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반찬 없이 국도 안 먹고 과일 즐겨요”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8.05 16: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탁에서 건강 찾은 나인용씨
ⓒ시사저널 임영무

나인용씨(73)의 식탁에는 밑반찬이 없다. 끼니마다 반찬을 만들어 먹는다. 그것도 고혈압과 신장에 좋다는 재료만 골라 저울로 재가면서 꼭 필요한 분량만 요리한다. 그는 “짠 밑반찬을 만들지 않는다. 국도 안 먹는다. 외식을 해도 곰탕, 설렁탕, 해물탕 등 탕 종류도 먹지 않는다. 꼭 먹어야 할 때라도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먹지 않는다. 고기는 거의 먹지 않는 대신 혈압과 신장에 좋은 과일과 야채를 즐겨 먹는다. 아무튼 맵고 짠 음식은 먹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음주와 흡연은 하지 않지만 맵고 짠 음식을 좋아했던 나씨가 식습관을 180˚로 바꾼 것은 고혈압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경험한 이후다. 나빠진 신장 기능과 뇌경색으로 반신이 마비되는, 그야말로 죽을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식이요법으로 혈압을 조절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다.

7년 전 연세대 음대 작곡과 교수직을 퇴임한 그는 1989년 음대 학장을 맡으면서 제자들과 함께 전국 순회 연주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나씨는 “음대 건물 증축 모금을 위해 전국 순회연주회를 하느라 심신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어느 날 성당의 성가대를 지휘하는데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미끄러지듯 쓰러졌다. 오른쪽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이었다. 혈전용해제로 혈전을 녹이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1주일 만에 왼쪽 신체가 완전히 마비되어 팔다리는 물론 눈이 보이지 않고 입도 비뚤어졌다”라며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오랜 지병으로 신장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혈압은 그리 높은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 번 쓰러진 후 갑자기 오른 혈압은 그를 지독하게 괴롭혔다. 질환으로 혈압이 높아진 전형적인 ‘2차성 고혈압’이었다. 신장이 나쁘니 쉽게 혈압이 높아지고, 고혈압은 다시 신장질환을 더욱 악화시켰다. 혈전용해제와 재활 치료로 뇌경색은 간신히 막아낼 수 있었지만 고혈압으로 2차, 3차 뇌경색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나씨는“신장질환을 치료받으면서 한대석 연세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다. 내 혈압이 높아지자 한교수는 나에게 식습관을 뜯어고칠 것을 충고했다. 당시 혈압수치는 정확히 생각나지 않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올라갔다. 한교수는 신장과 혈압이 계속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것은 약보다도 식습관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때부터 약도 먹지만 음식을 철저하게 가려 먹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나씨는 자신의 혈압을 수축기 1백20~1백30mmHg, 이완기80mmHg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몸에 해로운 식습관을 버린 대신 그에게 운동 습관이 붙었다. 나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서 스트레칭을 한 30분 정도 한 후 일어난다. 물론 뛰거나 격한 운동은 하지 못하지만 자전거 타기, 걷기, 잡아당기기 등 가벼운 운동은 계속하고 있다. 몸을 계속 움직이기 위해 화초 가꾸기도 생활화했다. 식습관 개선과 운동으로 건강한 삶을 되찾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라며 활짝 웃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