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비전의 크기에 달렸다”
  • 조 철 (출판 기획자) ()
  • 승인 2007.08.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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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어떻게 다 가졌을까>/ 여성학 같은 자기 계발 우화

 
지난해 인터넷발 ‘된장녀’ 논란으로 한국 사회가 한때 시끄러웠다. ‘된장녀’는 ‘외국 고급 명품이나 문화를 좇아 허영심이 가득 찬 삶으로 일관해 한국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은 여자’를 비꼬는 말이다. 분수에 걸맞지 않게 사치스런 생활을 즐기는 일부 여성들을 표적으로 한 이 말은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한국 남성들의 폐쇄성을 드러냈다고 하여 되레 비난을 받기도 했다. ‘된장녀’가 환상과 허영심을 깨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 나왔다.
<그녀들은 어떻게 다 가졌을까?>. 이 책의 제목은 많은 여성들이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여성에게 보내는 동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여성에게는 모두들 잘 사는데 초라하게 사는 자신을 두고 한탄하는 말로도 들릴 것이다. 제목이 단순히 많은 것을 누리는 여성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다 가진 여성’이란 환상이고, 많은 여성들이 오해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환상에서 벗어나면 현실이 보이는 법이다. 현실에 발을 단단히 딛고 흐트러진 몸을 추슬러 비전을 가지고 행동할 것까지 책 제목은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젊음 속에도 환상과 현실이 공존한다.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 시기에는 막연한 꿈과 용기, 두려움이 함께 하기 마련이다. 그 시기 젊은 여성들은 미래에 자신이 변할 것이라는 것은 알면서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다. 그들은 수백 년간 내려온 신데렐라의 꿈을 여전히 꾸고 있다. 또 한때 많은 여성들을 열광케 했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보았던 화려한 성공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의심하며 방황하는 수많은 젊은 여성들을 위해 소설 형식으로 쓰여졌다. 이 땅의 여성들이 세상이 만들어놓은 꿈같은 미래를 그저 바라기만 하지 말고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 현실을 딛고 올라서라고 말한다.
커리어컨설턴트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저자의 경험을 그대로 살린 이 책에서는 ‘다 가진 여성’들의 현실도 분명히 알게 되고, ‘못 가진 여성’들의 사고방식과 ‘된장녀’라고 비난받을 소지가 다분히 있는 여성의 일상까지 엿보게 된다. 젊은 여성들을 위한 책이지만 이 땅에 함께 사는 여성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모두가 참고할 만하다.
주인공 몽실은 중견기업 홍보팀 4년차 직원. 대기업 입사 시험에 붙을 때까지 다닌다고 입사한 뒤 벌써 만 3년 넘게 다니고 있다. 지난 3년간 대기업에 낸 입사 지원서와 이력서만도 100통은 넘는다. 그렇게 “나는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라며 우울해하던 몽실은 어느날 뉴욕행 여행을 결심한다. 독특한 개성과 패션 감각을 지니고 사는 뉴요커들, 당당한 커리어 집단의 거리 월스트리트, 명품 숍이 즐비한 맨해튼의 5번가, 여유 있는 뉴욕 센트럴파크의 풍경 등을 꿈꾸며. 하지만 몽실이 만난 뉴욕의 첫 모습은 그녀의 상상을 뒤엎는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남녀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찬 뉴욕의 새벽 전철역은 몽실이가 살던 노원역의 모습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말끔한 정장 차림에 스니커즈와 배낭,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들이 독특한 멋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니라 비싼 교통요금에 걷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어 아무리 멋쟁이라도 스니커즈에 배낭밖에 선택할 수 없음을, 그리고 멋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지는 ‘손에 들고 다니는’ 그들의 커피는 한가로이 앉아 커피 마실 시간조차 즐길 여유가 없는 도시인의 표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왜 뉴요커가 베이글과 커피로 아침을 먹는지 이제야 알겠다. 앉아서 시리얼 먹을 시간도 없고, 늘 수면 부족이라 카페인을 들이마시지 않으면 정신을 못 차리기 때문이 아닐까? 물 위로 보이는 뉴요커와 물 밑의 뉴요커는 정말 다르다.”

