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이 어떤 돈인데 떼여!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 승인 2008.05.0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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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에서 벌어진 곗돈 사기 사건…김선아 3년 만에 스크린 복귀

범 죄 영화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경우 속셈은 뻔하다. <미녀 3총사>처럼 늘씬한 여배우를 기용해 눈요기를 덤으로 끼워 파는 것이다.
한국 영화에서도 드디어 여성이 범죄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눈요기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20대에서 60대까지 네 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그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3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선 30대 김선아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일찌감치 남자 못지않은 패기를 보여준 바 있다. 이번에 영화에 처음 데뷔하는 40대 이경실 역시 만만치 않은 여성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60대 나문희씨는 워낙 다양한 인물을 소화해낸 덕분에 어디에 있어도 제 역할을 할 인물이니 논외로 치자. 나머지 한 명은? 유일한 20대로 이경실처럼 이번에 스크린에 데뷔하는 신인이다. 젊은 나이로 뭘 못할까.

“피 같은 내 돈, 우리가 직접 찾는다”

<걸스카우트>는 서울 봉촌3동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으로 서민들이 그 주인공이다. 주식에서 옷가게까지 재테크에 열심인 미경(김선아 분)은 손대는 것마다 되는 것이 없는 ‘재수’ 없는 여자다. 봉순(이경실 분)은 일찌감치 남편 저 세상 보내고 두 아들과 함께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억척 살림꾼이다. 백수 아들 뒷바라지하며 동네 마트에서 일하는 이만(나문희 분)과 로또에 목숨 걸고 사는 골프장 캐디 은지(고준희 분).
그런데 이들에게 사단이 났다. 동네 미용실 주인에게 곗돈을 부었는데 이 계주가 사라졌다.
최근의 범죄 양상을 보면 약자가 약자에게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이다. 달동네에서 피 같은 돈을 모아 곗돈을 부었는데 계주가 그것을 들고 사라지다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공권력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보다 못한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돈을 찾기로 하고 계주의 미용실을 샅샅이 뒤져 단서를 찾아낸다. ‘물안개’라고 적힌 성냥갑이 나왔다.
물안개는 미사리에 있는 카페 이름. 네 사람은 봉고차를 몰고 카페 앞에서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계주를 기다리기로 하고 잠복근무에 들어간다. 제목 <걸스카우트>는 이 잠복근무 중에 나타난 공익 근무요원이 이들에게 묻자 드러난다. “당신들 뭐 하는 사람들이세요?” “우리? 봉촌3동 걸스카우트야.”
5월22일 개봉을 앞둔 <인디아나존스4>가 버티고 있는 마당에 <걸 스카우트>는 6월5일 개봉이다. 자칫하다가는 극장에 파리를 날릴 수도 있다. 무슨 배짱으로 이 즈음에 영화를 내걸려는지 알 수는 없지만 김선아가 이렇게 말했다.
“성룡 하고 세 번 붙어서 다 이겼다.”
부디 살아서 롱런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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