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에 ‘태풍’이 분다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05.1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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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지마켓 인수하며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 87.5% 차지…독과점 폐해 우려 높아

ⓒ그림 이우정

이베이가 지마켓을 인수하면서 온라인 쇼핑몰이 요동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대의 목소리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이 흘러나오고 있다. 독과점 형성으로 인한 폐해가 오픈마켓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이다.

이베이가 옥션에 이어 지마켓마저 인수함으로써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을 87.5%까지 끌어올렸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전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을 두고 보았을 때 이베이가 지마켓을 인수하더라도 점유율이 36.5%에 불과하다며 승인 결정을 내렸다. 삼성증권 박재석 애널리스트는 “독과점으로 규정지을 때는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관건이다. 공정위는 오픈마켓으로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인터넷 쇼핑몰 전체를 두고 독과점 여부를 판단했다. 이베이의 입장을 과하게 배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공정위의 말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독과점이 아니라고 치자. 하지만 판매자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개인 판매자들의 처지에서 인터넷상에서는 오픈마켓이 유일하다시피 한 판매처이다. 판매자들은 이 판매처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이베이의 요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3년간 판매·등록·광고 수수료를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삼성증권 박재석 애널리스트는 “수수료를 묶어 놓았지만 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기 때문에 소비자나 판매자에게 피해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GS이숍 마케팅 김성준 팀장도 이런 우려에 동의했다. 김팀장은 “지마켓은 수수료로 장사하는 회사가 아니다. 업체 광고비로 먹고산다. 광고 수수료를 제한한다고 했지만 광고료 명목으로 지금과는 다른 방식을 취해 영업이익을 취하게 된다면 제한할 수가 없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은 이베이의 독점적 지위를 막을 수 있는 제한적인 조치가 되지 못한다”라고 못 박았다.

판매자가 이베이로부터 다른 사이트에는 물건을 팔지 말라는 압박을 받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 김팀장은 “공정위가 이런 횡포에 대해서는 막아주겠다고 말했지만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이베이가 이런 일을 대놓고 하는 것도 아니고 판매자들도 당장 물건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판매자들 창구 단일화되면 가격 경쟁도 사라져

판매자의 피해뿐 아니라 소비자의 피해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판매 통로가 옥션과 지마켓으로 양분되었지만 이것이 하나로 줄어듦으로써 판매자 간에 경쟁이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가격 인상이라는 소비자 피해로 연결된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1+1=2’ 공식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인터파크 기획실 박진수 실장은 “판매자들이 옥션과 지마켓을 통해 물건을 팔았을 때에는 옥션의 판매량이 떨어지면 가격을 낮췄다. 그러다 지마켓의 판매량이 떨어지면 지마켓에 내놓는 가격도 낮췄다. 하지만 이제는 판매자가 하나의 창구를 통해서 팔게 되고 그 창구가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으니 가격 경쟁을 불러일으킬 요인이 줄어들었다”라고 풀이했다.

이런 이유에서 오픈마켓 3위 업체인 11번가는 기회로 보고 있다. 11번가 CEM 김학배 팀장은 “11번가가 마진을 덜 보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판매자들을 배려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다. 경쟁사보다 판매자가 적다는 단점을 극복하고 나면 올해 안에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을 10% 수준에서 30%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희망을 내비쳤다.

소비자들이 찾을 수 있는 사이트 여유분이 하나 생긴 것도 11번가나 인터파크 등에는 호재이다. 11번가 김팀장은 “통계를 보면 인터넷 쇼핑을 하는 소비자 60~70%가 2~3개 사이트를 들어가보고 결정을 내린다”라며 근거를 제시했다.

이외에도 11번가나 인터파크는 이베이가 옥션을 경영하는 동안 드러낸 허점에서 기회를 찾는다. 김팀장은 “이베이는 오픈마켓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옥션을 인수하고도 신생 업체인 지마켓에 완패했다. 지마켓은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움직였지만 옥션은 그렇지 못했다. 오픈마켓에서 11번가가 유일한 국내 기업인 만큼 기존의 지마켓이 취했던 장점을 십분 발휘한다면 위기 속에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소 부정적이다. 삼성증권 박재석 애널리스트는 “이베이가 옥션 인수만으로 오픈마켓 시장을 장악할 수 없으니 지마켓마저 인수해버렸다. 뛰어난 마케팅 능력을 갖춘 기업이 규모의 경제까지 갖췄다. 막강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나 판매자의 쏠림 현상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베이 입장에서는 옥션 인수에 따른 실패의 경험이 성공의 밑바탕이 될 수도 있다. GS이숍 김팀장은 “과거 지마켓의 등장에 이베이가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해 실패한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두 번 실수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마켓의 사업 방식을 그대로 취하면서 막강한 시장 장악력을 십분 활용한다면 11번가에게 위기면 위기이지 기회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평가했다.

공정위의 판단과 달리 업계 전문가들은 오픈마켓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다며 혀를 내두른다. GS홈쇼핑도 2005년 오픈마켓에 도전했다가 3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손실액만 1백16억원에 달했다. 11번가도 지난해 오픈마켓에 뛰어든 이후 매달 10~2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낮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오픈마켓 시장은 다국적 기업인 이베이의 독주 체제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런 체제가 오픈마켓 시장에 득이 된다고 본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정책1팀 조현찬 팀장은 “다국적 기업의 선진화된 경영 방식이 도입되면 과거 무질서했던 유통 구조가 합리화될 것이다. 이베이가 유통 전문 기업이기 때문에 온라인 쪽이 강화되면 제품 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개인 판매자들에게는 해외 진출의 기회가 생겼다는 점도 기회 요소이다. 헬스투데이 온라인 사업팀 김성규 팀장은 “세계 무대를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겼다. 손쉽게 해외 진출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잘 활용하면 오픈마켓의 획기적인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픈마켓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베이가 높은 가격을 쳐서 인수한 지마켓의 한국형 운용 모델을 제대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국 온라인 쇼핑몰의 미래가 달렸다. 이베이의 오픈마켓 도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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