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에도 삶이 있음에…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 승인 2008.05.2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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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는 생활을 돕는 명상 에세이 등 부처님오신날 기념해 ‘합장’

불자도 아닌 사람이 퇴근길에 절을 찾아 스윽 경내에 들어섰다. 부처님오신날 뒤여서 불자들 이름표 달린 색색 연등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염원을 담은 연등들이 군무를 하듯 집단으로 바람에 흔들렸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듯 불상이 대웅전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 시간 연등을 밝힌 불자들 또한 부처님의 미소를 닮아 행복한 춤을 추고 있었을까.

부처님오신날, 불교 관련 서적들도 함께 합장했다. 이 책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구도자들이 수행 중에 얻은 ‘깨달음’들을 주로 담아 전하고 있다. 불자가 아닌 독자도 공감할 수 있도록 생활 에세이처럼 쓰고 구성한 것들도 있어 ‘깨닫는’ 길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진다. 절 초입 당간지주를 손수 열어주듯 친절한 스님 한 분과 15년 동안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은 한 미국인이 펴낸 책이 그러하다.

<내 안으로 떠나는 행복 여행>을 펴낸 대화 스님은 동사섭 수련회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개발해낸 용타 스님의 제자로서 용타스님과 함께 지난 1980년 겨울부터 2008년 봄 현재까지 3백여 회 동사섭 수련회를 안내해왔다. 이 책은 동사섭을 거쳐간 2만여 명의 수련생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동사섭 홈페이지(www.dongsasub.org)에 연재해왔던 명상 칼럼을 묶어낸 것이다.

동사섭(同事攝)이라는 말은 불교의 사섭법(四攝法 : 布施攝·愛語攝·利行攝·同事攝) 중의 한 개념이다. 사섭법이란 보살이 중생에게 경우에 따라서는 베풀고(보시섭), 경우에 따라서는 자애 어린 말로 더불고(애어섭), 또는 이로운 일로 도와주고(이행섭), 나아가 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동사섭) 삶의 태도를 말한다.

이 책에는 그런 삶의 태도를 수행에 그대로 실천한 듯 글 또한 독자들에게 ‘베풀고 더불고 돕고 함께해’ 감동을 준다. ‘내 안으로 떠나야’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인가. 저자는 자기 내면의 살림을 공개한 ‘나의 속살림’을 여덟 가지로 정리해 전하는데, 그중 ‘벡터(vector)가 밖으로 향해 있지 않은 데서 오는 편안함’이 궁금증을 풀어준다. 수행자들은 식욕, 성취욕, 애정욕 등 욕심 에너지가 거의 없는 경지에 이르려 애쓴다. 해야 될 일을 역량껏 해낼 뿐이다. 평소 관심 에너지가 밖으로 향해 있지 않고 안으로 회귀되는 데서 편안함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욕심을 없애고,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고자 할 뿐이라는 대화 스님의 ‘속살림’ 중 하나가 부럽게 다가온다.

이 책은 ‘사람이 스승이다’라며 저자가 만난 소박하고 이름 없는 사람들의 해맑고 밝은 삶을 통해 독자들에게 행복한 삶이 내면에 있음을 일깨운다. 또 ‘무엇이 참 행복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좋은 결과를 원한다면 좋은 원인을 심기만 하면 된다. 인과에 대한 믿음과 두려움은 든든함과 여유로움을 준다”라고 설명하면서 성실한 삶을 주문한다. ‘깨어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 존재하고 있음을 규명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단서가 있다면 바로 우리에게 순간순간의 삶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배제하고서는 그 어떤 희망도, 꿈도, 이상적 초월도 다 헛된 노래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한다.

저자가 동사섭 마당을 소개하면서 전하는 행복 만드는 기법 하나가 울림을 준다. “경계 중에서 가장 무게 있는 경계는 사람이다. 인생이란 사람과 만나 사람과 부대끼다 가는 것이다. 마음 나누기가 잘 이루어지고, 베풂과 감사와 관용과 사과 등 네 개의 미덕이 잘 인격화되고 생활화되면 이 땅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천국을 만들어 갈 수 있다.”

“행복은 조건 아닌 깨달음에서 온다”

<춤추는 공>은 푸른 눈의 영적 교사가 들려주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텅 빈 충만’임을 몸으로 마음으로 영혼으로 경험하게 되면, 당신의 존재가 춤을 춘다. 실제로 몸이 춤을 추기도 한다. 당신이 춤을 추는 것은 공(空)이 춤을 추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그러한 사랑 안에, 그러한 기쁨의 춤 속으로 깊이깊이 들어간다”라는 ‘텅빈 충만’을 설파한다.

이 책 또한 행복과 자유를 찾는 여정은 조건을 좇아 욕망의 성에 갇혀 살기보다 내면으로의 여행을 통해 깨달음, 즉 자신의 ‘진정한 본성에 대한 깨어남’을 얻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행복 비결이며 진정한 인간관계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온전한 깨달음은 머리와 가슴과 아랫배의 세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라고 말하는 저자 아댜샨티는 열여덟 살에 ‘깨달음’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이후 15년 동안 수행한 끝에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과 세계와 우주를 향해 열린 가슴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성자’가 되었다고. 저자의 깨달음 한마디에서 부처님의 미소를 떠올리게 된다.

“생명의 뿌리로 돌아가는 일은 씨앗으로 돌아가는 일과 같습니다. 거기에서만이, 당신은 씨앗이 모든 진실을 다 품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당신 존재의 핵에 도달할 때, 당신은 속이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씨앗이 존재의 모든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나무의 씨앗 속에는, 장차 나무가 될 모든 것이 그 씨앗 속에 들어 있습니다. 온전하게 돌아가는 일을 통해서만이, 온전한 봄날이 꽃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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