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영향력·신뢰’ 두 토끼 잡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7.10.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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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 조선일보, 2위로 ‘양강 체제’ 굳혀…언론인 부문에서는 손석희 독주

 
미디어 분야는 그 어느 때보다 격변하고 있다. 밖으로는 시장 개방이라는 거센 압력이 밀려오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신문과 방송, 통신 사이에 시장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각 미디어들의 경쟁은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자연히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 분야 순위도 이런 상황 변화에 따라 춤을 추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올해의 주인공은 KBS였다. KBS가 영향력과 신뢰도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판승을 거두었다. 2005·2006년에는 ‘영향력은 KBS, 신뢰도는 한겨레’구도였다. 이런 결과는 MBC 보도전략팀이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연구팀(팀장 황용석 교수)에 의뢰해 지난해 11월25일부터 12월25일까지 수도권 지역 만 20세 이상 남녀 7백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뉴스 수용자 조사 결과와 비슷하다. 당시 뉴스의 전체적인 신뢰도, 선호도, 친밀도 등은 KBS, MBC, SBS 순이었다.
KBS측은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현실화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KBS 방송문화연구소 김호석 박사는 “진작부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영향력과 신뢰도 모두 KBS가 1위였다. 해마다 나오는 <시사저널> 조사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2010년쯤 되면 KBS가 두 부문에서 1위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1위에 올랐다. 놀랍다”라고 말했다. 김박사는 KBS가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1위를 차지한 비결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후부터 KBS는 이념 지형으로 본다면 오른쪽에서 중도우파 쪽으로 발을 옮겼다. 10년 가까이 이런 노력을 기울이자 2000년 이후 KBS의 영향력이 MBC를 앞섰다. 다른 하나는 뉴스에서의 기계적인 균형성이다. 전임 박권상 사장은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뉴스가 편향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KBS 뉴스가 균형을 잡고 신뢰를 얻은 데는 박 전 사장의 역할이 컸다. 일각에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방송위원회가 조사하는 공정성을 판단하는 척도인 KI지수(시청자 방송평가지수)도 방송사 가운데 가장 높게 나온다. KBS는 공정한 매체이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의 올해 조사 결과는 또 지난해 형성된 ‘방송은 KBS, 신문은 조선일보’라는 양강 구도가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KBS는 지난해보다 2.7% 높아진 59.2%로 영향력 1위를 고수했다. 2006년에 영향력 2위였던 조선일보는 지난해보다 0.8% 떨어지기는 했지만, 54.8%를 기록해 2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0.9%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던 두 매체 간 격차는 다시 약간 벌어지는 흐름이다. KBS가 독주 채비를 갖추는 조짐이라고 보면 지나친 해석일까. 분야별로 보면 KBS는 사회단체, 종교인, 금융인, 기업인, 법조인, 언론인들이 영향력 1위로 꼽았고, 행정 관료, 교수, 정치인, 문화예술인들은 조선일보를 영향력 1위로 꼽았다.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MBC의 하락세이다. 순위는 변함없이 3위이지만, 2005년에는 영향력이 42.0%였는데, 2006년에 33.2%로 낮아지더니 올해는 31.3%로 떨어졌다. MBC 최문순 사장은 언론계 안팎에서 주목받는 가운데 사장에 취임한 지 3년6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MBC는 지난 6월1일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2011년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최고의 공영방송’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향후 2년 동안 매출 확대를 비롯한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공영성을 강화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2011년에 매출액 2조3천억원을 달성해 세계 미디어그룹 3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지난해 MBC 본사 매출액은 7천2백억원이었다. 그러나 MBC 내에서는 프로그램 기획·제작 능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흐름을 보면 MBC가 모종의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앙, 동아 제치고 4위 재탈환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순위 조사에서 또 주목되는 것은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순위 변화이다. 두 매체는 4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순위 다툼이 치열하다. 2005년에는 중앙일보가 22.3%를 차지해 20.6%를 얻은 동아일보를 제치더니 2006년에는 동아일보가 20.5%를 얻어 19.6%에 그친 중앙일보를 제쳤다. 올해는 다시 순위가 역전되었다. 중앙일보가 20.5%를 기록해 4위를 차지하며 17.5%에 그친 동아일보를 5위로 밀어냈다. 중앙일보는 ‘가장 신뢰하는 매체’조사에서도 동아일보를 따돌렸다. 