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품은 60년
  • 김세원 편집위원 ()
  • 승인 2007.11.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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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술 사랑방 ‘잘츠부르크글로벌세미나’ 참관기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유명한 잘츠부르크 레오폴드스크론 성에서 올해 전세계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잘츠부르크글로벌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에서 포함된 ‘유리 천장 부수기: 정계와 재계의 여성들’이라는 이름의 세션에서는 정계와 재계의 고위직에서 활동 중인 여성들의 위치와 리더십, 이들의 영향력을 분석하고 세계의 여성 지도자와 학자들이 국경과 종교·문화적 차이를 극복해 연대·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가 다양하게 펼쳐졌다. 의장을 맡은 세계 여성 지도자 의회의 공동 창립자이자 골드만 삭스의 글로벌리더십 및 다양성 담당 전무 출신인 로라 리스우드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세미나를 이끌었다. 가나의 식품회사인 아그로푸드 사의 사장이자 국회의원 출신인 한나 테트,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여성 기금 모금 네트워크의 대표인 크리스틴 그럼, 워킹 패밀리를 위한 기업의 소리 대표 도나 클라인, 페루 국회의원인 안나 타운센트의 강연은 21세기 리더십의 첫째 가는 덕목으로 꼽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2차 대전 중 젊은 학생들에 의해 발족

잘츠부르크글로벌세미나는 1947년 초 어느 겨울날 뉴욕의 지하철 안에서 탄생했다. 하버드 대학 대학원생

 
이었던 클레멘스 헬러는 2차 대전 중 미국으로 망명한 막스 라인하르트의 부인인 헬렌 티니히와 만나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다. 막스 라인하르트는 레오폴드스크론 성의 소유주이자 세계적인 음악 축제로 명성이 높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공동 창설자였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하도록 해 폰 트랩 대령 일가의 망명을 돕는 막스 아저씨가 바로 이 사람이다. 예술을 사랑했던 그는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예술가들을 초청해 예술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기도 했다. 빈의 유명한 출판업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라인하르트의 예술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는 헬러는 6년간의 세계대전으로 중단된 유럽 지성인들의 교류 모임을 재개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1947년 7월 마침내 6주의 일정으로 첫 번째 세미나(당시 명칭은 여름학교)가 열렸다. 게슈타포의 혹독한 심문을 받은 덴마크인, 레지스탕스 운동에 가담했던 체코인, 부모가 아우슈비츠수용소에서 사망했고 자신도 시체더미 속에서 3일 만에 구조된 루마니아 국적의 유태인 등 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참석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와 허먼 멜빌의 <모비딕> 같은 소설을 읽고 토론하거나 식습관, 잠자는 습관 등 인간행동을 분석하는 마가렛 미드의 문화인류학 강의를 들으며 전쟁의 기억을 지워나갔다. 처음에는 미국에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던 유럽의 참석자들도 미군사령부 관계자 앞에서 거침없이 미국 정부와 정책을 비판하는 미국측 참가자들을 보며 민주주의를 실감했다. 오스트리아 주둔 미군사령부는 1948년 두 번째 세미나 개최를 허락했다. 이렇게 세 젊은이의 벤처 활동으로 시작된 잘츠부르크글로벌세미나는 프리만 재단, 일본 재단, 록펠러 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전세계 학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1주일간 글로벌 이슈를 논하는 국제적인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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