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위한 사교육비 구조조정
  •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컨설팅 팀장) ()
  • 승인 2009.06.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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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 중견 기업 부장의 ‘절약’ 사례 / 은퇴 준비도 못하던 상황 벗어나 자녀와 ‘윈-윈’

▲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학원이 밀집해 있는 건물 복도에서 한 학생이 수업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가장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세대는 30~40대이다. 이 세대에는 가장 많은 인구가 몰려 있으며, 재무적으로 공통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자녀 교육비 지출이 많고 주택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일정 부분 대출을 안고 주택을 샀기에 수입 대비 대출 이자 비용이 크며 그로 인해 미래를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출의 핵심이 자녀 교육비와 주택 관련 비용인 셈이다. 하지만 주택 역시 자녀들에게 좀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좋은 학군의 비싼 지역에서 구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교육 관련 비용 부담으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자녀를 위한 교육비 지출이 많다 보니 정작 자신을 위한 노후 대책은 소홀하기 쉽다는 점이다. 게다가 주택 구입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도 크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노후 대책을 미루게 된다. 하지만 노후는 길어지고 있고 정년은 짧아지는 현실에서 노후 대책을 소홀히 했을 경우,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들에게도 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어떤 선택이 현명한지를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중견 기업에서 근무하는 45세의 최두현 부장은 월 소득이 5백만원 정도로 적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교육비 지출이 늘어나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학교 3학년인 큰딸 학원비로 월 1백20만원,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아들에게는 영어회화 개인 교습비를 포함해 월 80만원이 들어가서 두 자녀 사교육비로만 월 2백만원씩 지출하고 있다. 월 수입이 적은 편도 아닌데 매월 교육비와 생활비, 대출 이자를 제하고 나면 저축은커녕 보험료 내기도 빠듯하다. 가끔 아내와 과다한 교육비 문제로 말다툼을 하기도 하지만 항상 결론 없이 끝나고 만다.

최부장은 향후 5년 내에 이사로 진급하지 못하면 정년을 보장받기 힘들기 때문에 노후에 대해 고민이 많다. 퇴직금은 중간 정산해서 사용한 지 오래고, 퇴직연금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돈이 쌓여 있지 않다. 결국, 국민연금과 얼마 되지 않는 퇴직연금 그리고 퇴사할 때 받을 퇴직금 정도가 노후 대책의 전부여서 조기 퇴직에 대한 불안함, 고령화에 따른 은퇴 준비의 조급함 속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부모의 막연한 욕심보다 자녀 입장에서 필요한 과목 ‘선택과 집중’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기 전, 중·고교 시절에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하는 부모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목돈이 들어가는 대학 교육비이다. 2007년 10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생애 단계별 양육비 내역을 보면 태어나서부터 대학을 마칠 때까지 자녀 1인당 평균 양육비가 2억3천2백만원이 든다고 한다. 그중 대학 4년간 드는 교육비가 5천8백66만원 정도이니까 1년에 평균 1천4백66만원이 드는 셈인데, 대학 등록금은 최근 5년간 연평균 8%씩 올라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돌고 있다. 결국, 고등학교까지 최선을 다해 자녀를 교육시켰다고 하더라도 막상 자녀가 대학에 들어갈 즈음에 부모가 정년 퇴직을 하게 되면 큰 돈이 들어가는 대학 학자금 마련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요즘 대학생의 생활은 그야말로 비참하다. 학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르바이트만으로 등록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휴학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4년간 학자금을 모두 대출로 충당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럴 경우 졸업하자마자 4천만원 정도의 적지 않은 빚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게다가 비싼 등록금을 그럭저럭 내고 졸업을 한다손 치더라도 취업이 힘들어 대출받은 학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결국, 부모의 지원 없이는 혼자의 힘만으로는 대학을 졸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부모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부장의 경우 매월 2백만원 가까이를 자녀 교육비로 지출해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정해진 소득으로 어떻게 하면 교육비를 절감하고 부모의 노후 준비도 할 수 있을까?

먼저 현재 지출하는 사교육비가 자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쓰이고 있는지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모의 욕심이 아닌 자녀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과목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다. 이때는 부모가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가정의 재정적 현실을 터놓고 이야기한 다음 자녀가 선택하게 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최부장의 사례를 적용해보면 가정의 월 소득이 5백만원인데 생활비, 대출 이자, 보험료 등 고정 지출비를 제하고 남는 돈 2백만원이 모두 사교육비에 들어간다. 사교육비로 인해 자녀 대학 자금과 노후 자금은 준비도 못하고 있다. 이때는 부모와 자식이 이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노후 준비가 안 되어 있을 경우 나중에 자녀들에게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이 전가된다는 점을 설명하고 일정 금액은 부모 노후 자금으로 준비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아울러 자녀들의 대학 입학 시점에 아버지가 퇴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대학 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이 필요함도 알려주도록 하자. 결국, 현재의 사교육비 2백만원 중 일부는 부모 노후 자금과 향후 대학 자금 마련에도 사용해야 하므로 가장 필요한 사교육 과정을 자녀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해보는 것이다. 

무분별한 사교육비 지출은 자녀들에게 ‘부메랑’ 될 수도

앞서 언급한 대로 노후 자금 준비와 대학 자금 준비 없이 현재처럼 월 2백만원을 모두 사교육비로 지원해줄 테니 자녀들이 대학 입학시 스스로 학자금을 다 마련하고 부모 노후도 책임지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지금 꼭 부족한 부문만 선택해서 학원에 다니고 남는 돈으로 부모 노후 자금과 대학 자금으로 나누어서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선택을 자녀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이런 식으로 자녀들과 사교육비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되면 자녀는 의외로 부모들을 많이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좀더 책임감을 가지고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막연한 욕심에서 벗어나 비효율적인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면 자녀 교육의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대학 교육비와 노후 자금도 마련할 수 있는 1석3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울러 저축을 늘리기 위해 온 가족이 노력해 불필요한 지출을 조금씩 줄이는 노력을 병행하면 더욱 좋다. 무분별한 사교육비 지출이 자녀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부모와 자식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서 실천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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