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잡으려다 친여 매체 죽인다
  • 윤명중(한국언론인포럼 회장) ()
  • 승인 2007.01.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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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법 개정안 싸고 논란 가열... 시행되면 군소 신문들도 큰 타격

윤명중 (한국언론인포럼 회장)

 
신문법과 신문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권력과 언론의 건강한 긴장 상태를 겨냥해 만들었다는 신문법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자, 열린우리당에서 이번에는 언론 관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일부 내용을 손질한 개정안이 언론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위헌 시비를 불러일으킬 개악이 될지, 언론계 안팎에서는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당초의 신문법에서는 신문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의 영향력을 제한하겠다는, 조·중·동을 확실하게 잡겠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었다. 개정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곳곳에 또 다른 위헌 시비를 불러일으킬 요소가 있다. 게다가 개정안이 법률로 확정되어 시행되면 조·중·동을 잡기는커녕 군소 신문, 친여 매체까지도 고사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시각도 있다.


다시 위헌 소지가 담긴 신문법 개정안:

열린우리당은 2006년 6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신문법을 일부 삭제하거나 손질해서 국회에 내놓았다. 정청래 의원의 개인 발의 형식이지만 당정 협의까지 거쳤으니까 사실상 열린우리당의 당론으로 한 입법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신문법 개정안은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정을 내린 조항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손질했거나 헌법에 위배될 만한 사항을 아예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어처구니없게 개악을 해버린 것이다.
신문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들:이번 신문법 개정안의 중요 쟁점 내용은 무엇인가?
첫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던 ‘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정’, 즉 1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30%를 넘거나 상위 3개 신문사의 시장 점유율 집중도가 60%를 넘어서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서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도록 정했던 조항이 위헌으로 판정나자, 이를 삭제하지 않고 슬그머니 탈을 바꿔 쓴 것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는 표현 대신에 ‘대규모 신문 사업자’라는 규정(2조 13항)으로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그 대규모 신문 사업자의 기준을 법률에 의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의회입법의 원칙 위반).
이것은 마치 우리나라 수도를 서울에서 충남권으로 이전하려는 의도가 위헌 판결을 받자 이름만 바꾸어 행정수도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수도를 이전하려는 것과 비슷한 수법이다.
둘째, 위헌 소지가 있는 신문사의 경영 자료 제출 규정은 오히려 강화한 점이다. 이번 신문법 개정안은 이 경영 자료 신고 제출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로 최고 2천만원까지만 처분할 수 있는 기존 법률 조항을 한 단계 더 높여 신문을 ‘정간 명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21조 4항). 이것은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한 법률이다.
셋째, 신문에 대한 규제가 많은 신문법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정부가 직권으로 등록을 취소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엄청난 핵 폭발 장치를 달아놓았다(22조 3항).
한국 신문 시련의 역사: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래 지금의 노무현 정권처럼 신문과 원수처럼 싸웠던 정권은 없었다. 물론 권력의 횡포나 비리·부정을 비판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신문의 숙명인 이상 어느 정권에서나 신문을 탄압하거나 회유하려는 생각은 끊임없이 있어왔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4·19가 일어나기 전 해인 1959년에 정부 비판을 많이 했던 경향신문을 폐간시킨 일이 있고, 박정희 군사정권은 언론계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발탁하기도 하고, 1975년에는 이른바 ‘동아일보 광고 파동’과 같은 특정 신문 죽이기를 시도했다가 반년쯤 지나서 손을 뗀 일이 있다.
군부 세력을 이어받은 전두환 정권은 1980년 전국의 신문과 방송을 강제로 통·폐합시켰고, 선거에 의해 정권을 잡은 이른바 민주화 세력들도 직·간접으로 신문을 괴롭혔다.
노벨평화상에 빛나는 김대중 정권도 자신을 적극 지지하지 않는 신문들을 길들이기 위해 ‘신문 고시’ 등 갖가지 규제를 만들고, 세무 사찰 등으로 신문들을 압박했다.
이어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메이저 신문들을 공공연하게 적대시하고, 급기야는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등을 만들었다.

신문 관련법을 만들었던 배경: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8월 중순 , 한겨레·경향·서울·한국 등 4개 신문사 논설위원들을 만나 “내 지지율이 너무 낮다 보니까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같이 옳은 정책도 훼손된다. 내가 미워서 정책을 반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얼마나 오만한 논리이며 남의 탓 정치인가?
노무현 정권이 여러 가지를 착각하고 있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데 있다. 정치를 잘못해서 경제가 엉망이 되었기 때문에 지지도가 떨어지는 현실을, 지지도가 낮기 때문에 일해 먹기 어렵다는 식이다.
마찬가지 생각으로 자신의 정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메이저 신문들 때문에 “대통령 해먹기 어렵다”라는 것이고, 반대로 자신을 지지 격려하는 언론 매체들은 배달 조직이 빈약해서 자신을 잘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신문의 부수는 독자의 선택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독자만 많다면야 배달 조직은 자연히 뒤따르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신문의 배달 조직이 없는 것은, 그 신문을 보아줄 만한 독자가 없다는 것이 문제인데, 그것을 배달 조직이 없어서 신문을 배달할 수 없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저런 연유로 만들어진 것이 말썽이 되고 있는 신문 관련법들이고 그 법률에 의해 신문유통원이 만들어졌고, 그래서 ‘신문공동배달센터’라는 것이 설립된 것이다.