미래 모습에 맞는 자격 갖추려 애써야
뉴욕의 또 다른 모습에 다소 놀란 몽실은 맨해튼으로 떠나는 페리에 탑승하게 된다. 갑자기 배가 흔들리고 정신을 잃은 몽실은 10년 후 어느 날로 가서 인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7명의 여성들과 만나게 된다.
첫 번째 만남에서는 ‘목표의 본질을 보라’라는 주문을 듣는다. 목표에 대해 환상만 품고 있어서는 목표를 가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뉴요커들의 진실을 알아채듯이 자신이 꿈꾸는 이상향의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비전과 욕심을 가져라’라는 주문을 듣는다. 비전이란 자신의 현재 모습이 아니라, 미래에 되고 싶은 모습을 의미한다. 이런 비전 없이 하루살이처럼 열심히 살다 보니 성공했다는 사람이 있을까. 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하루하루 힘들게 살면서 ‘돈만 많이 번다면’ 하는 생각으로는 푸념만 하며 사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만남에서는 ‘꿈꿀 수 있는 자격을 갖춰라’라는 주문을 듣는다. 사실 신데렐라 스토리가 현실에서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마술사는 한 가지 마술을 선보이기까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수백 번 연습하고 무대에 선다. 그것은 일이나 사랑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요즘 사회에서 잘나간다는 남자들은 타고난 신분만으로 성공을 이루고, 그것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니 남자들은 자기들이 고생해서 이루어놓은 것을 여자가 공짜로 누리겠다고 하면 염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자는 조건 따져서 결혼했는데, 남자라고 조건을 안 따질 리 없다. 설령 남자가 조건을 안 따진다고 하더라도, 조건을 따진 여자는 남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평생 열등감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신데렐라이기 이전에 신데렐라가 될 ‘자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네 번째 만남에서는 ‘세상과 싸우고 또 화해하라’, 다섯 번째 만남에서는 ‘나를 이겨라’라는 주제가 이어진다. 본격적으로 현실을 환상으로 바꾸는 작업에서 필요한 것들이다.
여섯 번째 만남에서는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맞춰라’라는 주문을 듣는다. 베트남 전쟁 때 하노이 포로수용소의 병사들 가운데 미군 최고위급 장교였던 스톡데일 장군이 있었다. 약 8년간 수용소에 갇혀 모진 고문과 학대를 당하면서도 많은 병사들을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게 한 전쟁 영웅이다. 스톡데일 장군에 따르면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던 사람들은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낙관주의자들이 아니라 현실주의자들이었다고 한다. 맹목적인 낙관주의자들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결국에는 상심해서 죽어갔다. 반면 현실주의자들은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에 대비해 마음을 다짐으로써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동시에 그것이 무엇이든 눈앞에 닥친 냉혹한 현실들을 직시하는 것이 개인이나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일화이다.
몽실의 일곱 번째 만남에서는 ‘믿어라 그리고 간절히 바라라’라는 주문을 듣는다. 원하는 삶을 매일 가슴에 담아두고, 늘 그런 삶을 소망하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는 사례들을 보면서도,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성공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늘 꿈꾸고, 그것을 향해 현실적으로 매진하다 보면 어느날 그 꿈이 실현되어 늘 꿈꾸던 사람으로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나 환경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몽실’이 ‘현실’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그렇게 끝난다. 이 책은 저자가 지금까지 해온 인터뷰, 심리학·교육학·경영학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수차례의 리서치로 얻은 내용들을 담아내 깊이를 더했다.
‘된장녀’든 ‘신데렐라’든 오해를 벗겨내면서, 성공을 꿈꾸는 이 땅 여성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메시지는 이렇다. “젊고 아름답고 재능 있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미래를 의심하며 삶에 치이면서 찬란하던 낯빛을 잃어간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모른 채, TV 드라마나 토크쇼의 화려한 주인공들만 부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지금 무엇을 하지 않으면 평생 그 부러운 눈길을 거둘 수 없다. 그들은 처음부터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성공적인 삶이란 누군가 그저 길거리에서 나를 캐스팅해주기만 하면 누릴 수 있는 삶이 아니라, 반드시 자기 자신의 전략과 노력으로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그들 또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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