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해도 너무합니다 ㅠ.ㅠ"
  • 김현수(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3.05 10: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악플 대처 늑장, 정보 독점 등에 불만 높아...일부 업체 "새로 개발한 서비스, 주도권 뺏기기도"

 
네이버·다음·야후 등 인터넷 대형 포털 사이트에 무분별하게 올려지는 글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아무개씨는 요즘 한 악플러가 포털 사이트에 남긴 악플(악성 리플) 때문에 죽을 맛이다. 우울증이 생길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다. 지난 2월 누군가가 자살한 탤런트 정다빈을 비난하는 글을 한 사이트에 올리면서 적어놓은 휴대전화 번호가 공교롭게도 이씨의 것이었다. 이씨는 그때부터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 테러에 시달려야 했다. 참다못한 이씨는 포털 사이트측에 악플러가 남긴 자신의 전화번호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포털 사이트의 늑장 조처였다. 다음은 이틀이 지난 후에야 악플을 삭제했고, 네이버는 수일이 더 흐른 후에야 처리했다. 이 기간에 이씨는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로부터 시달려야 했다. 이씨는 경찰에 악플러를 형사 고소하고, 포털 사이트들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포털 사이트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이씨처럼 포털 사이트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 유선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대다수 포털 사이트는 고객 전화가 폭주한다는 이유로 자사의 전화번호를 찾기 어렵게 해놓거나 아예 공개하지 않는다. 유일한 대화 창구는 e메일 접수이다. 현행 통신판매법에는 ‘통신판매를 업으로 하는 자, 또는 그와의 약정에 따라 통신판매 업무를 수행하는 자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제16조 제1항)에 의거해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주소·전화번호 등의 게재’를 필수 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포털 사이트의 90% 이상이 자사의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한 네티즌은 “포털 사이트들이 누구 덕에 먹고 사는가. 네티즌 때문에 엄청난 광고 수익을 올리지 않는가. 그런데도 오로지 돈줄로만 생각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불만을 e메일로만 접수받겠다고 하지만 답변은 한 달이 지나서 오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성토했다. 답변이 와도 녹음기를 틀 듯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는 게 전부라는 것이다.
소비자보호원의 한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들은 최근 수많은 전자상거래 사이트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거나 광고 수익 등을 얻고 있기 때문에 쇼핑몰과 마찬가지로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대표 전화번호 등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포털 사이트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대형 포털 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아도 문의가 폭주한다. 정상 업무를 하기 힘들 지경이다. 만약 전화번호를 공개하면 업무가 마비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에 대해 제기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정보 독점화이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를 보자. 네이버는 ‘지식의 평등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네이버 지식인’을 선보였다. 그런데 지식 검색에 올라온 콘텐츠는 다른 포털에서는 검색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네티즌들은 “네이버가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독식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네이버는 일차적 조처로 ‘인터넷 검색 엔진 배제 표준’(Robots Exclusion Protocol)을 적용해 외부 검색을 막아놓고 있다. 인터넷 검색 엔진 배제 표준이란, 보안이 필요한 내용을 검색 엔진에 유출되지 못하도록 웹페이지를 작성하는 방법을 기술한 국제 기술 표준이다.
 서버 관리자가 웹페이지 HTML 작성시 맨 위에 검색 로봇을 배제한다는 의미의 ‘File:robots.txt’ ‘User-agent:*’ ‘Disallow:/’ 등을 적어놓으면 검색 로봇의 검색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소 업체나 신규 사이트들은 네이버에 돈을 주지 않으면 포털에서 사이트 검색조차 안 된다.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도 선보일 기회조차 갖기 힘든 것이다. 대형 포털 사이트가 ‘인터넷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거대 공룡이 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콘텐츠 개발 전문가들은 포털 사이트가 인터넷 사이트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IT(정보통신) 기업 콘텐츠 기획자인 정 아무개씨는 “중소 업체가 재미있고 인기를 끌 만한 서비스를 선보이면 포털 사이트는 똑같은 서비스를 곧바로 내놓는다. 때문에 자금력과 회원 수에서 열세를 보이는 중소 업체는 신제품을 선보여도 주도권을 대형 포털 업체에 빼앗기는 현실이다”라고 토로했다.


 
“포털, 대통령도 바꿀 힘 가졌다”


최근 IT 업계에서는 동영상 UCC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UCC 전문 업체들은 포털 사이트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소 콘텐츠 제공업체 대표인 김 아무개씨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면 대형 포털에서 제휴하자고 찾아온다. 포털과 협력하지 않으면 홍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도 받지 못하고 콘텐츠를 그대로 넘겨준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런 포털의 행위는 약탈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포털 사이트의 광고료가 너무 일방적으로 책정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광고단가 경매제인 ‘오버추어’ 방식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한 인터넷 쇼핑몰 사장은 “벌어서 모두 포털에 갖다 바친다”라고 푸념했다. 그가 주장하는 불만은 네이버 맨 위에 뜨는 스폰서 링크라는 광고 방식 때문이다. 스폰서 링크는 온라인 광고회사인 오버추어에 임대해 수익을 배분한다.
오버추어는 네이버뿐만 아니라 다음과 엠파스 등 모든 포털 사이트에 똑같은 광고를 게재하는데 종량제 방식이다. 쉽게 말해 클릭당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는 광고주가 포털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는 논리이다.
포털 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광고비는 적정하게 책정됐다. 오버추어만 해도 고객이 광고료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검색어에 따라 광고비가 다르다. 인기 검색어는 광고비가 높게 책정되었지만 그만큼 효과도 좋다”라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의 강력한 파워는 언론의 독점화이다. 유력 언론사의 기자들도 자사 매체보다 포털이 두렵다고 말할 정도이다. 포털 사이트가 여론을 주도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한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인 윤 아무개씨는 “포털이 선택한 기사가 사회적으로 이슈이자 의제가 되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 검색 포털은 이제 대통령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포털 사이트의 무한 권력은 계속되고 있다. 엄청난 수익도 올린다. 지금까지 제공했던 서비스는 ‘맛보기’에 그치고 있다. 이제는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포털 사이트의 막강한 권력 앞에 힘없는 기업과 네티즌들은 속수무책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