광고주들이 조사한 중앙 일간지 열독률:

 

2006년 11월 초 주간 <미디어오늘> 570호(11월1 ~ 7일) 1면에는 우리나라 신문 열독률에 대한 흥미로운 통계가 실렸다(<표 1> 참조). 이것은 한국광고주협회(회장 민병준)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에 맡겨 지난 8월15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 18세부터 69세까지의 성인 1만명을 대상으로 방문 조사해 집계한 것이다. 이 자료는 회원 외에는 원칙적으로 대외비로 되어 있다. 이를 <미디어오늘>이 입수해서 단독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번 신문 열독률 조사에서 드러난 수치들은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것은 순전히 독자들이 무슨 신문을 어떻게 읽느냐를 알려주는 지료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기네 신문이 ‘발행 부수 제일’이라고 큰소리를 쳐도 실제로 그것을 얼마만큼 읽어주느냐 하는 것이 신문의 진가인 것이다. 그것은 마치 방송의 시청률 싸움에서 어느 시간대의 어느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보았느냐와 같다. 실제로 매일매일 막대한 광고료를 내고 있는 광고주의 처지에서 본다면, 이것처럼 귀중한 자료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표 1>의 중앙 일간지 열독률 조사를 보면 3개 신문사의 열독률이 33%대이고, 나머지 신문 6개사의 열독률은 합쳐도 9.5%밖에 되지를 않는다. 그리고 지금 정부가 만든 신문유통원이 앞으로 배달 조직에 지원하려는 1천1백80억원의 돈은 이 10%도 못되는 신문들을 배달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통해 지출되는 것이다.

경영 실태 조사로 본 중앙 일간지 현황:참고 삼아 또 하나의 데이터를 보자(<표 2> 참조).

 

신문업계의 동향을 연구하는 ‘미디어경영연구소’가 조사한 2005년 신문업계 경영 실태 조사에 의하면 조선·중앙·동아 등 메이저 3개 사는 영업이익·정상이익이 흑자였으나, 마이너 종합지는 경영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고, 특히 스포츠지는 2개 신문이 부도가 나서 문을 닫았고, 3개 사만 남는 등 사상 최악의 경영실적을 보였다.
신문 관계법 무엇을 노리는가:정부 여당이 강행 통과시켰고 다시 개정안을 내놓은 신문 관계법은 무엇 때문에 만들어졌는가?
그것은 김대중 정권 때 만들었던 ‘신문 고시’로는 성이 안 차니까 ①메이저 신문 죽이기와 ②마이너 신문, 다시 말하자면 코드가 맞는 신문이나 인터넷 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을 받게 되어 있다.
그 하나가 1개 신문사가 시장점유율에서 30%를 넘거나 상위 3개 신문사의 집중도가 60%를 넘어서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도록 법으로 못을 박아놓은 점이다. 2006년 6월 말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 뒤 ‘시장 지배적 사업자’란 말 대신 ‘대규모 신문 사업자’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바꾸었다.
시장점유율이란 세계적으로 어느 상품에서나 1개 사가 50%가 넘거나 상위 3개사의 합계가 75%가 넘어설 때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간주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 정권은 메이저 신문들을 죽이기 위해 억지로 1개 사 시장점유율을 30%, 3개 사의 집중도가 60%를 넘어서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고 규정하려다 망신만 당한 꼴이 되었다.
그러나 신문법에는 아직 복병이 남아 있다. 각 신문사가 매출액·발행부수 등을 언제나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신문사의 경영 내용을 발가벗겨 보자는 속셈이 들어있는 것이다.

조·중·동과 군소 신문의 입장, 어떻게 다른가:

이 신문법은 본래 조·중·동 등 메이저 신문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신문의 발행부수와 경영 실태가 드러나면 사실은 군소 신문 광고 수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 법대로 발행부수 등 신문사의 경영 자료들이 밝혀지면, 이 정권과 코드가 맞는 신문,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는 지방 신문들이 먼저 피해를 입는다.

