년 1천 명 정도가 이곳에 와서 봉사 활동을 했다. 이곳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칸다하르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아무런 사고도 없었으며, 지역에서 감사장도 받았다. 한국 정부나 아프간 정부로부터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

그렇다면 정부가 왜 갑자기 올해 제지하게 됐다고 생각하는가?
노무현 정부의 방침 아니겠는가.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많이 몰려 위험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길거리에서 행사를 요란하게 열겠다는 게 아니었다. 카불에서 스타디움을 빌려 1만명 정도 모여 3일간 문화 체육 행사를 치를 생각이었으며, 그것에 대해서는 이 나라 문화 관광부도 이미 허락한 생태였다. 한국 정부가 압력을 넣은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우리는 이 나라 법을 존중하므로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문제는 약 6백명 가량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함께 입국했는데 그들 중 상당수가 아프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와서, 뜨거운 햇빛 속에서 버스를 타고 오래 돌아다녔으며, 이곳의 기름진 음식에 적응하지 못해 고열과 복통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대사관에 이들이 회복할 시간을 달라고 아프간 정부에 요청해달라는 부탁을 했으나 거절 당했다. 이들은 우즈벡으로 스무 시간, 또 이란으로 스무 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주변국으로 나가더라도 휴가철이라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편이 여의치 않을 것이고, 여비를 넉넉히 가져온 것도 아니어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 정부에서는 책임 안진다, 당장 나가라고만 되풀이 하고 있어 우리는 패닉 상태이다. 게다가 각 지역에 있는 분들은 전혀 위험을 체감하지 못하므로 봉사활동을 계속할 가능성도 있다.

주최측 지도부가 철수 결정을 내려도 따르지 않고 많은 수가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사실 이곳의 대부분 사람들은 한국 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넣지만 않으면 별 문제 없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각자 흩어져서 계속 활동할 가능성도 있다.

청소년들을 왜 그렇게 많이 데려갔는가?
우리는 이곳에서 한국과 아프간 어린이 청소년들의 미니 올림픽을 열 생각이었다. 5년간 활동해보고 위험이 없다고 판단했다. 1년 전부터 이곳 문화관광부와 협의해 탄탄하게 준비를 많이 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우리가 이곳에서 십자가 행진을 한다느니, 하는 유언비어만 믿고 제지를 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도 바미안에서는 한글로 된 복음 유인물을 나누어주는 등 종교 활동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종교 집회를 열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런 일 없었다. 한국 대사관에서도 조사해보고 그런 일 없었다고 확인해주었다. 보안 때문에 나가라는 것이다.

카불의 교민 2백 여 명 중 1백80여 명이 평화축제로 인해 피해를 입을 까봐 인근 국가로 피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가 종교 데몬스트레이션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문화 스포츠 행사를 하는데 무슨 문제겠는가. 내가 알기로는 주민들 한 명도 피신하지 않았고, 휴가를 많이 갔다. 항상 이 맘 때면 집단으로 휴가들을 간다. 확인해봐라. 작년 이 맘 때와 비교해 눈에 띄게 요즘 주민들이 피신을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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