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온이 광우병 병원체라고?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6.11.1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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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과학자들 “바이러스일 가능성 있다”…노벨의학위원회는 ‘프리온’ 인정
 
세상의 전염성 질환은 거개가 바이러스·박테리아·균류·원생동물 같은 미생물이 일으킨다. 그러나 동물의 뇌에서 발생하는 전염성 해면상 뇌증(광우병·크로이츠병이 여기에 속함)은 다르다. 숱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그 질환은 독특하게도 단백질이 병원체다.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생물학자 스탠리 프리지너는 스크래피(양에게서 발병하는 전염성 해면상 뇌증)의 병원체가 단백질(프리온)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전까지 전염성 해면상 뇌증 연구자들은 그 병의 전염원이 바이러스일지 모른다고 의심해왔다. 하지만 아무도 자신하지 못했다. 항균성 치료제와 바이러스의 주요 성분을 파괴하는 자외선에 그 질환이 끄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7년 스톡홀름의 노벨의학위원회(50명의 의대 교수로 구성된 위원회로 생리학 또는 노의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를 결정한다)는 프리지너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했다. ‘프리온을 발견해서 생물의 새로운 감염 원리를 규명한 공로’였다. 프리지너는 노벨상을 타기 위해 꽤 애써왔던 터라 짜릿한 성취감을 맛보았다.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상은 내가 주장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지지 표시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뒤 그의 ‘프리온 이론’은 의학·과학 교과서의 대세가 되었다.  

 그러나 상당수 과학자들은 프리지너의 노벨상이 ‘노벨의학위원회의 커다란 오점이 될지 모른다’고 염려했다. 프리온 이론에는 그만큼 의심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과학적 정보에 따르면, 모든 생물은 핵산(DN 또는 RNA)이라는 물질을 통해 자기 복제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받는다. 그러나 프리온은 스스로 복제한다.

바이러스처럼 핵산과 핵산을 에워싼 단백질이 있어야만 가능한 기능들(체내로 들어가서, 신체의 방어 기제를 파괴하고, 공격할 기관의 세포 안으로 침범하는 일 따위를 모두 혼자서 수행한다. 모든 생물 중에서 프리온만이 유일하게 핵산 없이 복제한다(<죽음의 향연> 리처드 로즈 지음). 정말 환상적이지 않은가(그러나 아직까지 프리온 단독으로 감염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염성 해면상 뇌증을 연구한 마누엘리디스 교수(미국 예일 대학)는 10여 년 전 한 학회에서 ‘전염성 해면상 뇌증의 거의 모든 특성이 바이러스를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종간 장벽을 뛰어넘는 전염력, 다양한 균주의 존재, 프리온(단백질)이 바이러스의 생명 주기 가운데 어느 단계에서 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 감염성 등이 바이러스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 전염성 해면상 뇌증은 입을 통해 전염된다. 그런데 위와 장은 모든 단백질을 소화한다. 프리온도 단백질이므로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아직 누구도 프리온이 소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으므로). 그러나 바이러스는 위와 장에서 살아남는다. 또 회장(回腸)이라고 알려진 소장 부위를 통해 혈류로 침범하기도 한다. 회장은 소의 내장에서 소의 감염성 해면상 뇌증의 발견된 유일한 부위로 알려져 있다.

 프리온 이론은 아직 규명해야 할 숙제를 아직 많이 안고 있다. ‘바이러스 이론’ 역시 마찬가지이다. <죽음의 향연>을 쓴 리처드 로즈는 1997년 말 현재 프리온 이론을 지지·반대하는 과학자 비율을 5 대 5로 추정한다. 과연 언제, 어느 쪽이 최종 증거를 제시할까. 수많은 과학자가 그 증거를 찾아 전염성 해면상 뇌증을 헤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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