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법정관리인 되나
  • 심정택(자동차 산업 전문가) ()
  • 승인 2009.02.0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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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진관 전 쌍용차 사장. ⓒ시사저널 임준선
쌍용차의 법정관리인이 누가 되느냐는 향후 쌍용차의 처리 방향과 깊은 관련이 있어 업계의 최대 화두이다.
업계에서는 채권자협의회의 지지를 받을 수 있거나 상하이차와 반대편에 설 수 있는 인물이 법정관리인으로 적합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법원 파산부는 현재까지 최형탁 쌍용차 직전 사장, 곽상철 생산품질 전무 등 현 경영진, 소진관 전 사장, 최형기 전 부사장 등 모두 10여 명을 대상으로 후보 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소 전 사장은 당초 대주주인 상하이차측이 주한 중국 대사관을 통해 강력하게 거부 의사를 밝혀 후보에서 배제되었으나, 김문수 경기도 지사의 추천을 받아 면접을 보았다고 한다. 현재 유력한 법정관리인으로 물망에 오른 인물은 4명 정도이다. 이들은 대부분 쌍용차에서 대표이사나 고위직 임원을 지냈다. 손명원 전 쌍용차 사장은 1987년 말부터 약 9년간 두 번에 걸쳐 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오늘날의 쌍용차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지만 과도한 투자로 인해 쌍용그룹을 무너뜨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 전 사장의 과다 투자가 소진관 사장 시절 호실적으로 나타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승모 현 솔트웍스 대표이사는 1986년 쌍용 그룹이 동아자동차(쌍용자동차)를 인수할 때 총괄 실무를 담당한 쌍용측 임원이었다. 그는 글로벌 종합 자동차 메이커를 지향했던 손명원 사장과는 달리 ‘선택과 집중’의 효율적인 투자를 주장했다. 당시 정승모 상무의 의도대로 갔다면 과잉 투자로 인한 그룹 붕괴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고가 합리적이며 포용력과 협상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쌍용차를 떠난 1999년 주거래 은행인 조흥은행 경영진에 의해 쌍용차 사장 후보로 거론되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서울대 상대 후배이면서 쌍용그룹 입사 후배인 소진관 사장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정승모 대표는 윤증현 재정기획부장관,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과 서울고 동기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소진관 전 사장은 영업, 관리, 기획 등 주요 부문을 경험했으며 쌍용차를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경영인 출신으로 쌍용차 내 저변이 두텁다. 재임 기간(1999년 말~2005년) 동안 역대 최대의 실적을 올렸지만 전임 사장들의 투자, 시장 상황 호조에 힘입은 바 크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그는 시장 개척, 제휴 등 해외 사업 부문에 약하고 노조와 쉽게 타협하는 약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비록 은행 관리 하에 있기는 했지만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매각한 최종 책임자라는 점에서 눈총을 받고 있다.

 최형기 전 재무기획 담당 부사장은 정통 재무통으로 쌍용차의 워크아웃 시절인 2001년 말 총 1조2천억원에 이르는 금융권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해외 신시장을 개척해 판매 볼륨을 확대하고 경영을 안정 국면으로 돌려 나름으로 역량을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한편, 정부에서도 지식경제부·노동부·산업은행이 공동으로 파산부에 법정관리인 후보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 추천 인사는 쌍용차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의 대주주인 상하이차는 법정관리 신청 대리인인 로펌 ‘세종’을 통해, 소진관 전 사장, 최형기 전 부사장을 거부하고, 현 쌍용차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으로 선호하고 있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상하이차는 법정관리 결정이 내려지면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쌍용차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심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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