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시장은 바깥에 있었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8.12.30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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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지방중소기업청 주최로 열린 베트남 하노이 시장 개척단 상담 모습.
“도움이 정말 많이 되었고,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 충북 지역의 중소기업 ‘엠씨에스’의 문부식 대표는 2008년 12월8일부터 13일까지 중국 심천과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다. 그는 충북지방 중소기업청이 ‘해외 시장 개척단’이라는 이름으로 준비한 해외 마케팅 행사에 참가했다. 개척단은 심천과 하노이 두 곳에서 현지 바이어들과 1백24건의 상담을 진행했는데 돌아올 때는 1백84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맺는 성과를 올렸다. 중소기업이 어려운 마당에 벌인 전시 행정의 하나였을까. 하지만 문대표는 “그곳에 가니까 이미 상당수의 바이어들이 사전에 준비가 되어 있었다”라며 그런 우려를 일축했다.

국내 시장이 불황이다. 이럴 때는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라고 쉽게 말을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바이어를 발굴하는 것부터 언어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이다. 영세한 곳일수록 벽은 더 높게 다가온다. 이번 개척단에 참여한 열 곳의 중소기업 대표들도 수출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로 문외한에 가까웠다.

엠씨에스는 공업용 접착제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문대표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해외 판매망을 뚫어보려고 했고 의외의 성과도 얻을 수 있었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새로운 수입선을 개척한 것이다.

접착제 제조를 위해 수입하는 중국산 송진 가격이 너무 올라 고민이었는데 베트남에서 만난 업체가 1kg당 5백원이나 저렴한 단가로 주겠다고 했다. 가뭄에 단비를 만난 셈이다. 물론 수출 상담도 상당히 진행되었다. 현재 중국의 두 곳, 베트남의 세 곳, 수입업체 한 곳 등 총 여섯 곳과 협상하고 있다. 문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게는 이런 것 하나가 엄청나게 큰 건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충북지방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기업 수요를 조사해서 추진한 사업이었는데 성과가 좋았다. 특히 해외 시장을 거의 고려하지 않다가 큰 기대 없이 나간 업체 관계자들이 많았다. 돌아온 뒤에 바이어를 상대로 준비해야 할 것들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경험한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었다는 이야기이다.

중소기업 중에서는 세계로 눈을 돌릴 여력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9988’로 대변되듯이 현재 기업 중 99%가 중소기업이며 노동자 중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그런 중소기업 내에서도 양극화는 진행 중이다.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가 지난 12월19일 발간한 ‘중소기업의 기술사업화 추진전략’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이 기술사업화를 추진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꼽은 것이 시장 개척의 어려움(24.7%)이었다. 중소기업의 피라미드 내에서도 아래쪽을 차지하는 영세 중소기업에게 해외 시장 개척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정부의 지원은 이런 곳에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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