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저질 식품과 전쟁 중”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07.10.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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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갑종 식약청 수입식품팀장 인터뷰 / “1공장 1공무원 할당제 실시 등 1990년대 한국 답습”

 
지난 9월11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 공항. 한국에서 출발한 연구원들이 비행기에서 내렸다. 중국 농수산물의 가공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급파된 식약청 직원들이었다.
식약청 식품본부 서갑종 수입식품팀장은 “중국산 식품에서 유해물질이 잇달아 검출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방문은 논란이 일고 있는 중국 현지 수출 공장의 운영 실태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식약청은 지난해부터 1년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팀장 일행이 처음으로 찾은 곳은 랴오닝성에 위치한 한 김치 공장. 시설이나 위생 상태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웬만한 국내 중소기업보다 시설 면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이 서팀장의 전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은 위생 상태가 엉망이었다. 위생복도 안 입은 직원이 세척 시설도 없는 공장에서 버젓이 고춧가루를 가공하고 있었다. 찐쌀 제조 공장에서는 파리가 윙윙거리며 날아다녔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감시와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이같은 풍경은 많이 사라진 상태이다.”

국가 차원 안전 대책은 있지만…

 
실제로 유해 식품 억제를 위한 중국 정부의 조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범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3월 미국에서 발견된 멜라민 오염 애완동물 사료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로 인해 양국은 최근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4개 회사 5천6백개 제품에 대해 즉각적인 회수 조치에 나섰다. 독성 물질인 디에칠렌글리콜이 함유된 중국산 치약, 인체에 유해한 동물용 의약품 성분이 검출된 수산물 등도 잇달아 회수하고 수입을 금지시켰다.
그러자 중국도 미생물 초과 건포도를 미국에 반송하는 보복 조치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달았다. 양국은 최근 위생 약정을 체결하는 선에서 최악의 상황은 막았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이 미국과 유사한 조치를 취하면서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산을 사용하지 않는 ‘차이나 프리’ 움직임까지 일면서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의 품질이나 위생 및 안전 문제가 예상외로 장기화하면서 중국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EU 등의 국가와 고위급 회의를 잇달아 추진하는 등 대화 채널을 확대하면서 국내 수출품의 품질 향상 및 안전 관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1공장 1공무원 할당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1990년대 초만 해도 우리나라는 공무원 할당제를 운영해왔다. 수출 공장마다 담당 공무원을 정해 특별 관리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과거 성장기 우리나라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8월에는 국가 차원에서 위생 문제를 다루는 ‘식품 안전 작업반’이 조직되었다. 이 단체의 단장은 정권 실세인 우이 부총리가 맡았다. 저질 식품 억제를 위한 정국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정부는 최근 품질 및 안전 관리 향상을 위한 ‘특별 전쟁’을 선포했다.
“중국이 얼마 전 뇌물을 받은 식품장관을 사형에 처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유해 식품 문제를 방치할 경우 국가의 신뢰성이 중대한 도전을 받게 되고, 내년 베이징올림픽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었다. 지난 9월부터는 수출 식품에 대한 검사확인표시제인 ‘CIQ 마크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이 최근 유해 식품 억제를 위해 각종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다. ‘불량 식품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그러나 일부 공장의 경우 여전히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 배경에는 양국 간의 안전 기준 차이가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감시의 눈만 피하면 된다”라는 현지 공장들의 안일한 생각이다.
서팀장은 한 오징어 가공품 공장을 방문했다. 이곳 시설도 국내의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게 잘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개개인의 위생 의식은 그렇지가 못했다. 오물이 가득한 물에 제품을 씻고 있었다. 서팀장은 곧바로 시정 조치를 내렸다.
또 다른 갈비탕 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공장 인근에 쓰레기장이 방치되어 있음에도  아무런 제재 없이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냉동 창고에는 수출을 위한 제품과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다.
일부 갈비탕 공장의 경우 국내에서 금지된 동물성 의약품이 검출되기도 했다. 속성으로 소를 키우기 위해 사료에 동물성 의약품을 섞어 먹인 것이다.
“공장 시설은 지속적인 노력에 힘입어 위생 시설이나 관리가 많이 좋아진 상태이다. 그러나 원료에서 발생한 문제는 여전했다. 공장을 아무리 잘 관리해도 원료 단계에서부터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문제는 여전히 반복될 수 있다.”
물론 그는 중국산 제품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 이면에는 국내 수입 업자의 ‘모럴 헤저드’도 도사리고 있다. 중국의 위생 점검 시스템은 개선되고 있지만 국내 수입 업자는 하나도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산 농산물 중에는 검역이 까다로운 일본으로 수출되는 제품이 꽤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되는 것은 일부에서 중금속 오염 등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국내 수입 업자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질의 중국산 농산물을 무작위로 수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종종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

국내 중국산 불법 유통 여전해
일례로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발암 의심 물질인 사이클라메이트나 사카린을 첨가한 중국산 술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시킨 수입 업자 신 아무개씨(48)를 구속 기소했다. 
“식약청에서는 통관 과정에서 문제의 술을 적발하고 판매 금지 조치했다. 그러나 수입 업자가 이를 어기고 시중에 유통시켰기 때문에 검찰에 고발할 수밖에 없었다.”
보따리상을 통한 폐해도 여전하다. 현행법상 농산물은 50kg까지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검역이 되지 않는 제품이 들어오는 것이다.
“최근에는 보따리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업자도 생겨났다. 보따리상은 대부분 세관 조사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이 반입하는 물건을 모아 전문적으로 유통시키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경찰, 관세청, 식약청이 합동으로 단속을 실시했지만 워낙 은밀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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