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여신’들의 경쾌한 봄나들이
  • 김광현 (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
  • 승인 2009.04.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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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유명 여성 보컬들 공연·음반 쏟아져

▲ 재즈계에서 ‘자기 색깔이 있는 여성 보컬’로 알려진 박라온씨. ⓒLG아트센터 제공

한낮 기온은 벌써 20℃를 훌쩍 넘어 이른 여름을 맞이한 것 같지만, 절기상으로는 아직 봄을 남겨두고 있다. 요즘같이 나른한 봄날에 재즈 듣기를 제안해본다. 재즈라는 음악에서 흔히 가을의 낭만과 우수를 떠올리지만 최근 재즈계의 화두인 여성 재즈 보컬들을 만나다 보면 나른한 봄기운을 깨우는 경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윤선, 독일에서도 음반 발매 앞둬

재즈 보컬에서도 해외 연주자들에게만 관심을 쏟고 있었다면 최근 몇 년 사이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 재즈의 진면목을 살피지 못한 탓이라 본다. 봄을 맞이해 국내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의 공연과 음반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 최근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내 여성 재즈 보컬로는 나윤선, 말로, 웅산을 꼽을 수 있다.

지난 3월 열린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에서 재즈 음반상을 수상한 나윤선은 한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보컬리스트이다. 1월에는 동양인 최초로 프랑스 리용 오페라하우스의 기획 프로그램인 ‘레지던스 아티스트’를 진행해 호평을 받았으며,  한국 연주자로는 처음으로 독일의 재즈 레이블인 ACT에서 <Voyage>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국내에서는 지난해 발매되었으며, 이 앨범으로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했다). 지난 4월4일에는 오랜만에 말로의 단독 공연이 펼쳐졌다. 재즈 스탠더드와 팝 넘버 속에 넘실거리는 스캣의 묘미를 제대로 선보인 공연이었다. 2003년 <벚꽃지다>로 ‘한국적 재즈’를 구현했다는 찬사를 받았던 말로는 2007년 <지금, 너에게로>에 이어 재즈 본연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신보 <This Moment>로 돌아왔다. 재즈 색채 가득한 <황성옛터>는 말로의 음악적 매력을 새롭게 엿볼 수 있는 곡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웅산은 <Yesterday>로 2008년 제5회 한국대중음악상 2관왕에 올랐으며, 재즈 팬들이 직접 선정한 최고의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서는 ‘리더스폴 콘서트 2008’ 보컬 부문에 선정되며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나윤선, 말로, 웅산이 한국 재즈 보컬의 트로이카를 형성하고 있다면 박라온, 허소영, 혜원은 눈여겨볼 신인들이다. 재즈 클럽이나 무대에서 활동하며 이미 재즈계에 ‘자기 색깔이 있는 여성 보컬’로 알려진 박라온과 허소영은 각각 <MY Secret> <Her, So Young & Old>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음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혜원은 윈터플레이로 활동하며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다. 하우젠 CF에 삽입되어 인기를 얻었던 <Happy Bubble>도 바로 윈터플레이에서 혜원이 부른 노래이다.

여성 재즈 보컬의 강세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통적으로 재즈 보컬에서는 여성이 강세를 보인다. 색소폰이나 트럼펫 등 관악기 부문에서 남성 연주자들이 주를 이루고, 무대의 주인공인 보컬 파트에서는 여성들이 주목받게 된다. 특히 3대 여성 재즈 보컬로 손꼽히는 엘라 핏제럴드, 사라 본, 빌리 할러데이는 재즈 보컬의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라 본의 풍부한 음성이나 빌리 할러데이의 애절한 노래는 가을을 위해 남겨두고 이번 봄에는 엘라 핏제럴드의 노래를 들어보면 어떨까 한다.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그리고 언제나 편안하게 노래하는 엘라의 노래를 듣다보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엘라의 앨범으로는 1950년~60년대 콜 포터, 듀크 엘링턴, 어빙 벌린, 해롤드 알렌, 조니 머서, 제롬 컨 등 미국 작곡가들의 스탠더드를 부른 <송북(Song Book)> 시리즈가 유명하다.

