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언론'의 새로운 도전 일요판 신문은 성공할 것인가
  • 심재철(고려대 교수, 언론학부) ()
  • 승인 2007.03.2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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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앙 SUNDAY>로 포문 열어..."출혈 경쟁-자원 낭비" 비판도

 
2004년 3월12일 금요일,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를 의결했다. 탄핵안 표결은 국회 재적의원 2백71명 가운데 1백95명이 투표에 참가해 찬성 1백93표, 반대 2표의 압도적 다수로 가결되었다. 이러한 결정은 금요일인 이날 오전 11시51분에 이루어졌다. 이 뉴스는 토요일자 신문 1면을 장식했다. 하지만 후속 기사는 일요일을 건너뛰어 탄핵안 표결로부터 나흘째인 월요일 아침에야 독자들의 손에 전달되었다. 일요일에는 신문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신문이 ‘주말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 TV와 인터넷 매체들은 ‘탄핵소추 불가’라는 여론과 국민 정서를 형성해나갔다.
한 미디어 전문가는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언론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라고 지적했다. “어떻게 그런 중대 사항을 금요일 정오 직전에 내릴 수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신문이 펜을 놓고 하루 쉬는 사이에 탄핵 소추 의결로 난장판이 된 국회와 아름답지 못한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주말 내내 연속적으로 텔레비전 화면에 나타났다. 신문이 취재를 다시 시작했을 때는 이미 국민 여론이 ‘탄핵 소추 불가’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상황이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요 행사나 뉴스거리는 주말이라고 건너뛸 수가 없다. 그러나 일요일 자 신문이 없다 보니 토요일에 발생하는 주요 이슈나 사건·사고 등에 대한 취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반성에서인지 국내 주요 일간지들이 일요판을 새로 만들기 시작했으며, 사전 작업으로 주말판을 확대 개편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처음으로 지난 3월18일 <중앙 SUNDAY>를 창간했다. 중앙일보는 창간사에서 먼저 독자들에게 ‘일요일에 신문을 발간 않은 게으름’에 대한 용서를 구했다. 앞으로 <중앙 SUNDAY>가 주말에도 쉬지 않고, 정보의 바다에서 ‘뉴스를 정리하고, 현상을 분석’해 뉴스의 안내자, 나침반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이 일요판 신문을 위해 새로운 전담 편집국을 구성하고 지난 여름부터 준비해왔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조선일보의 주말은 다릅니다’라는 캐츠 프레이즈를 내걸고 주말 경제 섹션지 <Weekly Biz>와 IT(정보통신)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다루는 <Digital Biz> 및 <북 섹션> 지면을 확대해 따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지면은 토요일자 신문의 섹션지로 자리를 잡아나갈 예정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3월10일 매거진 형태의 주말판 잡지 <더 위크엔드>를 창간했다. 이 주말판은 동아일보 출판국에서 만들어 일간지와 함께 토요일에 독자들에게 배포된다. 일간지  편집국과는 무관하게 <주간동아>가 중심이 되어 주말 기획 특집 기사를 내거나 <신동아> <여성동아> <과학 동아> 등에서 나온 기사를 재가공해 주말 매거진에 싣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 지역을 대상으로 실험 배포 중이다. 한겨레 신문도 주말 색션 강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신문의 일요판 신문 창간이나 주말판 확대 개편 시도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일요판 신문이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면서 그동안 ‘게으름을 피웠다’라고 밝힌 중앙일보의 창간사는 솔직하기까지 하다.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우선적으로 배포하는 동아일보의 실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일간지 시장에서 전국을 대상으로 일요판 신문을 발간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온라인 신문의 거센 도전으로 종이 신문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한국신문협회가 최근 발간한 <2006 한국신문> 통계를 보면, 국내 10대 일간지의 매출액은 한·일 월드컵이 있었던 2002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김대중 정부부터 시작된 정부와 시민 세력의 언론 개혁 운동에 따라 종이 신문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상당히 손상되었다. 일간지로서는 당연히 이에 대한 타개책을 찾아야 하며, 그런 점에서 고급 독자를 겨냥한 일요판은 종이 신문의 새로운 도전으로 간주될 만하다.  


미국에서는 주말판이 더 잘 팔려


뉴욕 타임스 등 선진국의 주요 일간지들은 주중판과 주말판을 따로 만들고 있다. 뉴욕 타임스의 일일 판매 부수는 평균 1백10만 부이지만, 일요판은 그보다 50만 부나 더 많은 1백60만 부 정도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지방 신문 샤롯 옵서버의 경우에도 주중에는 하루 평균 24만 부를 찍어내지만, 일요판은 31만 부가량 팔린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일요판에 대한 수요가 주중판보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높다. 
국내 일요판 신문도 독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관점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요판이 정착되어야 하는 이유를 꼽는다면 1주일 내내 주중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고 중단 없이 주위 환경을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일요판 1면은 뉴스 가치가 높은 스트레이트 기사로 채워져야 한다. 특종을 위한 취재 경쟁이야 독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만 질보다 양으로 승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언론계에서는 신문 증면, 판매 경쟁, 무리한 광고 유치에서 보듯 또 다른 과당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특히 <중앙 SUNDAY>는 처음부터 광고료 할인, 중앙일보 구독자에 대한 구독료 할인 등을 내걸고 독자와 광고주 유치에 나서 메이저 언론이 신문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판매 질서를 어지럽히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젊은 세대들이 뉴스를 온라인을 통해 수용하는 상황에서 종이 신문의 과당 출혈 경쟁은 자원 낭비라는 비판적인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중앙 SUNDAY> 이성훈 마케팅 담당 이사는 “광고료는 전혀 할인하지 않고, 구독료는 중앙일보와 함께 구독할 경우에만 신문고시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할인해 주는 것이다”라며 ‘종이 신문의 과당 출혈 경쟁이 자원 낭비’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른 신문과 달리 <중앙 SUNDAY>는 길가에 버려지는 신문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때 미국의 3대 시사 주간지였던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와 <라이프> <룩>이 각각 7백만~8백만 부씩 인쇄하며 무리한 부수 경쟁을 벌이다가 독자들에게 외면을 당해 1960년대 말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서 퇴출된 사례를 돌이켜보아야 한다.
일요판 신문의 창간은 점차로 영향력을 잃어가는 종이 신문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야 한다. 그 생존 전략은 독자들에게 주중·주말에 구애받지 않고 종이 신문을 접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데 있다. 또한 주위 환경에 대한 중단 없는 감시를 하며 사회경제적 지위와 이념, 세계관이 다른 사회 여러 세력을 함께 연결시켜줄 수 있는 고급 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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