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란 5천만원 어떻게 굴릴까
  • 공성율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재테크 팀장·CFP) ()
  • 승인 2009.02.1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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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중간 정산한 강씨의 전략 원칙 세워 적절하게 배분해야 ‘자산 증식’

▲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금융·부동산·미술품 재테크 종합 박람회’를 찾은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투자자들에게 2008년은 그야말로 최악의 해였다. 주식·펀드·부동산 등 어느 것 하나 자산 증식에 도움이 된 것이 없었다. 한 세기에 두 번 오기 힘들다는 금융 위기 여파가 이렇게 큰 시련으로 다가올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도 재테크를 하기에는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과정이 올해에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투자 시장은 당분간 부진의 깊은 늪을 빠져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상황에서 평소에 노후자금 준비를 걱정해오던 회사원 강 아무개씨는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목돈 5천만원을 만들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요즘 상황이지만, 강씨는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라는 진부한 문구에 희망을 걸고, 올 한 해를 목돈 운영을 통해 자산 증식의 기회로 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목돈을 쥐고 보니 막막한 느낌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각오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목돈 운영 전략을 뽀족하게 세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과연 불투명한 현재 시장 상황 속에서 효율적인 재테크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 것인가.

▒ 저금리 시대에 대비하라

세계 각국 정부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앞다퉈 금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현재 연 2.5%에서 2%까지 내릴 가능성이 크다. 안전 자산인 예금 상품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지난 연말에 그나마 남아 있는 고금리 예금 가입을 서둘렀어야 했다. 지금은 좀 늦은 감이 있다. 1월28일 기준으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3%대로 내려간 상황이고, 금리를 높여 판매되는 특판 정기예금도 4% 초반 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난해에 비해 물가 상승폭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물가상승률과 세금을 감안한 예금의 실질 금리는 올해도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즉, 당분간은 예금의 이자 소득으로 실질적인 자산 증식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얘기이다.

물론 더 높은 확정 금리로 돈을 굴리기 위해 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을 생각할 수 있겠으나, 되도록이면 저축은행의 신용 위험을 감안해 예금자 보호 한도인 5천만원 내에서 가입하는 것이 좋다. 아무튼 확정 금리 안전 자산인 예금 비중은 효율적인 자산 증식임을 감안한다면 전체 금융 자산에서 40% 정도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 유동성을 확보하라

실감 나는 경기 침체가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따라서 금융 위기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현금성 자산 비중은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 현금성 자산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즉, 경기가 악화되어 만에 하나 소득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사태가 오면 가계에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어렵겠지만 최소한 월 소득 3~6개월분 정도를 비상금으로 마련해두는 것이 좋다.

또한, 현금성 자산은 기회가 왔을 때 빠르게 투자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기를 길게 하기보다는 MMF·CMA 등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초단기 금융 상품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 좋다. 이러한 현금성 자산 비중은 전체 금융 자산에서 20% 정도까지 가져가는 것도 괜찮다.

▒ 적립식 투자 전략을 활용하라

앞에서 언급했듯이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을 감안하면 예금을 통해서 자산 증식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의 추가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있더라도 투자 자산을 어느 정도 가져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올 한 해 전체적인 재테크 전략은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놓은 상태에서 경기 회복기를 대비해 현금 자산의 비중을 투자 자산으로 조금씩 옮겨놓는 작업을 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올 한 해 글로벌 경기는 지속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보이며, 회복 시점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2010년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렇다고 하면 주식시장은 경기 선행성을 감안해 상반기까지는 추가 하락 가능성 등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나, 하반기에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설사 예상이 빗나가더라도 주식시장은 최소한 바닥을 지나거나 바닥에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역발상적으로 올 한 해는 주식시장에 투자하기에 여지없이 좋은 시점이기는 하다. 문제는 투자 시점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적절한 투자 시점을 판단하기가 어려우니 무리하게 시장을 판단해 큰 금액을 투자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대신에 분할 투자를 통해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적립식 투자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 부동산은 실수요 중심으로 접근하라

목돈 5천만원 이외에 추가적인 자금이 있다면 부동산 투자도 생각해볼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은 예전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대출 금리도 낮아 자산 레버리지(leverage)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경기 회복 전망도 불투명해서 부동산을 통해 당장 큰 폭의 수익을 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따라서 올 상반기는 부동산 투자를 피하고 관망하는 것이 현명하다. 아직도 은행 문턱은 높고 실물 경기 침체라는 악재가 더 크게 부동산시장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입장이라면 부동산 구입을 생각해볼 만하다. 자녀 교육이나 교통 등 입주 여건이 좋은 아파트들은 경기 회복시 빠르게 반등할 수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라면 올해 하반기쯤 이런 지역의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사겠다는 생각으로 내 집 마련에 도전해볼 만하다. 초저가 급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옥석(玉石) 가리기를 잘 한다면 의외로 좋은 물건을 싼값에 건질 수도 있다. 다만, 가격 회복까지 장시간 걸릴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현명한 자산 관리와 재테크는 자산을 유지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증식시키는 것이지 결코 특정 기술이나 요행을 통해서 새로운 부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장기수익률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자산 배분’이었다. 올 한 해 재테크를 통해서 자산 증식을 하기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원칙을 세우고 적절하게 자산을 배분한다면 의외로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위기 속에는 공포와 절망 이외에 기회도 항상 존재해왔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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