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료 지원 패러다임 바꾸자”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4.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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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사무총장

ⓒ시사저널 박은숙

“가난한 나라들에 약 몇 알 주고 의료 장비를 보내는 것으로 의료 지원이 끝나서는 안 된다. 의료기술, 운영 노하우, 사후 관리까지 전해야 현지 국민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의료 지원 효과를 제대로 내야 우리나라 의료진이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정부의 해외 의료 지원 사업을 총괄하는 노광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사무총장은 이른바 의료 빈국에 대한 지원 방향을 바꿔야 할 때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과거 외국으로부터 의료 지원을 받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들이 필요한 지원은 의무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총장은 “최근 스리랑카에 응급센터를 건립해주고 초음파 기기 등 의료 장비를 공급했다. 동시에 인하대병원 의료진이 현지 의료진에게 기술과 운영 방법 등을 전수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응급센터 실태와 의료 장비 사용 현황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실질적인 지원 효과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리랑카에는 신장결석 환자가 많다. 이번에 건립한 응급센터를 신장결석 전문기관으로 만들 계획이다. 언젠가는 현지 의사들 가운데 신장결석 전문의가 많이 나올 것이다. 해외 진료를 자주 다니면서 이런 식으로 특화한 의료 지원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노총장은 인터넷 강국답게 의료 지원 차별화에 IT 기술을 접목해 눈길을 끌고 있기도 하다. 그는 “조만간 우즈베키스탄 5개 주에 혈압, 맥박, 호흡(산소포화도), 체온, 혈당, 심전도 등 바이탈 사인(vital sign)을 검사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현지에서 검사한 바이탈 사인을 우리나라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원격 시스템을 갖출 것이다. 환자에게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 우리나라 전문의가 이 사인을 확인하고 의료 지침을 전해줄 수 있다”라며 유헬스케어(u-healthcare)의 위력을 소개했다.

그렇다고 첨단 의료기기와 기술이 의료 지원 실효성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나라별로 생활 수준에 맞춘 별도의 지원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총장은 “예컨대 디지털 엑스레이는 네트워크 시스템 등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또,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첨단 기기가 고철덩이에 불과하다. 의료 기술도 현지 사정을 감안해 전수해야 실효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면 정부 차원의 해외 의료 지원 전담기관이 필요하다.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 그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의료인이면서 국제 협력 경험까지 갖춘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노총장은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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