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후보들 10억 달라' 장전'
  • 조재민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4.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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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자금 모금액 사상 최대 기록할 듯

 
미국 대통령 후보들이 정치 자금을 많이 모았다고 자랑하느라 바쁘다. 선거는 아직 1년여 남았는데 4월10일까지의 3개월간 모금 총액은 1억2천만 달러를 넘었다. 민주당의 힐러리와 오바머는 도합 5천만 달러 이상을 모았다. 이 추세대로 가면 선거 자금은 사상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례 없는 기록적 액수다. 마치 모금 액수가 차기 대통령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도 되는 듯 모두 자금 모금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2008년 11월에 있다. 그러나 예비선거 일정이 변경되는 바람에 가능한 한 초기에 모금을 많이 하려 든다. 후보들은 각 주 예선에 대비한 선거운동을 하면서 여행비·인건비·홍보비 등으로 많은 돈을 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마치 세계 대전을 방불케 한다. 수많은 전선에 병력을 배치하듯이 후보들은 광대한 지역에 운동원들을 배치해야 하고 당연히 막대한 비용이 든다.
무엇보다 초기 예비선거는 중요하다. 여기서 가망이 없는 후보들은 탈락하고 최후 승리자의 윤곽이 잡히기 때문이다. 거의 절반에 이르는 주가 내년 2월5일을 예비선거일로 잡고 있다. 이날 최대 유권자를 가진 뉴욕 주·뉴저지 주·캘리포니아 주가 예선을 치른다.
 후보들은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하고 각종 이벤트를 준비하기에 바쁘다. 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텔레비전 광고도 필수적이다. 텔레비전 방송들은 제철을 만난 듯 광고료를 올린다. 선거 광고 시간을 정부가 규제하지는 않으나 법 규정에 따라 모든 후보들에게 균등한 광고 시간을 배정해야 한다. 초반의 모금은 이 모든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다.
오바머는 힐러리 상원의원의 2천6백만 달러보다 100만 달러 적은 자금을 확보해 기염을 토했다. 그의 모금액 2천5백만 달러는 일리노이 주에서 온 정치 초년생으로서는 대단한 것이다. 그가 모금 경쟁에서 힐러리와 박빙을 이루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돈 모으기’ 과열 경쟁에 여론은 조용


그와는 대조적으로 한때 공화당의 선두 주자로 떠오른 매케인은 겨우 1천2백50만 달러를 거두어 정치 장래에 의문을 던졌다. 인기 면에서 그보다 훨씬 뒤진 롬니의 2천3백만 달러, 줄리아니의 1천5백만 달러에 미달했다.
선거에서 기선 잡기는 특히 중요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출마하지 않기 때문에 무주공산의 선거가 되었다. 그래서 유권자의 마음을 먼저 사로잡는 것이 필수다. 현직 대통령이 출마할 때는 대체로 프리미엄이 붙어 그쪽으로 돈이 몰린다.
선거 자금 모금이 초반부터 과열 양상을 보여도 이를 우려하는 여론은 거의 없는 것 같다. AP 통신이 ‘미쳤다’고 표현한 것이 고작이다. 미국인의 선거 의식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에 대한 간접 투표로도 인식되는 선거 자금은 그  집행이 워낙 투명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성금을 내는 사람들은 자신의 돈이 정치 발전을 위해 사용된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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