보사노바 등 편안한 스타일 인기

▲ 내한 공연 앞둔 노르웨이 출신 여성 재즈 보컬 잉거 마리. ⓒ영앤잎섬 제공

최근에는 편안한 보컬이나 스타일이 인기를 얻고 있다. 보사노바도 그중 하나인데, 보사노바라면 흔히 여름용 음악으로 생각하지만 경쾌한 리듬과 담백한 느낌은 봄에도 잘 어울린다. 재즈 초보자들도 쉽게 들을 수 있어 더 매력적인 음악이기도 하다. 다이애나 크롤은 1999년과 2002년 <Live In Paris> <When I Look In Your Eyes>로 그래미상 재즈 보컬 앨범을 수상하며 현재 재즈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보컬리스트이다. 그녀가 새 앨범 <Quiet Nights>에서 선택한 음악이 보사노바이다. 또한, 브라질 출신의 피아니스트 겸 보컬리스트인 엘리아니 엘리아스는 지난 3월8일 첫 내한 공연을 통해 보사노바의 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엘리아니 엘리아스는 2008년 보사노바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Bossa Nova Stories>를 발표했다.

새 앨범과 함께 내한 공연을 갖는 두 명의 여성 보컬리스트도 있다. 마들렌느 페이루는 ‘빌리 할러데이의 재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 재즈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04년 <Careless Love>에서 빌리 할러데이를 떠올리게 하는 질감 있는 보컬을 선보였던 마들렌느 페이루는 차츰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2009년 발표한 최근작 <Bare Bones>에서는 전곡 작사(<I Must Be Saved>는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보여주었으며, 기타 연주를 중심으로 한 편안하고 담백한 노래 또한 매력적이다. 5월14일부터 펼쳐지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노르웨이의 아렌달 지역에서 활동해온 잉거 마리는 마흔이 넘어서야 첫 앨범 <Make This Moment>를 발표했으며, 노르웨이와 일본을 거쳐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편안한 보컬로 재즈 팬이 아니어도 감상이 쉬워 그녀의 앨범은 언제나 높은 판매율을 기록한다. 세 번째 앨범인 <My Heart Would Have A Reason>을 발표했는데, 5월19일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다. 


▲ 색소포니스트 조슈아 레드맨. ⓒLG아트센터
여성 보컬들의 무대는 5월에 만날 수 있다. 13일과 14일에는 전설적인 재즈 보컬 냇 킹 콜의 딸이자 아버지와 함께 부른 <Unfor-gettable>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나탈리 콜의 첫 내한 공연이 예정되어 있고, 14일부터 펼쳐지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는 마들렌느 페이루가 무대에 선다. 19일에는 <Make This Moment>로 큰 인기를 얻었던 잉거 마리가 내한 공연을 갖는다. 그에 앞서 4월에는 재즈 거장들이 먼저 한국을 찾는다. 26~29일에는 색소포니스트 조슈아 레드맨과 퓨전재즈 밴드 포플레이가 각각 내한한다. 조슈아 레드맨(4월26일, LG아트센터)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색소포니스트로 2006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도 참가해 찬사를 받았다. 이번 공연은 베이시스트 루벤 로저스, 드러머 그레고리 허친슨과 함께 어쿠스틱 트리오로 함께할 예정이다. ‘재즈계의 드림팀’으로 불리는 포플레이(4월26일 경기도문화의전당, 28~29일 LG아트센터)는 재즈계 거장들이 1991년 결성한 컨템포러리 퓨전재즈 밴드이다. 20년에 가까이 퓨전재즈의 매력을 알려온 내공과 열정이 더해진 무대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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