<표 1> 중앙 일간지 열독률 조사와 <표 2> 2005년도 신문업계 경영 실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중·동 등 3개 메이저 신문들의 영향력은 32.7%이고, 경향·매일경제·국민·한국·한겨레·서울신문 등 6개 군소 신문들은 다 합쳐서 9.5%에 불과하다. 77.5% 대 22.5%의 차이인 것이다. 그런데 조·중·동 등 메이저 신문들은 수시로 세무 사찰 등을 철저히 받고 있고 그동안 ABC 협회나 전문기관에 의해 발행부수의 실태, 즉 유가지가 몇 부이며, 무가지가 몇 부 등을 상당히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ABC협회(부수공사 기구)에 가입하지 않거나 가입했어도 성실하게 부수공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 대다수 군소 신문과 지방지들, 또 이 정권과 코드가 맞는 군소 신문들은 아직 세무 사찰 등 핍박을 받을 필요가 없고, 발행부수도 대부분 베일에 가려 있다. 그것을 일일이 발가벗겨 보면, 메이저 신문들은 별 상관이 없겠지만, 부수 공개도 하지 않고 세무 조사도 별로 받아보지 않은 군소 신문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또 지금까지는 발행부수를 따지지 않았던 광고주들도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가령 열독률 13.5%인 조선일보에 1천3백50만원을 지불했던 광고비를, 1%짜리 군소 신문에는 같은 크기의 광고라도 100만원밖에 줄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것을 지금까지는 확실한 데이터를 모르니까 3백만원, 4백만원씩 지불하고 있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군소 신문부터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 뻔하다.
또 지금까지 세무 사찰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군소 신문들도 경영 실태를 낱낱이 보고하게 되면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기업이 없고, 경영 자료 신고를 하지 않으면, 무더기로 정간이나 등록 취소를 당할 수도 있게 되었다.

잘못 만들어진 신문유통원:

 

정부 여당이 신문 관련법을 만든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여러 신문의 공동 배달 조직이다. 이것이 정권과 코드가 맞는 군소 신문들에게 정부 돈으로 자연스럽게 도와줄 수 있는 길인 줄로 여긴 듯하다. 그래서 신문유통원을 만들었고, 거기에 신문공동배달센터를 설립해서 지난해 100억원의 국고 보조금을 주었고, 새해에는 3백5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다. 그런데 그런 공동 배달 조직이 사실은 코드가 맞는 군소 신문들을 오히려 죽이게 되는 독약이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신문의 공동 배달’이란 것은 군소 신문의 배달 조직이 취약해서 신문이 적게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 정권을 두둔하는 신문을 보아줄 독자가 없어서, 원천적으로 배달할 데가 없는 것이다.
이 정권의 실무진들은 신문의 판매 조직을 너무 공부하지 않았다. 신문사와 각 지국은 전자 대리점과 마찬가지로 갑과 을 계약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것은 일제 때나 광복 후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업계의 룰이다. 그래야 열심히 해서 신문 부수를 많이 확장하고 배달하는 지국장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할제라는 것이 있어서 가령 1만2천원짜리 1부를 가져가면 6천원은 본사에 지대(紙代)로 납부하고 나머지 6천원으로 배달 비용과 기타 경비를 쓴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 정권의 브레인들은 각 신문사의 본사가 직접 지국장의 인건비와 배달 조직의 인건비 등을 지급하고 있었던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을 바르게 지적한 사람이 있다. 신문유통원의 설립 전제 조건으로 현 정부가 내세웠던‘매칭 펀드’ 방식에 대해 강기석 신문유통원장은 “이 공동 배달 방식이 신문사와 지국 간의 관계도 제대로 모른 채 만든 탁상공론”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18일 한나라당의 ‘유진룡 전 차관 보복 경질 진상조사단’이 방문 조사한 자리에서 강기석 원장은 “신문사의 지국은 본사 소속이 아니라 사업자 간의 계약 관계로 본사가 신문유통원에 참여하려면 각 사가 4백~1천 개에 달하는 지국과의 계약 관계를 모두 바꿔야 하는데 , 이런 것도 고려하지 않고 매칭펀드를 만들었다. 본사가 참여하는 매칭펀드 방식 자체가 탁상공론”이라고 말한 것이다.
신문유통원은 신문사들이 출자하기를 기다렸지만 배달 계약이 되어 있는 처지에서 신문사는 단 한 푼도 출자할 이유가 없어 시큰둥했다. 그렇다면 지국장들이 모여서 100억이든 10억이든 출자해야 되는데 그럴 형편의 지국장이 어디 있겠는가?
신문사의 출자가 한 푼도 안 들어오자 문광부는 배달 조직 운영 자금을 내줄 수가 없게 되었고 신문유통원장이 그동안 사채를 끌어다가 운영을 하기에 이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결국 노무현 정권이 메이저 신문을 죽이려고 신문 관련법을 만들었지만 군소 신문과 지방 신문들만 죽이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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