지난해에는 동아일보가 17.5%를 얻어 13.0%에 그친 중앙일보를 앞섰는데, 올해는 중앙일보가 12.4%를 기록해 9.2%를 얻은 동아일보를 3.2%포인트 차로 제쳤다. 중앙일보는 행정 관료, 교수, 정치인 그룹의 호응에 힘입어 매체 영향력에서 동아일보를 앞섰다. 기업인, 문화예술인, 종교인, 정치인, 행정 관료들은 신뢰도 분야에서 중앙일보보다는 동아일보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순위 변동은 있지만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에 등장하는 이름은 지난해와 변함이 없다. ‘조·중·동·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6위, 한겨레가 7위를 기록했다. SBS, 오마이뉴스, 다음이 그 뒤를 이었다. 한겨레와 SBS는 올해 순위 바꿈을 했다. 대선 국면임에도 오마이뉴스가 2002년 대선 때와 달리 약진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신뢰도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한 단계 내려간 9위를 기록했다.
매체 영향력 분야에서 10위권 바로 문밖에 있는 매체는 YTN이다. 그 뒤를 매일경제, 연합뉴스, 야후, 경향신문, 한국경제, 한국일보, 문화일보, 프레시안, CBS, <시사저널>이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문화일보가 18위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 말고는 변화가 없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부문에서는 KBS에 1위 자리를 내준 한겨레가 2위를 차지했다. 조선일보, MBC,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SBS, 오마이뉴스, YTN 순으로 10위권 안에 들었다. 지난해 10위 안에 들었던 네이버가 올해는 11위로 밀렸다. 최근 포털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네이버의 뒤를 매일경제, 연합뉴스, 다음, 한국일보, 한국경제, 프레시안, 국민일보, <시사저널>, CBS가 이었다. 문화일보는 신뢰도에서는 2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부문에서는 올해도 ‘손풍(孫風)’이 거셌다. 이 분야에서 당분간은 MBC FM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는 손석희 교수(성신여대·문화정보학부)의 독주를 막을 사람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05년 조사에서 2.9%포인트 차로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을 밀어내고 처음 1위에 오른 그는 지난해 조사에서 24.0%를 기록하며 9.8%에 그친 김고문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올해도 추세가 비슷했다. 손교수는 20.2%를 얻어 9.2%의 김고문을 큰 차이로 제쳤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과 함께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매주 목요일 밤 <MBC 100분 토론>을 진행하는 그는 취미 생활도 없이 일에 몰두하고 있다. 주말에도 수업 준비를 하느라 좀처럼 나들이를 하지 못한다. 눈 뜨고 잘 때까지 시사 현안에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고된 나날이지만, 그는 일을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손교수가 늘 염두에 두는 것이 있다. 문제 의식을 갖는 것, 즉 어떤 사안을 바라볼 때 다른 각도는 없는가를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질문으로 소화되어 나오다 보니 때로는 출연자와 언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는, 진행자는 이런 면도 있지만 저런 면도 있다는 판단 근거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부문에서 5위까지 등장 인물은 지난해와 변함이 없다. 손석희 교수,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의 뒤를 이어 엄기영 MBC 앵커가 3위에 올랐다. 지난해보다 두 계단 뛰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지난해와 같은 4위를 기록했고, 정연주 사장은 지난해보다 두 계단 떨어진 5위에 그쳤다. 주목되는 것은 6위에 오른 시사 평론가 정관용씨와 7위를 기록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다. 홍회장은 지난해 13위에서 6계단을 뛰었고, 프레시안 이사로 있는 정관용씨는 지난해에는 이름조차 오르지 못했으나 이번 조사에서 일약 6위에 올랐다.
정이사는 KBS 1TV에서 매주 금요일에 <심야 토론>, KBS1 라디오에서 매일 오후 7시20분에 <열린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원만하고 차분하게 진행하며 논쟁의 핵심을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나 토론 진행자로서 좋게 평가되고 있다. 

언론, 대선의 해 맞아 ‘영향력 강한 집단’ 2위로 뛰어올라

지난해 15위에 그쳤던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올해 조사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대선 국면에서 오마이뉴스에 ‘노무현 인물 연구’를 연재하는 등 활동을 재개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위원이 9위,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이 10위를 기록했다.
10위 밖에는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이 11위,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이 12위, 최문순 MBC 사장이 13위에 올랐다. 그 뒤를 도올 김용옥 중앙일보 기자(세명대 석좌교수),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김주하 MBC 앵커, 홍기섭 KBS 앵커, 리영희 한양대학교 명예교수가 이었다.
언론계는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 혹은 세력’부문에서 2004년 3위, 2005년 5위, 2006년 6위로 계속 떨어졌는데, 올해 조사에서 2위로 뛰어올라 역시 ‘대선의 해’임을 실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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