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도 감동할 ‘정성’을 차린다
  • 김미영 (창업전문기자) ()
  • 승인 2009.01.20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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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음식 대행업의 창업 성공 노하우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다가왔다. 명절을 앞두고 누구보다 바빠지는 사람은 다름 아닌 주부들일 것이다. 불경기 속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시장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하고, 하루 종일 기름 냄새를 맡아가며 차례 음식도 장만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가계 경제가 어려울수록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주부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불편과 편의 사이에 사업 기회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장손 며느리로 음식 솜씨가 남달랐던 김정란씨(50·가명)는 이러한 주부들의 불편을 ‘제사 음식 대행’이라는 사업으로 연결해 연간 매출 3억원을 기록하는 사장님이 되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큰 자본 없이 ‘솜씨’와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로 창업에 성공한 김씨의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김정란씨가 제사 음식 대행업을 생각하게 된 것은 지난 1998년. 장손 며느리로 늘 제사상을 챙겨오던 그녀가 사정이 생겨 제사 음식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유명 업체에 음식을 주문했는데, 제가 평소 해오던 상차림과 비교해 맛과 모양 등 전체적으로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내가 이 사업을 하면 오히려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고 무턱대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홈페이지 운영을 위해 인터넷과 홈페이지 제작과 관련한 공부를 하고 도서관을 드나들며 차례 음식에 대한 지식도 쌓았다.

2001년 4월. 주택가에 위치한 상가 건물 2층에 1백15㎡ 규모의 작업장을 마련하고, 홈페이지를 개설한 뒤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인터넷을 통해 주문이 이루어지므로 굳이 점포 비용이 비싼 1층 점포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단, 음식을 운반하는 차량이 쉽게 출입할 수 있는 건물을 택했다. 보증금 3천만원에 주방 시설비, 차량 구입비, 포장용기 비용 등 김씨가 창업에 들인 비용은 8천만원.

창업 후 그는 처음부터 쉽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제사 음식을 바탕으로 개업, 고사, 이바지, 폐백음식까지 병행하면서 고객을 넓혀나가는 전략을 펼쳤다. 출장뷔페 음식도 만들었다. 주력 사업인 제사 음식에는 특별히 신경을 썼다. 지역별 상차림을 따로 마련하고 계절에 따라 간을 다르게 맞추거나 맛을 내기 어려운 음식에 전문가를 투입하는 등 차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맛에 소홀하면 안 돼…단순 판매 아닌 ‘서비스’ 명심해야

처음에는 지인들의 소개를 통한 이용객이 대부분이었다. 그녀는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음식을 대충해서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신중을 기해 상차림을 마련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은 꼬리를 물었다.
제사 음식 대행업이 자리를 잡는 데는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때문에 그녀 역시 첫 달 수익을 마이너스 3백만원 정도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 3백50만원. 그것도 매출이 아닌 순수익이 발생한 것이다.

“예전에는 명절에나 기름진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가족 수가 줄어들어 음식을 많이 준비할 필요가 더욱 더 없어졌죠. 대행업체를 이용하면 시간과 수고, 경제적인 부담까지 덜 수 있어 일석삼조라는 반응입니다.”

그녀가 확보한 회원 수는 현재 1천7백~2천여 명에 달한다. 고정 이용 고객이 80% 이상이다. 맞벌이 부부, 아내를 사별한 가정, 출산이나 병환으로 주부가 음식을 만들 수 없는 경우, 장애인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제사·차례 음식을 직접 만들 수 없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상차림은 가족 수에 따라 3가지로 나뉘는데 고객 주문이 가장 많은 상차림은 ‘대가족상’이다. 쇠고기 산적, 삼색전, 어·육·소탕 등 30여 종류의 음식이 포함된 것으로 가격은 30만원. 대가족상은 음식의 양을 10인분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양을 줄여 소가족상(4~5인, 22만원), 알뜰상(2~3인, 18만원) 등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지역에 따라 다른 제사 음식의 특성도 충분히 반영했다. 경상도상에는 문어, 돔베기, 배추전 등을 추가하고, 전라도상에는 병어와 파전을, 서울상에는 녹두전과 호박전을 추가한 것. 그녀는 또 “가격을 너무 떨어뜨리면 품질이 떨어지기 마련이므로 가격 경쟁에 휘둘리지 않고 적정 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효율성 중시하는 젊은 고객들 계속 늘어날 것”

김씨는 매일 새벽, 시장에 직접 나가 장을 보고 조리를 해서 배송까지 책임지고 있다. 운영자가 발품을 파는 만큼 좋은 재료를 싼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배송은 평소에는 당일 제조 배송, 명절에는 전일 제조 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모든 음식은 아이스박스에 담아 냉장 상태로 배송한다. 명절 차례 음식의 경우 냉동고에서 급랭시켜 포장하므로 조리 사고가 날 염려는 전혀 없다고 한다.

조리 작업에는 평상시 김씨와 직원 1명으로 음식 준비가 충분하며, 명절에는 50여 명의 인원이 조리와 포장에 참여한다.

현재 평상시 제사 음식 주문은 10상 정도, 명절 이용 고객은 3백~3백50여 명이다.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70㎡ 규모의 3층 공간까지 확보해 냉동고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작업장을 확장했다. 시제, 개업식 등 주문도 꾸준해 현재 연간 매출 3억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마진율은 40% 정도라고 한다.

김씨는 “제사 음식 대행업을 단순히 음식을 장만해서 판매하는 수익 사업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충고했다. “내 조상을 위한 음식을 만든다는 사명감과 열의를 가지고 일을 해야 하며 모든 과정에 정성을 기울여야만 자연스럽게 수익이 따라오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제사 음식 대행업은 큰 자본과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고, 음식 솜씨가 뛰어난 주부들에게 적합한 소자본 아이템이며 앞으로 제사를 지낼 젊은이들은 효율성을 보다 중요시하기 때문에 제사 음식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 제사 한 번 치르는 데 인건비와 비용을 따져 제사 음식 대행업을 이용하는 집들이 늘고 있다. ⓒ시사저널자료
1. 고객의 가려운 곳을 파악해 틈새를 공략한다.

제사 음식에 익숙지 않거나 시간에 쫓기는 젊은 주부들, 명절 증후군을 앓는 주부들, 부득이한 사정으로 제사 음식을 만들 수 없는 사람들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해 만족도를 높였다.

2. 정성은 내 조상님을 모시듯, 음식은 내 자식에게 먹이듯 한다.

그는 음식을 직접 만들지 못하는 고객들의 마음을 헤아려 자신의 조상을 모시는 마음으로 음식에 정성을 다한다. 재료 또한 직접 발품을 팔아 최상의 것을 사용한다. 내 자식에게 먹이는 음식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양질의 재료를 사용하고 위생적인 조리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3. 대행만으로 끝나지 않는 서비스로 믿음을 준다.

그녀는 음식을 만들어 전달하는 것으로 일을 끝내지 않는다. 배송과 더불어 고객에게 조리 과정과 음식의 어떤 부분에 특히 신경을 썼는지 전반적인 진행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러한 설명은 신뢰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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